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에서 일상으로 돌아오게 한 도움의 손길
-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 석호필 과장과
산재노동자 최종호 씨 이야기
너무나도 익숙해 변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생활리듬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변경되었을 때,
사람들이 하는 선택지도 다 다르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일상을 찾아서 모험을 떠나고,
어떤 사람은 그 익숙함을 다시 쟁취하기 위해 고난을 헤쳐 나가기도 한다.
“
일하면서 나름대로 규칙을 지키고
조심한다고 생각했는데,
조그만 기계에 에러가 나면서
사고를 당했어요.
그 때 손목이 절단되면서
장애를 갖게 되었죠.
지금도 그 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자꾸 기억에서
잊으려고 하는 편이죠.
”
“병원에서 20일 정도 치료를 받고 나서 집 근처로 병원을 옮겼는데 그 때 제 담당이 되셨어요. 그런데 업무적인 부분보다도 인간적인 부분에서 의지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시더라고요. 사실 처음에 다치는 순간에는 회사 복귀나 뭐 그런 건 생각이 하나도 안날 정도로 충격이 컸는데, 그런 점에서 많이 신경써주셨어요.”
가족 중에도 장애를 가진 이가 있기 때문에 산재노동자의 어려움을 더 잘 알고 있다는 석호필 과장은 최종호 씨에게 편하게 다가가려고 애썼다. 그런 마음씀씀이가 최종호 씨에게도 전해진 것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새 전화 한 통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관계가 됐다.
“
보통 손목이 절단되거나 하는
중재해를 입으면
심리적인 위축이 오기가 쉬워요.
그래서 초기에는 상담센터에서 받을 수 있는
심리상담이나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운동치료 등 말씀드렸죠.
최종호 씨 경우, 심리적인 부분은
본인이 노력을 많이 하셨어요.
”
“보통 손목이 절단되거나 하는 중재해를 입으면 심리적인 위축이 오기가 쉬워요. 그래서 초기에는 상담센터에서 받을 수 있는 심리상담이나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운동치료 등을 말씀드렸죠. 최종호 씨 경우에는 상담센터는 다니지 않으셨지만 대신 심리적인 부분은 본인이 노력을 많이 하셨어요.”
“과장님을 만난게 사고를 당한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였어요. 그 때 통증도 심해서 잠도 못자고 우울증도 겪었어요.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심리상담도 가봐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집에 머무르면서 있다 보니 나가기가 싫더라고요. 그렇게 한주 한주 미루면서 있었는데, 결국에는 내가 책임을 져야 하니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남이 도와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심리상담은 받지 않았어요. 대신 과장님이 심적으로 많은 신경을 써주시고 전화도 자주 해주셨는데, 그게 많이 위안이 되었어요.”
“
장애라는 것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생 익숙해져야 하는
대상에 가깝다.
특히 비장애인으로서
몸을 쓰는데 익숙했던 만큼
본인의 부상이나
기능적인 장애에 익숙해지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
“
“지금도 의수를 쓰면서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어요.
뭐가 묻으면 잘 지워지지 않아서 보통은 장갑을 껴야 하는데,
딱 맞는 장갑을 끼어도 그게 일하는 데에는 불편하거든요.
또 3~4시간 정도 끼면 불편함이 있기도 하고요. 마음처럼 되지 않으니
가끔은 속에서 화가 욱하고 올라오기도 하는데,
그래도 스스로 가라앉히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
“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회사에 없었더라면 아마 복귀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사장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며 연락을 주시니 마음이 다잡아지더라고요.
사실 일상에서 제일 괴로울 때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입니다.
잠에서 딱 깼을 때 내 손에 대해서 실감을 하게 되는 것도 있고요.
그런데 출근해서 일을 하다 보면 오히려 장애나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없어지거든요.
그렇게 괴로움을 잊고 일을 하다 퇴근을 하면 집에 가족들이 있잖아요.
내가 결혼을 늦게 해서 아직 딸도 20대 중반이고, 군대를 간 아들도 있어요.
퇴근을 하면 그래도 가장으로서 가족에게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하지요.
제가 장애를 입고난 후 가족들이 정말 큰 도움을 줬어요.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죠.”
”
“
“6개월이 길다면 길지만, 중상 뒤에 본인의 일상에 회복하기까지는 결코 오랜 기간이 아니에요.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자각을 가지고 있어도 주변 상황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에는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도 흔합니다.
그런데 최종호 씨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다시 일어서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거든요.”
”
“
“사실 과장님의 업무는 산재노동자들을 계속 만나는 일이잖아요.
일반사람을 대하는 일도 힘든데, 다치고 아픈 사람들을 지원하고 마을을 어루만져주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셔서, 그런 노력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한층 마음을 굳게 먹고 있습니다.
과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