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세이

Home>同 WITH>희망에세이
10초의 짧은 걸음,
기적 같은 선물
대구병원 환자 이야기
 

글. 편집실 / 그림. 장지혜

주말부부인 우리,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더욱 애틋하고 항상 걱정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큰 시련이 닥쳤습니다. 남편이 일하다 넘어져 흉추를 다친 것이었죠. 허둥지둥 달려간 병원. 큰 수술을 마치고 나온 남편은 가슴 밑으로 마비가 되어 하반신의 감각을 잃고 말았습니다. 걸을 수도, 배변을 할 수도 없어 약에 의지하고 소변줄을 달아야하는 상황… 그렇게 우리 부부에게 힘든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일하다가 다친 거니 산재보상 받을 수 있을 거예요. 한 번 알아봐요.

지인에게 우연히 들은 정보는 힘든 나날을 보내던 우리에게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대구병원으로 옮겨 재활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죠. 오로지 팔 힘으로만 생활이 가능하고 일어서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상태였지만, 물리치료사 선생님은 쉽게 일어서는 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계속된 연습과 치료 덕분에 남편 혼자서도 침대에서 휠체어로 안전하게 옮겨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평일엔 직장 때문에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주말마다 남편을 만나면 놀라울 정도로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곧 산책도 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지금은 ‘에이~’라면서 안 믿고 계시죠?
그런데 정말이에요.
날씨가 좋아지면 저와 함께 산책 나가셔야 해요.

다른 흉추환자들은 보며 희망을 잃곤 하는 남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물리치료사 선생님의 따뜻한 말이었습니다. 가끔 던지는 장난기 가득한 농담에 남편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고는 했습니다. 남편은 아이처럼 침대에 앉는 법, 평행봉에서 걷는 것,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천천히 익혀갔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4개월이란 시간이 지나고 제 생일이 다가왔습니다.

여보, 고생 많지.
이번에 당신 생일인데 갖고 싶은 선물 있어?

당신이 이렇게 잘 버텨주고
노력해주는 것만 해도 고맙지.
그래도 당신이 걷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참 행복할 것 같아.

제 말에 남편은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생일 당일, 남편의 병실에 들어서자 남편이 천천히 저한테 걸어왔습니다. 10초도 안 되는 찰나였지만, 분명 남편은 예전처럼 제게 걸어왔습니다.

환자 분께서 아내 분 생일선물로
걷는 모습을 보여주시겠다고
정말 열심히 연습하셨어요.

물리치료사 선생님의 말씀에 눈물이 폭포처럼 흘러 내렸습니다. 이보다 값진 선물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아마도 우리 부부에게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