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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부지런히 일해도 살아가다 보면 예기치 않게 닥쳐오는 위기가 있다. 건강이 흔들리면서 가정경제의 뿌리도 약해지기 시작했고, 어쩔 수 없이 원래 하던 조리사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다른 일을 맡아야 했다. 하루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려던 찰나에 닥친 손목 골절.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와 상담과 서울의원의 재활 치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한 지금, 조영남 씨는 다시금 인생의 새 막을 열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글. 정라희 사진. 김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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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업무 중 일어난 골절 사고

평범하게 보이는 일상 가운데서도 사고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스스로 천직이라 여겼던 조리사 일을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내려놓은 조영남 씨가 임시로 시작한 일은 카드 배송 업무였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자활사업 중 하나였지만, 낯선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하루하루에 드는 품이 적다고는 할 수 없었다.

“원래 하던 조리사 일을 내려놓은 후에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카드 배송 업무를 하는 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일로 일터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 일도 있었고요. 그래도 최소한의 생계비는 스스로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일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병원에 오가야 할 사정이 많았던 그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사고.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바닥에 손을 짚었고, 그대로 오른쪽 손목이 빠지고 골절을 입었다. 그때가 2020년 6월 24일. 도움을 구하고자 근로복지공단에 전화해서 처음 연결된 담당자가 서울관악지사의 김혜린 과장이었다.

“처음에는 전화로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위중한 환자들이 많이 오는 큰 병원에서는 저에게 관심을 두기 쉽지 않더라고요. 통증은 갈수록 심해지는데 제가 어디 말할 곳이 있나요. 다시 김 과장님에게 전화했지요. 그때 바로 저에게 ‘병원에서 만나자’고 하시더라고요.”

병원에서 얼굴을 마주한 김혜린 과장은 “첫 전화상담 때 조금 딱딱한 목소리로 통화한 것 같아 계속 마음에 남았다”며 그 자리에서 양해를 구했다. 누군가는 당연하게 여길 사소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배려하는 김혜린 과장의 진심에, 조영남 씨는 깊이 감동했다고 전한다. 특히나 최근에 사람에게 상처 입은 경험이 있어 그 한마디가 더욱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종일 전화 응대를 하다 보면 행정적인 목소리가 나올 수가 있잖아요. 저도 사회생활을 한지라 당연하게 여긴 부분이었는데, 먼저 제 마음을 헤아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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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회복을 넘어 마음까지 위로받은 시간

조영남 씨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은 김혜린 과장은 그 길로 근로복지공단 서울의원 재활특진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서울의원은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의 분원으로 산재 통원환자들이 더욱 빠르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재활전문센터로 특화한 곳이다. 서울의원 센터장 손동균 진료과장은 “의료진과 환자와의 거리가 가까운 점”을 서울의원의 강점으로 꼽았다. 서울 영등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데다 의료진과 환자가 언제든지 마음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 심리적인 거리감도 가깝다. 덕분에 조영남 씨는 서울의원에 온 첫날부터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

“원장님과 상담하면서 ‘다시 조리사로 일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왜 조리사를 하고 싶으세요?’ 하고 되물으시더라고요. 사실 제가 그 일을 정말 좋아하고, 자부심도 느끼고 있거든요. 제 이야기를 들은 원장님이 ‘그러면 해야죠!’ 하고 용기를 주시더라고요.”

이후 조영남 씨는 서울의원에서 수부 치료와 함께 직업 복귀 프로그램을 병행했다. 재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조영남 씨의 건강 상태는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많이 뒤처져 있었다. 작업치료사인 원재경 대리는 조영남 씨의 수부 치료와 직업 복귀를 지원하면서 손상된 기능 회복과 함께 심리적인 지지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누구보다도 직업 복귀 의지가 강했던 조영남 씨는 서울의원 의료진들에게도 희망을 주었다. 원재경 대리 역시 의욕적으로 재활에 임하는 조영남 씨의 모습에 오히려 감동했다고 이야기한다.

“치료를 받으시는 동안 잠을 통 주무시지 못하셨어요. 24시간 중 저와 치료하는 시간은 30분인데, 23시간 30분은 환자 분의 시간이잖아요. 그래서 평소 관리법을 알려드리고 일종의 숙제를 냈어요. 혼자서 한 시간 동안 운동한 동영상을 저에게 보내 주시는데, 말씀드리는 대로 성실하게 따라오시니 저희도 도와드리고 싶은 의욕이 넘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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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꿈, 나누고 싶은 응원

조영남 씨는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약 5개월간 수부 치료를 받은 후 2개월 동안 직업복귀훈련을 받았다. 신체 기능 향상과 함께 모의 작업 훈련을 병행하면서 희망하던 원직무 복귀 계획도 꼼꼼하게 세웠다. 김혜린 과장은 여기에 심리적 안정을 위한 집중심리상담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했다. 이러한 다각적인 지원에 힘입어 조영남 씨는 재활을 마치자마자 희망하던 조리사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산재로 상처를 입기 전에도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를 자주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그렇게 효과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운동 치료로 소문난 곳은 지방에 있거나 비용이 엄청나기도 해서, 저로서는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전문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니 재활을 하면서도 설렘이 앞섰지요.”

다시 조리사로 근무하면서 일상을 회복한 조영남 씨는 이제 더 큰 꿈을 꾼다. 지금은 월급을 받고 일하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창업을 한다는 꿈이다. 위기 앞에 좌절하지 않고 단단한 의지로 자기 길을 개척해가는 조영남 씨를 보면서 김혜린 과장과 서울의원 의료진들도 다시금 소명을 다지고 있다. 그들에게도 조영남 씨는 ‘자랑스러운 사람’이다. 김혜린 과장은 다른 산재 근로자들에게도 근로복지공단이 희망의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

“산재 근로자들은 갑작스럽게 닥친 산재 사고로 분노와 우울,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실 때가 많아요. 혼자서만 고민하지 마시고 용기를 내셔서 근로복지공단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더 나은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통해 희망을 되찾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 깊은 부분을 건드린다. 조영남 씨는 말한다. 전문적인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 모두 도움이 되었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일으킨 것은 ‘사람’이었다고. 그렇게 삶에 찾아온 ‘사람’이라는 행운 덕분에, 그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