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건설 현장, 특히 고층 건물을 올리는 현장에서 펌프카는 빠질 수 없는 건설 기계다. 물과 잘 섞은 시멘트나 콘크리트를 펌프카의 파이프를 통해 고층에서 안정적으로 타설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타설 작업이 끝난 뒤에 내용물이 파이프 안에 엉겨 붙지 않도록 고압 호스로 물을 쏘아 청소하는 것도 펌프카 기사의 업무 중 하나다. 그 일상적인 과정에서 이응식 씨가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할 거라고는 본인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제가 어린 시절부터 온갖 일을 하다가 정착한 것이 펌프카 기사였어요. 1년에 8개월만 일해도 돈을 괜찮게 버니 오랫동안 일을 했죠. 그날도 물 호스로 파이프를 청소하는데 수압이 약해서 잔여물이 잘 나오지 않았어요. 원래 나뭇가지로 실린더 안의 잔여물을 빼려고 했는데, 나뭇가지가 없어서 손가락을 넣었다가 기계 오작동으로 실린더에 손가락이 잘린 거죠.”
왼손의 손가락이 4개나 잘리는 큰 사고였던 만큼 수술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2019년 12월 4일 사고를 당해 7차례의 수술을 받으면서 상처 부위는 어느 정도 안정되었지만, 손가락의 시리고 아픈 증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일하던 회사에서 병원비도 주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가슴을 쓰라리게 했지만, 그의 마음을 한층 무겁게 만든 것은 평생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건축 장비 기술을 더는 쓸 수 없다는 점이었다. 아픈 손을 생각하면 몸이 떨리고 눈물만 났지만, 가족을 생각하면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