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리켜서 두뇌가
명석하다고 말해주시는 것은
대단히 기쁩니다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학문의 즐거움>은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자서전이다.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노벨상에는 수학 분야가 없다. 대신 수학 분야에서 노벨상과 비견되는 권위를 가진 것이 필즈상. 이 상은 4년에 한 번씩 수여되는데 40세를 넘지 않은 사람에게만 준다는 특별한 조건이 붙어 있다. 헤이스케가 ‘특이점 해소’라는 논문으로 필즈상을 받은 나이는 37세로, 거의 최고령에 가까운 나이였다.
필즈상 수상자가 됨으로써 세계적인 석학의 반열에 오른 것이기는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남다른 천재’와는 퍽 달랐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했고, 대학교 3학년 때 이르러서야 뒤늦게 수학을 전공하려는 결심이 섰으며,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주위의 특출한 학생들을 보며 끊임없이 자신의 평범함을 확인해야했다. 세계적인 업적을 이룰만한 기미도, 번뜩이는 타고난 재주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는 결국 필즈상 수상자와 하버드대 교수라는 최고의 자리에 섰을까. 그것은 그가 학문과 삶을 대하는 남다른 태도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경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소박한 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