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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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의 의지로 기적을 만들다
근로복지공단 의정부지사 재활보상부 박봉우 과장과 산재노동자 박명제 씨
목재와 철근 등 자재를 옮기고 쌓는 건설현장에서는 아무리 주의를 해도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안전수칙을 따르고 주의를 하지만 잠깐 방심한 사이에, 또는 실수로 위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건설현장에서 갱폼(Gang Form) 설치자로 일해 온 박명제 씨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움직이는 것도 힘들 정도였던 그는 재활의 의지를 다졌고 근로복지공단 의정부지사 박봉우 과장을 만나며 함께 기적을 만들어냈다.

글. 김주희 / 사진. 남지우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절망하다
근로복지공단 의정부지사에서 처음 만난 박명제 씨는 의자에 앉아 서류작성에 한창이었다. 인사를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건설현장에서 심각한 사고를 당했다고는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멘토링 프로그램의 멘토로 활동하려고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었어요. 제가 살아있는 게 신기하다고, 다시는 걷지 못할 거라고 할 정도로 부상이 심했거든요. 하지만 재활을 통해 지금은 크게 불편함 없이 걸어 다녀요.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을 정도니까요. 재활의 중요성을 다른 산재노동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박명제 씨는 지난해 2월에 건설현장에서 갱폼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갱폼이란 주로 고층아파트와 같이 평면상 상하부가 동일한 단면 구조물에서 외부벽체 거푸집과 케이지를 일체로 제작하여 사용하는 대형 거푸집이다. 워낙 규모도 크고 무거울 뿐만 아니라 기술력이 필요한 일이라 작업 시에는 항상 주의를 기해야 하는 작업이다.
“박명제 씨가 그 분야에서 최고로 손꼽힐 정도로 전문가셨어요.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건물들을 지을 때 갱폼 설치를 도맡아 하셨죠. 위험한 건설현장에서 일하셨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대해 항상 주의하셨다고 하는데, 사고를 당하시고 정말 힘드셨을 거예요.”
박명제 씨가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될 때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살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약 1.5톤 무게의 갱폼에 허리부터 하반신까지 눌렸기 때문이다.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했어요. 다친 정도가 심하니까 9개월 정도 병원생활을 한 것 같아요. 입원했을 때 아내가 마음고생을 엄청 했어요. 하반신에 힘이 안 들어가니까 수술하고 15일 동안 화장실도 못 갔었죠. 몸을 못 움직이니까 2달 동안은 아내가 침대를 밀고 다녔어요. 굉장히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저도 그렇지만 가족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한 거죠.”

이렇게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되겠다고,
재활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사실 박명제 씨는 해서는 안 될 생각도 했었다. 우울증이 심하게 오고 의지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데서 오는 절망감에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한 것. 당시 입원 중이던 한림병원 옥상으로 휠체어를 타고 올랐지만, 옥상 난간 유리에 막히면서 다행히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다시 병실로 내려가서 재활의학과 최수정 과장님에게 사실 내가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고 얘기하니 5분만 기다리라고 하더라고요. 급히 어딘가로 가시더니 그림 그리는 걸 가지고 오셨어요. 그걸 그리면서 마음이 조금 안정되더라고요. 가족들 생각도 나고요. 이렇게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되겠다고, 재활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다시 걷기 위한 재활을 시작하다
그가 재활에 의지를 보이자 한림병원에서는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을 추천했다. 재활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박명제 씨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한 것. 박명제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박명제 씨가 입원했을 당시에 주위에서 근로복지공단은 절대 가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산재를 입고 병원에 입원을 하면 보상을 받게 해주겠다고 접근하는 브로커들이 많거든요. 수수료를 노리는 거죠. 그런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들려오니까 박명제 씨도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야 공단을 찾으셨어요.”
그렇게 인천병원에서 재활을 받은 그의 몸은 조금씩 회복이 되었다. 하지만 의정부에 거주하는 그가 인천병원에서 재활을 받기란 거리적·신체적으로 어려움이 컸고 의정부에 있는 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의정부에 있는 병원에서 재활을 받았는데, 인천병원하고는 너무 다르더라고요. 만족스럽지 않았죠. 그래서 스스로 재활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저녁까지 하루에 10시간 동안 운동을 했죠.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고 수군거리니까 아예 인적이 드문 밤에 개천길을 따라 걷기도 했어요. 그렇게 운동을 하니까 차츰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전동휠체어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던 그는 그렇게 차츰 회복돼 갔다. 강하게 재활의지를 보이는 그에게 박봉우 과장은 재활스포츠 프로그램을 안내했다. 수영, 헬스, 스쿼시 등 재활에 도움이 되는 스포츠를 배울 수 있도록 수강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재활스포츠 프로그램 신청을 위해 의정부지사로 오셨는데, 사실 운동하실 만한 상태는 아니셨지만 의지가 워낙 강하셔서 지원안내를 해드렸어요. 박명제 씨는 수영을 배우고 싶어 하셨는데 수영장에서 안전사고가 날까봐 수강을 거절하시더라고요. 차선으로 헬스장에 다니셨는데, 여기에서도 혹시 사고가 발생했을 시 헬스장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고 하셨다고 해요. 보통 사람들은 포기할 만도 한데 박명제 씨는 강한 재활의지로 계속 도전하셨어요. 그래서 놀랄 만한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스스로 재활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저녁까지 하루에
10시간 동안 운동을 했죠.

