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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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만큼 아름다운 당신의 저녁을 위하여
일과 삶의 균형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가장 큰 변화는 퇴근시간이 지나도
회사에 남아 업무 를 하기 일쑤였던 직장인들의 저녁 모습이다.
일찍 퇴근을 한 이들은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는데, 바로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기 위한 여가활동을 위해서다.
꽃꽂이, 프리다이빙, 한복 만들기, 외국어 프리토킹, 요리 강좌까지 직장인들의 여가 활동이 천태만상으로 변화 하고 있다.
제각기 다른 이 활동들이 가진 하나의 공통점을 뽑는다면, 높았던 진입 장벽이 금전적으로나 기회 면에서나 확 내려갔다는 것이다.
새로운 취미를 가져볼까 생각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원데이 클래스,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동호회나 밋업 활동이 기반이 되어 다양한 채널이 만들어지고 있다.

글. 김희정

골라먹는 재미? 하나만 진득하게?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단어가 등장한지 약 2년이 지났다. 비록 OECD 가입국 중에서도 멕시코를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한국이지만, 업무 이후 여가선용에 대한 바람 이 저 단어로 나타난 셈이다. 2017년 한국의 사회동향에서는 청년층과 중년층을 아울러 평일의 여가시간이 약 3시간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이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참가하는 여가활동 유형은 휴식활동, 그 뒤를 이어 취미 오락 활동, 스포츠 참여 활동이었다.

빠듯하다면 빠듯한 여가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도 특기할만한 점이다. 일일체험 플랫폼인 밋업, 프립 등이 그 예다. 밋업은 미국 뉴욕에 본부가 있는 멤버십 소프트웨어 웹사이트로, 유사한 취미나 활동 분야를 가진 사람들이 모임을 개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포켓몬 GO를 플레이하며 희귀 몬스터 레이드를 함께 뛰는 그룹부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소식을 공유하는 그룹까지 흥미 있는 분야에 대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는 것 자체가 밋업의 원동력이다. 한국에서는 외국인들과 만나 언어교환을 하는 모임이 특히 인기가 있는 편이다. 반면 프립은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에 특화된 서비스다.

석고 방향제나 크리스마스 리스처럼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만들기 클래스, 물과 함께 한 몸이 되어 자유를 만끽하는 프리다이빙 체험, 하루만에 곡 한 곡을 그럴싸하게 연주할 수 있게 해주는 악기 강습 등 취향에 맞춘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보통 취미 미술이나 악기 연주 등은 기본기부터 시작해 노래 한 곡, 작품 하나를 만드는데 1주일에 2번 참가하는 기준으로 2주는 필요하다. 그를 생각해 볼 때 이런 원데이 클래스는 상당히 성취감을 자극하는 셈이다.

체험 클래스에서 느낀 즐거움이 꾸준한 취미생활로 이어질 때도 있다. 스탠드업 패들보드를 취미로 삼은 K씨도 원데이 클래스로 참가한 강좌에서 뜻밖의 매력을 찾아내고 아예 시즌권을 끊은 경우다. 그 전에는 보드 위에서 커다란 노를 허우적대는 모습이 끌리지 않아 시도해 볼 생각도 없었지만 우연히 원데이 클래스에 참가해본 뒤 그 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조류가 강한 날은 보드 위에서 내 한몸 제대로 세우기가 세상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것조차도 즐거움이에요. 조류가 약하면 약한대로 내가 젓는 만큼 나가는 거니까 성취감이 느껴지고요. 아마 친구가 같이 하자고 체험권을 끊은게 아니었으면 지금도 몰랐을 재미긴 해요.”
4개월 동안 읽고 쓰고 토론하기
어떤 분야에 대해 알아가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전문가의 강연을 들으면서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벤치마킹할 수도 있고, 정제된 지식이 담겨있는 매체를 접하며 간접적인 식견을 늘려갈 수도 있다. 특히 기반 지식을 공유한 채로 같이 토론할만한 사람들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인 트레바리는 한달에 한권의 책을 읽고 한번의 정규 모임과 한번 이상의 번개를 제공한다. 멤버십은 4개월 단위로 끊을 수 있으니 1년에 3번의 사이클이 있는 셈이다. 정규 모임에 참여하려면 모임 이틀 전까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만 한다. 빠짐없이 성실하게 참여한다면 1년에 12권의 책을 읽고 12번의 독서토론에 참가하게 되는 것이다. 독서 클럽을 이끌어가는 클럽장의 유무에 따라 멤버십 비용도 달라지지만, 책을 읽고 심도 있는 토론이나 강연 참가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꾸준히 회원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내 흥미에 닿지 않는 책을 억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주제 하에 멤버십을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뽑힌다. 나만의 개성 있는 집을 꾸미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내집짓기> 클럽에,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망했어요> 클럽에 가입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다른 클럽이 어떤 느낌인지 맛보는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해당 클럽의 멤버가 아니더라도 지정 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면 선착순으로 ‘놀러가기’ 신청을 통해 다른 클럽의 모임에 참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1주일에 1번이라면 못했을 거예요. 책 한권 읽는 거야 노력하면 가능하지만, 그걸 글로 정제하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까지 해야 하는 건 부담스럽죠. 직장인에게는 한달에 한번이라는 패턴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 근 1년째 트레바리의 멤버인 C씨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동안 너무 빠듯하지 않게 진행되는 지적 유희를 멤버십 유지의 이유로 뽑았다. 멤버십이 비싸긴 하지만, 끊어놓고도 가지 않은 헬스장보다는 본전 뽑기가 더 쉽다고. 또한 4개월이란 길다면 긴 시간동안 같은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과 모임을 유지하며 지적 유희를 통한 친분을 쌓는 것도 강점으로 뽑았다.
여가활동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모여 활동을 하면서
준전문가급 시야를 갖춘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현상의 순기능이다
따로 또 함께, 여가활동의 다양화
한반도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지금만큼 다양한 여가활동이 일반 시민들에게 접근 가능해진 시간이 있을까? 독특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이야 있었겠지만, 사사롭고도 다양한 경험에 ‘여가’라는 딱지가 붙은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취미 삼아 맥주를 만들고, 생활한복을 짓고, 여행비디오를 찍을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홀로 그 취미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삼삼오오 모여서 즐거움을 나누는 것은 이동이 자유롭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현대사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주변에는 나와 같은 취미를 지닌 사람이 없을지라도, 내가 해보고 싶던 여가활동을 해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면 그만큼 접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모여 여가활동을 하면서 준전문가급 시야를 갖춘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현상의 순기능이다. 생활인으로서의 시간은 회사에서, 자아실현의 즐거움을 여가활동에서 찾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사로운 여가를 즐길 줄 알고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 한 사회를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