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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원직복귀 우수기업 제이디트레이딩(주)과 창원지사 조신혜 과장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에 가끔은 그 소중함을 잊고 지내곤 하는 ‘일터’. 그러나 일터를 잃을 위기에 놓여본 사람이라면 안다. 평범한 일상을 지탱하게 하는 일의 숭고함을. 제이디트레이딩㈜은 산재라는 위기를 함께 이겨내며 일터의 가치를 지켜나가고 있다.

정리. 박채림 사진. 박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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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일터에 찾아온 화재라는 위기

대한민국 남쪽 끝자락. 만선의 꿈을 품은 뱃머리가 오가는 통영의 작은 항구에 제이디트레이딩㈜이 있다. 봄이 스며드는 푸른 바다를 마주한 이곳에는 전국 각지로 채비를 끝낸 싱싱한 생선이 수족관에 가득하다. 제철을 맞이한 생선을 유통회사로 납품하는 곳이기에 수족관을 잘 관리하는 일
또한 중요한 업무 중 하나. 제이디트레이딩㈜ 이대성 대표와 회사의 시작을 함께한 베테랑 직원 김주환 씨는 2년 전 그날도 밤새 당직을 서며 수족관을 지켰다. 깊은 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1층에서 갑작스레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2층에서 쪽잠을 자던 김주환 씨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대피할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선택할 방법은 하나였다. 커지는 불길에 화상을 입은 김주환 씨가 2층에서 목숨을 걸고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불길은 회사 건물을 모두 태우고서야 겨우 끝이 났다.

“무슨 정신으로 대피했는지 모르겠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에 누워있더라고요. 전신의 15%에 화상을 입었고, 양쪽 팔과 다리도 골절을 당한 상태였어요. 치료해도 양쪽 팔의 기능이 모두 돌아오기 어렵다는 소견을 들었죠.”
-김주환 씨

태어난 아이의 돌잔치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찾아온 비보였다. 회사에도 큰 위기였다. 건물이 불에 타면서 가족처럼 지내던 직원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된 것. 이대성 대표는 회사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한 나날을 보냈고, 총무를 담당하던 남하나 씨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저희는 물을 가까이하는 직종이라 사실 화재 사고에 대해서는 정보가 별로 없었어요. 산재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였죠. 다들 베테랑들이라 그동안 큰 부상이나 사고를 겪은 적이 없거든요. 대표님은 무너진 건물을 복구하기 위해 바빴고, 김주환 씨는 부상으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렇게 산재처리에 대해 혼자 공부를 해나갔어요.”
-남하나 씨

처음에는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막상 산재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하자 도움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의 문을 두드려 필요한 지원을 알아봤다. 산재보상에 대해 필요한 서류를 꾸리고 각종 지원을 공부하는 사이, 공단을 통해 팩스와 이메일로 꾸준히 필요한 정책들을 안내받을 수 있었다. 때로는 친구이자 가족처럼 지냈던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불안한 나날을 보내던 제이디트레이딩㈜ 이대성 대표와 직원들에게 이때의 위기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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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산재사고, 위기를 이겨내다

워낙 부상의 정도가 심각했기에 김주환 씨의 치료는 1년 여가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바쁜 와중에도 이대성 대표는 틈틈이 병원을 찾아 김주환 씨의 회복을 살폈다. 몸만 나으면 당연히
회사로 복귀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김주환 씨의 재활에 큰 용기를 줬다. 그러나 김주환 씨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채용한 김호경 씨가 미끄러짐 사고로 두 번째 산재를 겪으며 회사에도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한 번의 산재 사고 후 안전에 누구보다 철저했던 직원들이기에 걱정은 여느 때보다 더 컸다. 그러나 이미 한 번의 산재처리 경험이 있었던 남하나 씨와 이대성 대표는 다시 공단의 문을 두드려 직원의 사고 후 재활과 복귀를 도왔다. 두 번의 산재를 겪으며 직원들 모두 안전한 일터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그리고 치료를 끝내고 다시 돌아올 동료를 위해 모두 힘을 내어 일터를 지켰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2020년 원직복귀 우수기업에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몹시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조차 얼떨떨해요. 일을 하다 다친 직원이 회복을 하고 다시 원래의 일터로 돌아오는 일이 제겐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치료를 마치고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일터를 안정적으로 복구하는 일이 그래서 더 절실했죠. 지금은 이렇게 모두 다시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 이대성 대표

회사는 직원과 대표 모두가 함께 일궈나가는 꿈과 같다. 그렇기에 이대성 대표는 직원들이 마음 편히 돌아올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주환 씨의 요양 과정에서 산재급여가 지급되는 부분 외에 비급여 치료비까지 기꺼이 낸 것도 함께 꿈을 일구어가는 직원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긴 시련 끝에 직원들은 다시 제이디트레이딩㈜의 보금자리로 모두 돌아왔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기에 사업주와 산재장해인 모두에게 참 힘든 시기였습니다. 일선에 있다 보면 장해가 남은 산재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지요. 두 분의 산재사고를 겪으며 원직복귀를 위해 서로 협조한 제이디트레이딩(주) 직원분들께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산재노동자가 존중받는 노동문화 속에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저 역시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창원지사 조신혜 과장

많은 어려움 때문에 당연함을 쉽게 잊고 사는 오늘이기에 제이디트레이딩㈜의 이야기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조신혜 과장. 그녀는 앞으로도 원직복귀에 앞장서는 더 많은 기업들이 세상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사례 발굴에 앞장설 계획이다. 위기를 함께 이겨낸 경험이 있어 제이디트레이딩㈜ 직원들은 더욱 견고하고 단단해졌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어졌음은 물론이다. 폭풍우가 찾아온 뒤에 다시 고요해진 바다처럼, 이들은 어떤 시련도 담담하게 이겨낼 채비를 마쳤다. 함께 성취할 눈부신 꿈이 제이디트레이딩㈜의 앞날에 성큼 다가온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