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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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마음을 어루만진
따뜻한 손길
울산지사 고객 이야기
 

글. 편집실 / 그림. 박성민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아온 20여 년. 아이들이 크면서 엄마의 손길이 덜해도 될 즈음, 한 회사의 품질관리원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빨간 장미가 한창 만발하던 5월, 잠시 현장지원을 나간 곳에서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다친 손을 접합하기 위해 병원 가는 앰뷸런스 안에서 혹여나 트라우마가 생길까 손을 보지 않았습니다. 다만, 동승했던 동료가 어떡하면 좋으냐고 우는 모습을 보고 직감했습니다. 다친 손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하얗게 질려 병원으로 한 걸음에 달려온 남편과 회사 사장님을 보니 내가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다리 멀쩡하고 왼손 쓸 수 있으니 괜찮아요.
아휴~ 괜찮다니까. 혼자 있어도 되니 모두 집으로 가요~!

쫓아내다시피 모두를 보낸 그 밤, 병원 침상에 누워 다친 2, 3번째 손가락을 움직여보니 어색하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아~ 접합이 잘 됐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잠을 청했지만 쉽사리 잠들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접합한 두 손가락은 조금씩 딱딱해지더니 밀랍인형처럼 핏기도 사라지도 바싹 말라갔습니다.
접합, 절단, 피부이식까지 3번의 수술을 하는 동안 전 참 강하고 담대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의 치료기간이 끝나고 산재등급 심사를 앞둔 어느 날, 갑자기 밀려오는 공포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감정기복이 심해졌습니다.
불안정한 심리상태로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를 찾았고, 그렇게 마주한 공단 직원 분을 보자마자 창피한 것도 모르고 울어버렸습니다.

제가요. 처음에는 참 용감했거든요…
사고를 당하고 같이 병원에 간 언니가 울면서 어떡하냐고 했을 때도…
손바닥이 너무 아파서
손바닥을 다친지 알았는데 아니어서 괜찮다고…
나는 결혼도 했고 아이도 둘이나 낳았고…
다시 반지 낄 일도 없어서 괜찮다고
그렇게 주위 사람을 먼저 챙겼는데…
지금은 무섭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회에 다시 나갈 수는 있을까요…….

공단 직원 분은 울면서 두서없이 말하는 제 어깨를 어루만지며 마음을 도닥여주었습니다.

실컷 우세요.
우는 건 창피한 게 아니에요.
우리 함께 이겨내 봐요.
잘 하실 수 있어요.

갑자기 두려웠던 마음이 사라지며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그 후 직원 분은 불안감을 느끼는 제게 심리검사 후 미술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었고 주기적으로 저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2의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해 다친 몸보다도 마음이 더 아프고 외로운 우리 산재노동자들은 이러한 따뜻한 손길을 원합니다.
힘들고 외로운 긴 터널을 함께해준 공단 직원 분,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