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항상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되는 시간은 조금 느려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발 앞서 깨우친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하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친절은 결국 국민을 위한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글. 박채림 사진.강권신
더 나은 ‘내’가 더 나은 ‘조직’을 만든다
5월의 햇살이 쏟아지는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교정. 철쭉이 만발한 이즈음은 늘 학생들로 붐비기 마련인데도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는 여전히 한산하다. 하지만 근로복지정책 과정을 밟고 있는 김용덕 팀장은 비대면 수업이 있는 날도 되도록 학교에 나와 수업을 듣는다.
“공단에 입사한 후 20년 동안 본사와 지사를 순환하며 쉼 없이 일을 해왔습니다. 올해부터 고려대학교에 파견을 나와 근로복지정책과 관련한 수업을 받고 있는데, 1년 동안 업무를 떠나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발전하는 시간인 만큼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학교에 나와 수업을 듣습니다. 학생들은 별로 없지만, 집중이 훨씬 잘 되더라고요.”
지난해까지 의정부지사 재활보상부 요양팀장으로 근무하다 고려대학교에 교육 파견을 나온 지 이제 석 달째.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잠시 조직을 벗어나 있는 시간인 만큼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시작된 건 본부 기획조정부에서 근무하다 서울지역본부로 발령이 났던 2015년도였다. 재활보상1부 주무차장으로 근무하며 처음으로 유족 관련 업무를 진행하게 됐다. 다양한 업무를 진행해온 그였지만 유족 관련 업무는 처음이었던 데다, 혼자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았던 탓에 고민이 쌓여갔다. 유족들 저마다 각자의 사연도 다르고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사정들도 많았던 것. 간단한 서류 절차로 정리하기 어려운 다사다난한 유족들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경청하며 김용덕 팀장은 스스로 더 많은 앎에 대한 갈증을 키웠다.
“공단에 입사하기 전 언론사에서 근무했습니다. 밤낮으로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조명하러 뛰어다니며 제 소명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러다 처음 공단에 입사하게 되었을 때 정말 행복했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일. 지금까지도 그때의 행복이 고스란히 제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 대한 애정이 더 나은 사람이 되 고 싶은 열망을 부채질했다. 입사 시절부터 상사들에게 배운 기획과 제안의 노하우를 틈틈이 문서로 정리해 둔 것도, 업무를 배울 때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매뉴얼을 작성해두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김용덕 팀장은 맡게 되는 업무뿐만 아니라, 담당자가 적어 부재 시 공백 이 생길 수 있는 업무도 미리 배워 매뉴얼을 작성해둔다. 한 팀을 이끄는 팀장으로서 누구보다 모든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문서 작성 절차에 서부터 담당자의 연락처 등 사소한 정보까지 모두 작성해 둔 자료들은 아낌없이 팀원들에게 공유한다. 후배들에게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그가 정리한 매뉴얼의 쓸모를 검증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근로복지공단은 지식 경영의 일환으로 자체 지식 포털인 ‘지식마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마다 다양한 업무 관련 지식을 올리면 이용자들이 점수를 매겨,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우수지식으로 선정되지요. 여기에 어떤 지식을 올릴까 고민하다보니 제가 정리해둔 자료가 떠오르더라고요. 의정부지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의학자문과 관련해 추가로 알아야 할 항목과 관련된 규정들 을 모두 정리해둔 자료가 있었어요. 요양급여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의 의학자문이 필요한데 산재 환자가 다양한 만큼 절차와 종류도 복잡하기 때문이지요. 후배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목차를 만들고 규정마다 링크를 추가해 자료를 정리해 공유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왕 지식을 올린다면 모두가 함께 나눌만한 가치가 있는 검증된 자료를 올리고 싶었는데, 마침 후 배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자료가 있어서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모두를 위한 해답을 찾는 과정
김용덕 팀장은 공단의 지식마당이 올바르게 쓰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실무에 보탬이 되는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한 개의 자료라도 미리 팀원들과 공유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거친다. 그가 제공한 자료를 통해 한 명의 직원이라도 더 막힘 없이 산재 노동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보다 큰 대가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우수지식으로 선정된 이후에는 업데이트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이후 새롭게 생겨나는 법 개정이 있다면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정보의 현재성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김용덕 팀장은 제안한다.
“조직에 오랜 시간 몸담고 있다 보면 때로는 반복되는 일상에 익숙해져 내 일의 가치에 무감각해질 때가 있습니다. 또 하루하루 치이는 업무 때문에 그저 하루를 살아내는 데 급급해질 때도 있지요. 저도 그런 감정을 느끼곤합니다. 하지만 결국 근로복지공단의 일은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과정임을 조직원들이 상기해주시길바랍니다. 자부심과 애정이 조직을 바꾸기 때문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서도 되새겨볼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팀장이 된 이후, 내 업무만이 아닌 동료의 업무를 이해하고 공유하고 함께 책임지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는 김용덕 팀장. 매달 새롭게 바뀌는 지침이나 규정을 따로 정리해 공유하기도 했을 정도로 앎을 나누는 일의 소중함을 그는 강조한다. 1년간의 교육 파견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을 김용덕 팀장은 다시 차곡차곡 정리해 모두와 함께 나눌 계획이다. 정년을 10년 앞둔 지금, 새로운 배움 외에 연금계획에 대해서도 골몰하고 있다는 그가 업무뿐 아니라 더 나은 삶을 만드는 가치 있는 정보의 나침반으로 돌아올 그 날을 기대해본다.
김용덕 팀장이 말하는 업무의 정석
기본의 힘, 많이 읽고 쓰고 다루어보세요!
책을 많이 읽어야 좋은 글과 기획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평상시에 기록을 하려다가도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거나 불분명한 용어를 쓰는 경우가 있어요. 제안을 쓸 때 막힘 없이 용어를 사용하려면 독서가 중요합니다. 또 평소에 간단한 안내문이나 기안문, 보고서도 자주 작성하면서 다양한 틀을 익히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마지막으로 기본을 잊지 마세요. 지금은 모두 컴퓨터를 잘 다루지만 워드프로세스나 엑셀, 파워포인트 등은 꾸준히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전산 작업을 잘 익혀두면 업무에 많은 보탬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