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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불편을 끊임없이 고쳐나가는 성실한 이들 덕분에 세상은 매일 조금 더 나아진다. 익숙하게만 보는 일상을 새롭게 보고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불편과 위험으로부터 조직을 지키는 사람들.
2020년 제안왕으로 선정된 성과평가부 최유환 대리의 이야기다.

글. 박채림 사진. 김지원

더 나은 내일을 제안하다

근로복지공단 성과평가부 최유환 대리에게 매일은 새로운 발견이다. 익숙하게 처리하는 서류 양식이나 업무 흐름을 한 번 더 살펴보고, 늘 접속하는 공단 웹사이트는 물론 익숙하게 타고 내리는 엘리베이터의 안내문까지. 자세히 살펴보면 뾰족하게 튀어나와 아귀가 맞지 않는 문제점들이 조금은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잠깐의 불편함을 토로한 후 흘려보내는 사소함을 최유환 대리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공단 내외의 정책과 성과를 관리하는 현재의 업무도 바쁠텐데 퇴근 후와 주말에 일부러 시간을 내 매번 새로운 제안을 준비하는 이유도 이 번거로움이 가져올 커다란 효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업무상 오고 가는 전자 팩스의 양식과 문구가 콜센터 등 소속기관별로 조금씩 다른 걸 알게 됐어요. 다양한 기관과 나누는 서류인 만큼 양식의 통일성과 문구의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팩스 문서에 공단의 비전이 항상 노출되는데, 이 문구가 서로 다른 것도 문제였어요. 이에 일관된 양식과 문구를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공단의 대외이미지를 정립할 수 있다는 효과도 컸지만, 업무적으로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누군가는 지나쳤을 부분이었겠지만, 바꾸려는 의지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니 새삼 많은 것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 운영지침 제정’에서부터, ‘공단 홈페이지별 이용약관 제•개정 및 현행화’, ‘공단본부 내 엘리베이터 안전 관련 안내문 정비’ 등에 이르기까지 최유환 대리는 2020년 한 해에만 32건의 제안을 제출했다. 그중에서도 아이디어상을 받은 제안이 10건, 노력상은 8건에 달한다. 차곡차곡 쌓인 제안은 실제로 업무에 적용되어 불편을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당장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소소하게 고쳐나가다 보면 결국은 더 나은 공단이 되고, 국민을 위한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질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곰곰이 생각하고 관찰하다 보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답을 찾게 되죠. 물론 당장 해결방법이 생각나지 않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럴 땐 혼자 동료의 조언을 듣거나, 사례를 찾아보면서 해결해나갑니다.”


물론 무턱대고 아이디어를 던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주변을 면밀히 관찰하거나 주변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한다. 그런 후에는 항상 가장 먼저 천천히 글로 적어본다. 생각이 정리되고 나면 해결 방법을 모색할 차례. 해결 방안을 막연히 생각하기보다는 구체적인 글이나 그림을 통해 대안을 마련한다. 이후 다른 기관이나 기업 등에서는 어떻게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답의 객관성은 물론 효율성까지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안을 검토하는 입장에서도 구체적인 사례와 해결방안이 있어야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이렇게 제안을 완성할 때까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몇 개월이 소요되기도 한다. 번거롭고 힘든 과정일 텐데 꾸준히 제안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아이디어

“최근에 부서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준비하며 무척 분주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8명의 부서원이 매일 야근을 이어가며 무사히 마무리한 후 서로 ‘수고하셨습니다’라고 격려하는데 새삼 마음이 참 벅차더라고요. 매일 퇴근하며 익숙하게 건네는 말이지만, 그날은 진심으로 서로의 노고를 격려하며 인사를 건넸던 기억이 나요. 일하다 보면 주변 동료들의 고마움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제안하는 과정에서도 참 많은 분의 도움을 받고요. 사내 부부이자 동기인 아내와 대화를 하며 문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제 작은 제안이 소중한 동료에 보탬이 되고 더 나은 공단을 만들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까요?”


남들과 같은 것을 보고도 새로움을 생각해내는 최유환 대리의 원동력은 주변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꾸준한 제안은 업무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때로는 감당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업무도, ‘어떻게 해결할까?’라는 태도로 접근하니 훨씬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최유환 대리의 가장 큰 바람은 지난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공단의 다양한 노력과 성과가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지난해의 경험을 토대로 올해보다 더 나은 제안을 펼치고 싶다고 말한다.

“올해는 제안 금상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아직 제안 사례 가운데 금상을 수상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제안의 주제도 잘 선정해야 하고, 해결방법 또한 공단의 혁신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직은 계획만 잡혀있지만, 그 간의 경험을 통해 공단과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제안을 내는 것이 올해의 목표입니다.”

익숙한 불편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문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는 마음’이다. 문제를 발견하는데 치중하거나 거창한 해답에 집중하다 보면 자칫 제안에 흥미를 떨어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질문이라도 던져보고, 답을 구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 자세히 들여다보고 해결하려는 마음은 결국 깊은 애정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최유환 대리의 사소하지만 즐거운 ‘왜?’가 공단을,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