행복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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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부터 원직복귀까지 믿음으로 함께 한 길
근로복지공단 제주지사 김동석 과장과 산재노동자 김영민 씨
근로복지공단에는 산재노동자를 위해 심리상담, 재활치료, 멘토링, 취업 지원 등
다양한 제도와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산재노동자가 거절하면 지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부분에서 산재노동자 김영민 씨는 근로복지공단 제주지사 김동석 과장의 조언대로
심리 상담부터 원직복귀까지 촘촘하게 지원을 받은 경우다.

글. 김주희 / 사진. 황성규

불의의 사고, 공단을 만나다
천혜의 아름다움을 가진 제주도에는 매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다소 힘든 곳이기도 하다. 섬이라는 독특한 지리환경으로 인해 일자리가 한정적이고 안정적이지 못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김영민 씨도 마찬가지였다. 건설업 노동자로 일하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고 현장에서 몸을 써서 일을 해야 하는 그에게는 앞길이 막막하기만 했다.
“건설현장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옮겨야 하는데 젊은 친구들이 잘 안 하려고 하더라고요. 시간이 촉박하니까 제가 컨테이너박스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려는데 크레인 차량과 신호가 안 맞은 거예요. 천장 쪽으로 인터넷 선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게 목에 걸려 버렸죠. 그대로 있으면 줄 때문에 더 큰 사고가 날 것 같아서 바닥으로 뛰어내렸어요.”
단단한 시멘트 바닥으로 급하게 뛰어내려 더 큰 사고는 막을 수 있었지만 두 발목에 가해진 충격은 엄청났다. 처음에는 발목을 삐었는지 알고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가니 한의사의 호통이 돌아왔다.
“다리가 부러져서 침을 맞으러 오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호통을 치시더라고요. 바로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갔죠. 진찰해보니 양 발목이 골절되고 허리에까지 충격이 갔더라고요. 바로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하게 된 거죠.”
그렇게 갑자기 사고를 당한 그는 본래 단단하고 대담한 성격임에도 우울과 불안감이 컸다. 산재승인은 났지만 미래가 막막했던 것. 그런 그에게 다가온 사람은 근로복지공단 제주지사 김동석 과장이었다.
“공단의 ‘희망찾기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외주업체에서 참가자를 모집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상 저희가 직접 모집부터 진행까지 참여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김영민 씨를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희망찾기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면 좋을 것 같았어요. 연세가 있으셔서 거절하시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참여해보고 싶다고 하셨죠.”
그렇게 김영민 씨는 일주일 동안 ‘희망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산재노동자들과 교류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산재와 관련된 내용이나 원직복귀 프로그램 등 산재노동자라면 궁금해 할 부분들을 김동석 과장이 자세하게 설명해주면서 앞으로의 목표를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됐다.
“평소 답답했던 부분들이 해소되니까 ‘희망찾기 프로그램’이 즐겁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참가자들이 많이 밝아지고 희망을 갖게 되었어요. 힘들고 아팠던 몸과 마음이 차츰 좋아지는 걸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영민 씨는 일주일 동안 ‘희망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산재노동자들과 교류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배려와 진심으로 원직복귀까지 달리다
김영민 씨와 인연을 맺은 김동석 과장은 앞으로 김영민 씨에게 필요한 것은 생계안정과 원직복귀라고 판단했다. 목표의식이 강하고 적극적인 김영민 씨를 조금만 곁에서 지지하고 도와주면 재활과 원직복귀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든 것.
“먼저 김영민 씨 자료를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평균임금이 건설업 노동자의 평균임금에 비해 현저히 낮게 신고가 되어 있더라고요. 김영민 씨가 재활치료를 하고 원직복귀를 준비하려면 안정적인 생계유지가 필수였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었죠. 김영민 씨가 일했던 직장에 확인해보니 착오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보통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건설업 노동자들과 달리 김영민 씨는 연봉 계약이 되어 있었다. 성실하게 일하는 김영민 씨를 좋게 본 회사 대표가 월급제를 제안한 것. 기본급에 수당을 받았지만 서류에는 기본급으로 평균임금 신고가 되어 있었다. 김동석 과장은 자료를 보완해서 평균임금 정정 신청을 하는 것을 도왔고, 다행히 김영민 씨는 그동안 실제 받았던 평균임금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저희들은 일만 하지 다치면 대처를 제대로 못해요. 평균임금이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게 신고되어 있던 것도 몰랐으니까요. 과장님이 서류준비와 제출을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현재 제 생활이 훨씬 어려웠을 거예요.”
현재 김영민 씨는 다니던 직장에서 제공한 숙소에서 거주하면서 업무를 돕고 있다. 임금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김영민 씨에게 숙소를 제공해주고 다친 곳이 다 나으면 돌아와서 일해 달라는 대표의 말이 고마워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일하다가 다쳤지만 회사에 피해를 줬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런데 대표님이 보험 들어놨으니 걱정하지 말고,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잠깐 쉰다고 생각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따뜻하고 진심 어린 말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직접 일을 하지는 못하지만 경험이 많기 때문에 현장 관리·감독하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동료들이 잘 모르는 부분들을 설명해 주기도 하고요.”

뭐라도 표시를 하고 싶어서 물어물어 공단 고객센터에 감사편지를 올리기도 했죠.
그렇게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산재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산재를 당한 후 산재신청부터 원직복귀까지 회사와 마찰을 겪는 산재노동자들이 많다. 하지만 김영민 씨의 경우는 김동석 과장도 흔히 보지 못한 가장 좋은 사례라고 설명한다. 비록 있어서는 안 될 사고를 당했지만 심리치료부터 산재보상, 재활, 원직복귀 준비까지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민 씨가 재활과 원직복귀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셨고, 그동안 성실하게 일하신 부분들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치료를 받으셔야 할지 모르지만 장애보상과 재활치료까지 순조롭게 받으시고 원직복귀까지 성공적으로 해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든 것을 김영민 씨의 공으로 돌리는 김동석 과장의 말을 듣고 있던 김영민 씨가 손사래를 치며 김동석 과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강조한다. 산재와 관련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자신에게 큰 버팀목이었다고 말한다.
“김동석 과장님이 정말 자신의 일처럼 진심을 다해 도와주셨어요. 너무 고마워서 차 한 잔, 식사 한 번 하자고 해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며 거절하시더라고요. 뭐라도 표시를 하고 싶어서 물어물어 공단 고객센터에 감사편지를 올리기도 했죠. 그렇게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이제는 피를 나눈 형제 같이 든든한 마음이 듭니다. 제가 공단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다른 산재노동자들도 도움 받을 수 있도록 주위에 공단의 제도들을 적극 알리려고 합니다.”
공단 직원과 산재노동자로 만났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함께 보낸 두 사람에게서 서로를 위하는 진심이 묻어났다.
“제가 김영민 씨에게 특별히 해드린 건 없는데 도움을 드리려고 했던 마음을 알아주셨던 것 같아요. 힘든 상황에서도 재활을 위해 노력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김영민 씨처럼 다른 산재노동자 분들도 공단의 도움을 적극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완벽한 제도라는 건 없지만 산재노동자 분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도움을 드리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