언젠가 따뜻한 밥 한 끼 할 수 있길
재활을 위한 운동을 시작한 지 약 10개월. 박봉우 과장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의정부지사 입구에서 자리까지 오는데 20분이 넘게 걸렸지만 이제는 큰 불편함 없이 걸을 수 있게 됐다. 다시는 걷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기적을 이뤄낸 것. 여전히 재활운동에 집중하고 있던 그는 어느새 ‘재활전도사’가 됐다
“직접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제가 병원에 가서 다친 사람들을 보면 산재노동자들만 회복이 정체되어 있어요. 재활보다는 장애등급을 받을 생각을 하는 경우를 봤어요. 재활을 하면 좋아지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크죠. 그래서 병원에 가면 산재노동자들에게 재활운동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해요. 분명 나아질 수 있어요. 힘들어도 끊임없이 노력해서 꼭 회복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박명제 씨를 곁에서 지켜봐온 박봉우 과장도 재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동안 많은 산재노동자를 만나왔지만 박명제 씨처럼 중증장애를 입고 빠르게 회복된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것. 2주마다 의정부지사를 찾아온 박명제 씨가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 승리’라는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다시는 걷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기적을 이뤄낸 것.
여전히 재활운동에 집중하고 있던 그는 어느새
‘재활전도사’가 됐다.

“이제 잘 걸으시고 자전거도 타시고 등산도 하세요. 지금은 뛰는 연습을 시작하셨다고 하는데, 분명 어느 날 의정부지사로 뛰어오실 거라고 확신하고, 그날을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 남은 건 박명제 씨가 다시 일을 하시는 건데요. 현재는 원직 복귀보다는 다른 단순한 일이라도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직업훈련을 지원해 드렸어요. 컴퓨터기초와 스마트폰 앱 사용 교육을 받으셨어요. 아직 취업이 되신 건 아니지만, 하루 빨리 일하실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계속 지원해드릴 예정입니다.”
산재를 입고 장애가 생겼지만 재활을 통해 기적을 만들어낸 박명제 씨. 그런 그를 보며 박봉우 과장은 자신이 한 일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박명제 씨 스스로 부단히 노력했기에 얻은 결과물이라며 박명제 씨의 손을 힘주어 잡는다. 그런 박봉우 과장에게 박명제 씨는 고마움을 내비친다.
“박봉우 과장님이 항상 자신은 별로 한 게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정말 과장님이 계셔서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공단에 조금 더 빨리 왔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사고 이후 지금까지 무척 힘들었지만, 저는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서 한림병원 신경과 최진환 부장님, 재활의학과 최수정 과장님, 이은주 치료사님, 그리고 박봉우 과장님을 비롯해 항상 따뜻하게 대해준 근로복지공단 의정부지사 모든 직원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식사 대접을 하고 싶어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거절하는 박봉우 과장이 퇴직하면 꼭 밥 한 끼 사고 싶다고 말하는 박명제 씨. 두 사람이 훗날 건강한 모습으로 마주앉아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게 될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