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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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은 녹이고 희망을 키운 소통의 힘
이동근 씨와 조이화 과장이 전하는 이야기
가끔 예상치 못한 풍파를 겪게 되어 많은 것을 잃었을 때, 친밀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조차도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상처를 극복 하고 일상을 살아나게 하는 치료제로 소통을 빼놓을 수는 없다.
미래를 향한 굳건한 의지와 이를 돕는 노력어린 손길은 또 하나의 희망을 만들어냈다

글. 김주희 / 사진. 강태규

1년간의 대장정, 가장은 재기에 성공했다
이동근 씨는 누가 보나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성실한 사람이다. 베트남에서 대학을 나온 뒤 자동차 금형 제작업체의 전문기술직으로 취직해 꾸준히 올라가는 월급에 보람을 느끼고 가족들과 함께 사는데 행복을 느끼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러나 그의 일상이 어그러진 것은 2017년 10월 29일에 일어난 사고 때문이었다. 금형 기 계의 오작동으로 인해 왼쪽 손의 뼈가 모조리 으스러지고 협착까지 일어나 부득이 하게 손목을 절단해야 했던 대수술은 왼손잡이였던 이동근 씨의 미래도 불투명하 게 만들었다.

“사고가 났을 때, 아픔보다도 대출금 갚아야 하는데 큰일 났다는 현실적 감각이 먼 저 들었어요. 아이가 한명은 5살, 한명은 2살이라 한참 어린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고요. 하지만 수술대 올라가기 위해 입은 옷을 가위로 자르는 순간 ‘아, 나는 이제 일은 안 할란다’고 생각했었죠.”

수술을 끝내고 부산 세일병원에 입원 중이던 그가 근로복지공단을 만나게 된 것은 2017년 12월에 조성우 대리의 연락을 받으면서였다. 조성우 대리가 담당자로 일한 것은 두 달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동근 씨의 심리적인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연결해주면서 다음 담당자인 조이화 과장이 동근씨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올해 1월에 제가 동근씨 일을 담당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전 담당자분이 동근씨에 대한 인수인계를 정말 성실하게 해주셨어요. 동근 씨에게 애정이 있었는지 특별히 잘 부탁한다는 말씀도 남기셨고요. 또 심리상담프로그램에서 상담사분이 기록지를 꼼꼼하게 기록해주셨는데 그 안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쏟아낼 데가 없는 좌절감 등을 읽을 수 있어서 동근씨를 한층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첫 단추를 제가 끼우지 않으면 이해가 조금 어려울 수 있는데 인수인계가 아주 잘 되었던 것 같아요.”

올해 1월에 제가 동근씨 일을 담당하게 되었어요.
이전 담당자분이 동근씨에 대한 인수인계를 정말 성실하게 해주셨어요.
동근씨에게 애정이 있었는지 특별히 잘 부탁한다는 말씀도 남기셨고요.

