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상에 변화가
생기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실제로 최근 건강보험공단에서
2016년~2020년까지 진료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분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중 우울증 환자가 76만 6,000명으로
기분장애의 75%를 차지했다.
글.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보라 진료과장
일상을 무너뜨리는 병, 우울
우울감은 흔히 ‘기분이 처지거나’ 또는 ‘침울한’ 상태를
의미하지만, 임상적 우울증(주요 우울장애)은 지속해
서 우울한 기분과 흥미감의 상실, 수면 곤란, 식욕감퇴,
주의집중력의 손상, 절망감, 무가치함 등과 같은 뚜렷
한 신체적, 정신적 증후를 동반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
징들이 적어도 2주 이상 동시에 존재하며, 사회적 또는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능력이 저하될 때 우울증으
로 진단된다.
우울증의 치료로는 항우울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인지 치료, 대인 관계치료 등 정신치료적 접근을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광선치료, rTMS(repeated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치료의 효과가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
항우울제는 발전을 거듭하여 부작용은 적으면서 충분
한 효과를 보이는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 비약물적 치료 방법들 역시 항우울제와 비교
하여 평가하였을 때, 동등한 효용성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여러 사회적, 개인적
상황에서 우울감, 무기력감에서 벗어나 자신을 바라
보고, 일상에서 긍정적인 정서감과 안정을 찾을 수 있
는 방법은 없을까?
일상에서 우울을 극복하는 두 가지 방법
첫째, 알아차림(자각, awareness)의 중요성이다. 화날 때는 화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마음이 슬플 때 슬픈 마음을 알아차리고, 마음이 두려울 때는 두려워짐
을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알아차리지 못하면 깊은
생각의 늪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거리를 걷던 중 반대쪽에서 아는 사람을
보고 손을 흔들었는데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가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 순간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얼굴이 달아오르는
신체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이때 ‘화가 난다’거나 ‘그 사람이 꼴도 보기 싫다’
는 감정이 생겨날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에 우리가 느꼈을 만한 생각이나 감정,
신체감각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있는 그대로 그 상황을, 판단 없이,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본다면 어떻게 반응할 수 있었을까?
아마 ‘바쁜가 보다’라거나 ‘약간 겸연쩍지만 괜찮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별반응 없이 지나갈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상황에서 생겨나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 신체
감각 그리고 행동을 다르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생각은 사실이 아님을 구별해야 한다.
반추와 걱정은 우울증 환자들에게 흔하게 관찰되는 증상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우울감의 악화와 막연한 불안감을
야기한다. 반추(Rumination)는 과거에 일어난 고통스러운 기억, 생각, 경험을 정신적으로 곱씹는 것을 의미
하고, 걱정(Worry)은 일어나지 않는 미래의 일에 대해
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잘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현재 기분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즐거운 활동을
‘먼저’ 시작해보자. 부정적인 생활 사건은 우울감, 의욕 저하, 무기력감 등 부정적인 기분을 일으킨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기분이 들면 이런 기분이 사라지게 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활동이 저하되거나 회피하고, 생각을 반복해서 하곤 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결과적으로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고, 기분도 더욱 부정적이 된다
.
우울증 환자들 중 활동을 하려고 해도 우울감이나 무기력감 때문에 잘 되지 않는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 분들이
있다. 우울감이 줄어들고 현재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우울증의 악순환을 이겨
내기는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목표지향적 행동은 현재
기분이나 상황보다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목
표에 따라 기분이 저하되어 있어도 긍정적인 행동을 해
보자는 것이다.
햇빛 쬐며 앉아있기, 산책하기, 일기 쓰기, 내 방 청소하기, 노래 부르기, 새소리 들어보기 등 여러 활동 중
어떤 것이라도 괜찮다. 자신에게 즐겁고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하는 활동을 먼저 시작해보면 기분이
나아짐을 느끼고, 이렇게 조금씩 쌓인 긍정적인 감정이 우울증의 고리를
끊어주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