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행시
등나무와 함께 엮어가는 추억, 라탄소품 만들기
-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
라탄공예는 친구들과 인연을 쌓아가는 과정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물을 잘 먹여 부들부들 촉촉한 등나무 심을 한올 한올 엮어가다 보면 어느새 단단한 만듦새를 지닌 라탄 소품이 완성된다.
마치 친구들과 별 생각 없이 웃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이 우정을 단단하게 묶어주는 끈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 복지사업부의 김수연 주임, 산재의학센터의 김민경 주임, 부정수급예방부의 조우주 대리,
재활보상2부의 이수련 주임이 라탄공예에 도전했다. 각자 개성을 담은 소품과 함께 또 다른 추억을 쌓은 그 시간을 들여다본다.

sub_writer_deco김제림·김주희사진 한상훈

 

라탄의 탄성을 유지하는 방법,
계속 물을 뿌려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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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탄은 청량한 여름을 떠올리게 만드는 오래된 수공예 재료 중 하나다. 아열대 기후 토지에서 자라는 등나무의 심만 잘라내어 가늘게 만든 것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지의 라탄이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둥글게 말려있는 라탄을 보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쉽게 감이 오진 않을 것이다. 이 라탄 중에서도 소품의 뼈대를 잡아주는 날대와 기존 날대 사이에 끼워주는 덧날대, 뼈대 사이에서 면적을 채워주는 사릿대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날대와 사릿대를 구분하는 방법은 바로 탄성이에요. 날대는 기둥 역할을 하는 만큼 조금 더 뻣뻣하고 탄성이 없어요. 반면 사릿대는 한층 말랑말랑하고 유연성이 좋아서 엮어나가기가 수월하죠. 라탄이 말라버리면 이를 구분하기가 어려우니 계속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면서 만들어야 해요.”
강사의 설명을 들어도 손이 많이 가는 세밀한 작업인 만큼 첫 시작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도움을 받아 라탄을 엮어가기 시작했다. 손으로 촘촘하게 엮어서 모양을 잡아주고 정해진 위치에 매듭을 지어주는 것이 헷갈릴 수 있지만, 다시 풀었다가 엮어갈 수 있어 한층 부담이 덜하다.
“라탄공예로 만든 소품을 봤을 땐 접착제로 붙이기도 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로지 라탄을 엮는 거로만 소품을 만들 수 있다니 놀라워요.”
“발리로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라탄 소품을 잔뜩 사오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만들어볼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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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주 대리와 김민경 주임이 열심히 라탄을 엮어가며 감탄한다. 라탄은 환심의 두께에 따라서 같은 작품을 엮어도 느낌이 달라지기 쉽다. 심의 굵기가 늘어날수록 촘촘하게 엮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굵기의 환심을 교차해가며 만드는 방식을 사용하면 한층 톡톡 튀는 리듬감을 줄 수 있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다. 초보자에게는 2mm 굵기의 심도 버겁게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다양한 라탄 소품을 보면서 의욕을 내본다.
“근데 정말 공이 많이 들어가네요. 공예품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사람의 손이 이만큼 들어간다고 하니 라탄공예가 좀 새롭게 보여요.”
김수연 주임이 그동안 라탄소품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웃는다. 그렇게 네 명은 손은 라탄을 엮는 것에 집중하면서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원데이클래스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렇게 전체적인 균형을 확인하며 꾸준히 손을 놀리다 보니 자신이 선택한 소품의 모양새가 표본과 비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각자 다른 소품을 선택해 만들었던 만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집에서 같이 쌓은 추억, 라탄 공예로 기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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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광주지역본부에 온 시기도, 부서도 다른 네 사람들이 원데이클래스를 같이 신청할 정도로 인연을 쌓은 데에는 사택이 큰 역할을 했다. 모두 다른 지역에서 광주지역본부로 발령이 나면서 같은 사택 멤버로 지내게 된 것이다. 조우주 대리와 김수연 주임, 김민경 주임은 근 3년간 함게 살았고, 작년에 이수련 주임이 입사하면서 오순도순 넷이서 지내왔다.
“집에서 함께 간단한 요리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면서 점점 더 친해졌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다니는 것은 꿈도 못 꿨는데 이렇게 새로운 것을 체험해보고 함께 외출도 해서 더 즐겁네요.”
이수련 주임이 같이 살았던 날의 기억을 담은 소품을 만들며 그 전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이수련 주임이 만든 것은 라탄의 뽀얀 색을 그대로 살린 베이지색 귤 바구니였다. 중간에 빗살무늬 모양으로 심이 엮인 것이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는 소품이다. 작년에 시골에서 귤을 따와 사택에서 다 함께 나누어 먹었을 때 맛있었던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소품이다. 김수연 주임도 귀엽고 실용적인 바구니를 완성해 사택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겠다며 웃는다. 여기에 추가로 산 재료로 더 예쁘게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할 계획까지 세웠다.
반면 김민경 주임은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는 소품을 만들었다. 최근에 결혼해 사택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었는데, 신혼집 식탁 옆에 소품으로 둘 바구니를 만든 것이다. 발리 여행에서 라탄 소품을 사오고 싶어할 정도로 좋아하는 만큼 일상에서 두고 쓸 수 있는 소품을 선택한 것에 한층 의의가 느껴진다.
스스로를 손재주가 없다고 평하던 조우주 대리는 거울을 선택했다. 최근 사무실 책상 위의 거울이 망가졌는데, 라탄으로 테두리를 두른 거울을 예쁘게 만들어낸 것이다. 수공예 원데이클래스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말하지만 깔끔한 만듦새에 흡족해하며 밝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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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 주임님이 라탄으로 만든 예쁜 작품들이 많다고 해서 시도해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만족스러워요. 넷이 모이면 웃음이 멈추지 않는데, 직장이나 집이 아닌 색다른 곳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옆에서 각자 만든 완성품을 살펴보며 사진을 찍던 김민경 주임이 이수련 주임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손재주 많은 사람만 라탄 클래스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해보니 참 뿌듯하네요. 네 명이서 이렇게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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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에서 다양한 추억을 쌓았던 네 명의 표정이 한뜻 산뜻해졌다. 각자가 만든 소품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으며 오늘의 추억을 저장하는 그들의 나날이 한결 다채로운 기억으로 채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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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주 대리
인테리어와 실용성을 모두 갖춘 라탄 거울을 잘 만들어내서 만족스러워요. 마지막에 거울 가장자리를 꽃잎모양처럼 묶어야 했는데, 가장 애를 먹은 부분이지만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라탄으로 작품을 만드는 우리 모습이 국립박물관의‘ 볏짚으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조상’이란 전시작과도 닮은 것 같아 재밌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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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주임
아무 생각 없이 만드는 것에 순수하게 몰두할 수 있어서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무기력한 느낌이 들 때가 있었는데, 일상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완성하는 데서 느끼는 성취감이 의미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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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주임
사택 멤버들과 원데이클래스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부터 기대가 되더라고요. 화창한 가을날에 함께 옷을 맞춰 입고 예쁜 작품을 만든 것도 힐링에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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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련 주임
저에게 라탄은 여유로운 느낌을 주는 소재 중 하나에요. 다소 생소하지만 새로운 것을 체험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서 기뻤습니다. 새로운 도전으로 마음도 리프레시 되어서 더욱더 즐거운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