집중 재활과 취업준비를 시작하다
큰 부상을 입은 뒤 재활 지원에 대한 연락을 받아도 바로 도움을 받겠다고 하기란 쉽지 않다. 본인의 상황이 너무도 힘들기 때문에 아무리 다른 사람이 좋은 이야기를 해도 받아들이기 어렵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동근 씨가 근로복지공단의 연락에 긍정적으로 응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데에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있었다. 수술을 받은 뒤 입원해 있었던 세일병원에서 재활전문병원인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으로 옮겨 집중 재활을 시작한 데에도 미래를 위해 장애 수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세일병원에서 통원을 할 때는 오전이든 오후든 제가 원하는 시간에 갈 수 있었는데, 창원병원은 재활 훈련 시간이 정해져 있었어요. 오후 시간도 있었지만 일부러 오전 9시에 예약을 했죠. 이전에는 새벽에 자고 오후에 일어나고 생활패턴이 엉망이었어요. 그러나 창원병원에 다니면서 하루 일과를 다시 규칙적으로 보낼 수 있었죠.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조이화 과장의 입장에서도 재활치료에 열심히 임하는 이동근 씨의 자세가 기쁘고 고맙게 다가오기는 매한가지였다. 산재를 입은 뒤 느끼게 된 환상통을 보조기를 착용하고 훈련을 하면서 완화시킨 것도 조이화 과장이 뽑는 긍정적인 결과다.
“창원병원을 가시면서 동근씨가 다시 일을 한다는 전제 하에 직무지원형 옵션을 추가한 의수를 맞춰드릴 수 있었어요. 사실 처음에 의수를 착용하시게 된 분들은 영화에나 나오는 특수첨단장치를 상상하고 기능이 예전처럼 회복될 거라는 기대가 있어요. 하지만 손가락 다섯 개를 함께 오므리고 펴고 정도의 기능이에요. 손가락 하나하나를 자유롭게 움직이지는 못하죠. 동근씨도 기대했던 바가 있어서 실망도 있었을 텐데 그 과정을 묵묵히 견디고 적응해 줘서 고마워요. 이전에는 손을 항상 주머니에 넣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밖으로 꺼내놓아요. 그런 변화를 병원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렇게 재활치료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또 다른 과제가 하나 놓여졌다. 바로 취업에 대한 부분이다. 동근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내와 함께 고민하다가 공공기관 장애인 특별채용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조이화 과장에게는 말하지 않고 학원을 다니고 혼자 공부에 매진했다.
“어느 날 조이화 과장님이 전화를 하셔서 7월에 부산 서면에 있는 장애인 고용공단에 함께 가서 일자리를 한 번 알아보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보통 취업에 대해서는 간략한 정보에 대해 안내만 해주시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진짜 산재노동자의 입장에서 사회 복귀를 진심으로 도 와주시는 게 느껴져서 정말 감사했어요. 나중에 공단 홈페 이지에 있는 ‘칭찬합시다’에 과장님 성함을 검색해보니까 몇몇 분들이 쓴 칭찬글이 나오더라고요. 그 때 다시 한 번 과장님이 진심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신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렇게 공공기관 장애인 특별채용 준비를 하던 동근씨는 건강관리보험공단 양산지사에 합격했고 현재 시간제로 근무를 하고 있다. 아직 적응하고 배우는 단계지만 동료들 의 도움과 지지, 동근씨의 노력이 더해져 수월하게 업무 를 진행하고 있다.
내가 받은 희망을 또 다른 사람에게
아픔을 이겨내고 사회에 복귀한 동근씨에게 또 다른 임무가 주어졌다. 산재를 입은 노동자들은 재활치료가 끝난 다고 해도 또 다른 시련을 겪기도 한다. 마주한 현실과 마음의 상처를 어찌하지 못해 스스로의 우울함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동근씨가 멘토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런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어느 날 동근씨가 전화를 주셨는데, 건강관리보험공단에 하반기 장애인 특별채용 공고가 떴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세일병원에 입원했을 시 자신과 같이 손을 다쳐서 매일 울던 동생이 있는데 연락이 안 된다는 거였죠. 채용공고가 난 것을 알려주고 싶다면서요. 그런데 마치 운명처럼 제가 아는 분이었던 거예요. 그 분의 어머니를 통해 연락을 해서 동근씨와 연결시켜 드렸죠. 우울증이 심해서 자살충동까지 느끼셨던 분인데 동근씨를 만나면서 취업준비를 하는 등 정말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 후에 다른 멘티 분들을 동근씨와 멘토링 관계로 연결시켜 드렸어요.”

이러한 멘토링 관계는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고 정보를 나누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픔을 딛고 사회로 복귀한 이동근 씨의 사례는 공단에서 20년간 일한 조이화 과장에게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또 다른 희망사례다.
“이번에 근로복지공단에서 동근씨의 사례를 발표했었어요. 그 자리에서 내가 잘했다고 경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례도 있다는 걸 공유하고 싶은 게 간절하다고 말씀 드렸어요. 동근씨 덕분에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어요. 내 본연의 업무에 얼마나 충실한지를요. 너무 좋은 내담자를 만나게 돼서 동근씨에 고마울 뿐이에요.”

동근씨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조이화 과장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그런 조이화 과장의 모습을 보며 쑥스러워 적극적으로 표현은 못하지만 “제가 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동근씨.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은 단순히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또 하나의 희망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동반자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