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평일 저녁, 다들 퇴근이 한창인데 광주의원 새내기 주임들이 발길을 돌려 광주의 한 케이크 공방으로 향했다. 신입답게 유쾌하고 열정적이며, 화기애애했던 레터링 케이크 만들기 수업 현장.
글. 박채림 사진. 박찬혁
알록달록 마음에 색을 입히는 시간
작은 케이크 공방에 근로복지공단 광주의원의 다섯 주임이 들어서자 공간이 가득 찬다. 공방에 도착해서도 재잘재잘 수다와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 이들. 지난 1월 22일 광주지역 산재노동자의 전문 재활 서비스를 위해 새롭게 개원한 근로복지공단 광주의원의 새내기 주임들이다. 작업치료사인 박수진 주임을 제외하고, 조여름, 이기훈, 오두진, 김류성 주임은 모두 물리치료사. 입사한 지 이제 3개월.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퇴근길에 지친 기색이 어릴 법도 한데 케이크 만들기 수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바깥 날씨와 달리 모두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I 조여름 주임 I 광주의원이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워낙 분위기가 좋아요. 다들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랄까요? 선배 치료사 선생님들께서도 늘 열린 마인드와 유연한 사고로 잘 이끌어주셔서 저희 신입사원들도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에서 열정적으로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다들 워낙 밝은 성격들이라 오늘 수업이 조금 산만할지도 몰라요.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기 전, 각자가 섞을 생크림과 색소를 나누어주는 강사님이 설명하다 말고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정말 이런 학생들은 처음 봤어요!’ 다들 궁금증이 수만 가지. 어린이처럼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선생님을 바라보니 웃음이 절로 터질 수밖에.
수업은 저마다 준비한 케이크 시안을 참고해 필요한 컬러의 생크림을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곰돌이 케이크를 만들고 싶은 박수진 주임은 갈색 색소를 생크림에 섞기 시작하고, 부모님께 드릴 샤넬 케이크를 구상하는 오두진 주임은 로고가 될 검은색 생크림을 만든다. 가족과 함께 나눌 스마일 케이크를 만드는 김류성 주임과 곧 다가올 자신의 생일을 기념하는 케이크를 만드는 조여름 주임은 연신 티격태격하면서도 수다가 한창. 김류성 주임의 넘치는 장난기와 자신감이 공방을 내내 잔잔한 웃음으로 가득 채웠다. 로맨티스트 이기훈 주임은 연인을 위한 케이크를 만들 계획. 처음엔 서툰 기색이었지만 나중엔 강사님이 인정한 명실공히 실력파의 면모를 자랑하기도 했다.
서로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든든한 동료애
색소를 다 섞었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케이크에 장식을 시작할 차례. 미리 구워둔 시트지를 3단으로 자른 후, 아래층부터 생크림을 발라나가기 시작한다. 가장 어려운 단계는 역시 케이크의 표면이 되는 부분.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시간이다. 강사님의 숙련된 시범을 보고 감탄을 내뱉던 직원들이 이내 자신감 있게 도전을 시작한다. 그러나 케이크에 생크림을 바르는 데만 족히 1시간가량.
I 박수진 주임 I
만드시는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시중에서 파는 케이크는 절대 비싼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갑니다. 그렇지만 공단에 입사하고 정규직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주임님들과 함께 이런 시간을 보내고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오늘 만든 케이크는 내일 가져가서 고마운 선배, 동료와 함께 나누어 먹어야겠어요.
걱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노력한 끝에 곰돌이 케이크를 완성해낸 박수진
주임이 마지막 곰돌이의 귀를 장식하고 활짝 웃어 보인다.
케이크 위에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그려 넣는 이기훈 주임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여러 번의 연습 끝에 마음에 드는 문구를 완성해냈다.
I 이기훈 주임 I
저는 광주의원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동기를 얻게 되어 그 점이 가장 기쁩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나,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동기들이 정말 큰 힘이 되더라고요. 요즈음은 코로나19로 인해 다 함께 모일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데, 이렇게 모여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광주의원 선배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이기훈 주임의 단짝이자 룸메이트, 마치 거울 같은 존재라고 칭하는 김류성 주임은 일단 지르고 보는 타입. ‘선생님, 저 왠지 잘 될 것 같아요!’, ‘이 정도면 완성 아닌가요?’ 연신 자신감 있는 멘트를 던지고, 강사님의 도움을 받지만 결국 케이크는 근사하게 완성됐다. 엄마와 아빠, 누나에 귀여운 하트가 새겨진 케이크는 온 가족에게 함박웃음을 안겨줄 테다.
I 김류성 주임 I
광주의원의 막내로 입사하게 됐는데, 어려움보다는 보람과 행복, 뿌듯함이 더 큽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환자를 위해 일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하루하루 치료사로서 큰 자부심을 주거든요. 앞으로도 개인적인 역량을 키워서 치료실에 보탬이 되는 인재가 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클라리넷을 배우고 싶어요. 또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는 봉사활동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오늘의 마무리는 오두진 주임의 샤넬 케이크로 마무리됐다. 샤넬 로고에 진주 모양의 초콜릿 장식을 꾸미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개성이 넘치는 특별한 케이크가 완성됐다. 케이크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막힘 없이 대답을 내놓는 모습에 주변의 감탄과 웃음이 이어졌다.
I 오두진 주임 I
오늘 이렇게 동기들과 케이크를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하게 도와주신 선배님들과 공단 분들께 감사드려요. 동기들과 더 끈끈한 우정을 만들어나갈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공단에 한 몸 바쳐, 열심히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다 같이 완성한 케이크를 카메라로 찰칵찰칵 찍으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직원들. 때로는 서로를 놀리며 웃음꽃을 피우고, 지칠 때는 공감하고 격려하는 신입직원들의 모습에서 오랫동안 이어질 끈끈한 동료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알록달록 저마다의 빛깔로 완성된 케이크에 새겨진 마음들이 오랫동안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