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8시가 되면 동해병원 임지영 간호사의 휴대전화에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알리는 문자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안내된다. 코로나19 상황이 시작된 지 2년, 29년 차 간호사가 긴장의 끈을 놓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글. 박채림 사진.김재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라는 위기
근로복지공단 동해병원이 오늘도 분주한 하루를 맞이한다. 산재보험 재활인증기관으로 문을 열었지만, 장해진단 및 재활은 물론 영동권 유일의 건강검진 전문의료기관으로 일반 진료를 위해 이곳을 찾는 환자도 대다수. 아침 일찍 찾아온 수많은 환자 중 단 한 명도 병원 로비를 허투루 통과하는 사람은 없다. 로비에 선 직원들이 일일이 문진표 작성을 도와주고, 덴탈 마스크를 착용한 환자는 그 자리에서 KF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및 손 소독 등 철저한 출입 단계를 거친다. 고령의 내원 환자가 많은 특성을 고려한 동해병원만의 감염관리 노하우다.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된 지난 2년간 동해병원은 짧은 시간 안에 높은 감염관리 성과를 나타냈다. 여기에는 1992년 입사 후 내과 병동과 외래, 심사실, 건강관리센터, 감염관리실을 두루 거쳐온 임지영 간호사의 발 빠른 위기 대처 능력이 큰 역할을 했다.
“감염관리실에 발령받은 지 1년쯤 되었을 때 코로나19가 발생해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어요. 그날부터 하루도 마음 편히 잠을 자본 적이 없죠. 물론 저뿐만 아니라 일선에서 근무하는 감염관리실 직원과 의료진, 환자분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고 저보다 더 고생하는 분이 많은데, 제가 큰 상을 받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한편 많이 부끄럽습니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생각합니다.”
2015년 메르스라는 감염병이 전국을 휩쓸던 당시 동해병원은 진폐환자를 주로 돌보고 있어 메르스 전담병원으로 운영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보임에 따라 동해병원 역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대응에 나섰다. 갑작스런 상황에 시설과 장비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감염병 대응 체계가 완전히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임지영 간호사를 비롯한 동해병원 감염관리실은 비상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경영진과 함께 매일 논의를 거듭하며 대책을 마련해나갔다.
그러나 감염병 방어에 총력을 다하던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 두 번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동해병원 입원자 중에서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병원은 바로 코호트 병동 운영 체계에 돌입한다. 중요한 것은 추가 확진자를 막는 것. 임지영 간호사는 역학조사관, 보건소, 소방서와 수시로 연락 체계를 유지하며 확진자 전담치료병원으로 환자이송 및 자가격리 조치 등 병원 내 추가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이어나갔다. 더불어 매일 오전 오후 직접 감염예방 안내방송을 진행하며 환자를 안심시켰다. 그러는 동안 추가확산 없이 환자는 무사히 전담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병원은 점차 안정을 찾았다.
동해병원을 찾는 환자 중 코로나19 의심 소견이 있어 추가 검사가 필요하면, 검사수탁업체로부터 제일 먼저 연락을 받는 사람 또한 임지영 간호사다. 새벽 5시에 문자로 연락을 받으면 검사 결과가 나오는 오전 11시까지는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고. 백신 접종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지금도 여전히 그녀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의료진 모두 많이 지쳐가고 있지만, 하루하루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은 아무래도 환자를 위한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국가 재난위기 상황이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입원 환자의 외출과 외박, 면회가 전면 금지되었거든요. 명절에 환자 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되어 병원에 와보면 가족도 만나지 못하고 쓸쓸히 계신 모습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힘든 와중에도 병원 지침을 잘 따라와주신 환자 분들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어서 빨리 이 사태가 종식되어 환자 분들이 마스크를 벗고 그리운 가족과 마음 편히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믿음
나이팅게일 상이라는 영광 앞에서도 임지영 간호사는 연신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을 먼저 부른다. 야근과 주말근무로 집을 비울 때도 지친 어깨를 다독이며 묵묵히 응원해준 가족들.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 친구들까지. 특히 두 번의 코호트 병동 운영을 함께 이겨낸 의료질관리실과 감염관리실 동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전우애를 남겼다.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때부터 전쟁이 시작됩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비상대응체계 지침대로 부서별 업무를 분담해 대응하죠. 무엇보다 우리 팀(의료질관리실, 감염관리실)의 팀장님을 비롯해 팀원들 모두 며칠 밤을 꼬박 새웁니다. 그럴 때마다 힘든 내색 없이 서로 격려하고 챙겨주며 끝까지 참아준 동료들 덕분에 모두 잘 해결되었어요. 가장 힘든 시기에 함께한 고마운 팀원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임지영 간호사는 코로나19 상황 동안 전국 각지의 근로복지공단 감염관리실 간호사들이 단체 SNS 대화방을 통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격려했기에 위기를 함께 겨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기꺼이 물품을 지원해주었던 기억, 바쁜 와중에도 각자 공부하고 습득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내던 날들. 그리고 힘든 상황에서도 오히려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하던 환자들의 따뜻한 토닥임까지. 여전히 하루하루 숨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일까? 개인적인 꿈을 묻는 질문에 임지영 간호사는 평범한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소확행’을 이야기한다. 환자들이 마스크를 벗고 소중한 가족을 만나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취업한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일. 고마운 이들을 직접 만나 따뜻한 밥 한끼를 나누는 즐거움까지. 임지영 간호사의 헌신이 만들어낸 소소하지만 위대한 일상이 어서 빨리 우리 곁에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임지영 간호사가 말하는 간호의 정석
배려하는 마음이 좋은 일을 만듭니다
제가 일 잘하는 간호사라고 스스로 말하긴 송구스럽지만, 오랜 시간 일하며 지켜온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기록, 평상 시 기록을 꼼꼼히 하는 습관이 참 중요하더라고요. 무슨 업무를 맡던 자신이 맡은 일은 잘 기록하고,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파일로 정리하고, 팀원과 그 내용을 공유하면 내용을 잘 숙지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일 잘하는 것만큼이나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면 업무를 더 매끄럽게 잘 처리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