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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소중한 막내 간호사들

땅이 부들부들해지고 나뭇잎이 연녹빛을 띄는 봄은 산 행에 제격이다. 집에서 가까운 서봉산을 자주 다니던 최 명순 주임은 그 즐거움을 좋은 사람과 함께 누리고 싶었 고, 평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김지현 주임 에게 등산을 제안했다. 두 사람의 첫 산행이 이뤄지게 된 배경이다.

I 최명순 주임 I 지현 주임님과 예전부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이렇다 할 계기가 없어서 늘 아쉬웠 어요. 그러다가 문득 ‘함께 산을 오르면 좋겠다’는 생각 이 들었죠.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함께 산행하자고 말했는데, 선뜻 응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이런 기회가 흔치 않으니, 오늘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 면 좋겠어요.


두 사람은 경기요양병원의 ‘막내 라인’ 간호사다. 최명순 주임은 작년 3월, 김지현 주임은 올 1월에 입사했다. 따 로 입사 동기가 없었던 이들에게 서로의 존재는 그 자체 로도 큰 위안이 됐다. 비록 근무조가 달라 인수인계 시간 때 잠깐씩 얼굴을 마주하지만, 이제 막 입사한 서로의 마 음을 잘 알고 있기에 살갑게 지내던 터였다. 다만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마땅치 않았는데, 때마침 최 명순 주임이 산행을 제안해줘서 정말 고마웠다는 게 김 지현 주임의 이야기다.


I 김지현 주임 I 첫 직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여러가지로 긴장이 됐고, 모르는 것도 많았는데요. 그럴 때 명순 주 임님께 많이 의지했어요. 하나를 물어보면 세심하고 꼼 꼼하게 열을 알려주시니 경험이 부족한 신입 간호사 입 장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고, 늘 감사한 마음을 갖 고 있었죠. 그래서인지 오늘 산행이 마치 소풍처럼 설레 고 기대되더라고요.(웃음)


아니나 다를까, 이제 막 초입에 들어섰을 뿐인데도 두 사람의 대화와 웃음이 풍성하게 피어난다. 최명순 주임 이 등산 초보인 김지현 주임을 위해 바람막이 점퍼와 등 산 스틱을 건네자, 김지현 주임의 얼굴에 기쁨이 물든다. 김지현 주임은 보답으로 최명순 주임에게 물을 건넨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풍경이자, 두 사람이 서 로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 목이다.

봄날을 빼닮은 두 주임의 우정

서봉산이 낯선 김지현 주임을 위해, 최명순 주임이 가이 드를 자처한다. 등산 코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물론, 이곳의 자연과 특징에 대해 막힘없이 풀어내는 최명순 주임. 알고 보니 입사 직후부터 지금껏 거의 매일 서봉산 을 오르내렸단다. 그 말을 들은 김지현 주임이 놀라워하 더니, 이제야 비밀이 풀렸다며 입술을 뗀다.

I 김지현 주임 I 사실 명순 주임님을 만날 때마다 항상 쾌활하고 체력이 좋으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비결이 뭔지 물어보고 싶던 차였는데, 매일 등산을 하신다는 이 야기를 들으니 자연스럽게 의문이 풀리네요! 정말 의지 력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I 최명순 주임 I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했어요. 작년 초까지는 수영에 빠져 있었죠.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 되면서 수영장에 가는 게 부담되더라고요. 대신 어떤 운 동을 해 볼까 고민하던 차에 집 가까이에 있는 서봉산이 떠올랐어요. 다른 곳보다 등산하는 사람도 적고, 코스를 보니 운동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시작한 산행이 어 느새 2년 차에 접어들었네요.


정상까지 3km 남짓의 다소 짧은 코스지만, 등산 난이도 는 상당히 높다. 등산로가 위아래로 굽이칠수록 두 사람 이마에 땀방울이 솟아난다. 최명순 주임이 속도를 늦추고, 뒤에서 열심히 따라오는 김지현 주임에게 손을 내민다. 기꺼이 손을 맞잡은 이들의 얼굴에 든든함이 녹아든다. 그렇게 한참을 밀고 당기던 중, 등산객들이 쌓은 돌탑을 발견한 김지현 주임이 최명순 주임에게 함께 돌탑을 쌓 자고 제안한다.

I 김지현 주임 I 저는 사진 찍고 그림 그리는 게 취미라 서,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뭔가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아 요. 앞으로 명순 주임님은 저에게 운동을 가르쳐 주세요. 저는 손으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취미를 알려드릴게요. 그러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많은 대화를 나누며 산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다 다른 두 사람. 팔탄저수지의 시원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 오자, 서로 팔짱을 끼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이번 일 을 계기로 우애 좋은 자매처럼 서로에게 의지하며 산재 환자들을 부족함 없이 돌보겠다는 두 주임의 다짐이 오 래도록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