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 맛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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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물결도 깊어지는 가을 진주여행
경상남도 ‘진주’
가을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푸른 하늘에 붉고 노란 잎들이 아롱지고 고요한 물결은 조금씩 서늘함을 품어가는 계절이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 진주 시내는 한층 흥이 오른다. 매년 10월마다 열리는 커다란 축제를 준비하며 분위기까지 출렁거리는 축제의 계절,
남강에서부터 흘러온 물결이 진양호에 한데 모여 넓은 물을 이루고 밤에는 화려한 등불이 검푸른 남강 위를 수놓는다.
임진왜란 이후 호국과 의기를 상징하는 고장으로 자리 잡은 진주의 가을은 이제 시작이다.

글. 김그린 여행작가

점등은 매일 18시에 시작해 익일 1시에 소등하고
각종 부대행사도 같이 진행되니 진주의 밤이 한층 다채로워진다.

물 위에 마음을 보내다 - 진주 남강 유등축제
흐르는 물에 등을 띄워 보내는 풍습은 아시아 각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태국의 러이끄라통 축제, 베트남 호이안의 등불축제 등 세세한 형태는 달라도 등불에 마음을 담아내는 것은 드문 모습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주 남강에 펼쳐지는 유등의 행렬은 한국인에게는 또 다른 감정을 품게 만든다.
바로 이 축제가 임진왜란에서도 치열하기로 이름난 진주성 전투에 그 기원을 두기 때문이다. 진주성 안에서 농성하던 사람들이 바깥에 있는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동시에 일본군의 남강 도하를 막기 위해 등을 띄웠던 것이 처음이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치열했던 전투에서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진주를 지켜냈던 한분 한분을 기리기 위해 강에 등을 띄우는 풍습을 정착시켰고, 이 유등놀이가 현재의 진주남강유등축제로 정착된 것.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2015년부터는 대한민국 글로벌축제로 꾸준히 지정되고 있는 만큼 콘텐츠도 풍부하다. 2019년 10월 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고 있어 남강이 불빛으로 감싸인 아름다운 정경을 오래도록 볼 수 있다는 것도 축제를 놓치기 싫은 사람들에게는 큰 장점이다. 점등은 매일 18시에 시작해 익일 1시에 소등하고 각종 부대행사도 같이 진행되니 진주의 밤이 한층 다채로워진다.

▲ 유등축제

물은 흘러가도 이야기는 전해진다 - 진주성
등불이 켜지지 않은 낮에 가도 진주성은 충분히 의미 깊은 공간이다. 임진왜란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촉석루나 의기사, 의암, 창렬사 등이 길마다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1차 진주성 전투에는 끈질긴 항전 끝에 ‘진주대첩’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값진 승리를 거두었지만, 2차 전투에서는 열세인 병력과 악천후로 인해 쓰러질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 촉석루

특히 어린이들에게도 흥미를 끄는 곳은 국립진주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3D 입체영상관이다. 김시민 장군의 지휘 아래 약 4천여 명의 병력이 진주성을 지켜냈던 진주대첩을 다룬 애니메이션이 하루에 7번, 16분가량 상영되고 있다. 박물관 근처에 위치한 창렬사는 진주대첩과 2차 진주성 전투에서 희생을 한 김시민 장군, 김천일 장군 등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고요하게 역사의 한 부분을 웅변하고 있는 듯한 모습은 그 자체로 진주성의 본질이 어디 있는지, 진주성에서 잊히지 말아야 할 이야기가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한편 진주성에서 빠트릴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면 단연 의기 논개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의 마지막 무대가 된 의암과 촉석루는 진주성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경치를 자랑한다. 1948년에 국보로 지정되었던 촉석루는 안타깝게도 한국전쟁의 화마를 피하지 못했지만 1960년 시민들의 성금으로 새롭게 건축되어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진주성

인공이 불러온 자연 - 진양호
진주시를 비롯해 서부 경남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진양호는 남강댐을 만들면서 생긴 인공호수다. 원래 있던 땅도 수몰되며 호수가 되었던 것과 교방문화가 이름을 떨칠 정도로 양반들이 많았다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진양호 주변에서 각 문중의 재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오랫동안 머물렀던 고향은 떠났지만 고향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제사를 모실 건물을 두자는 마음이었을 터다.
비록 사람들이 살던 장소는 역사 저 뒤편으로 넘어갔지만, 진양호가 취수원으로 지정되며 이 일대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수달이 집단 서식하는 곳이 되었다. 취수원에 별다른 개발산업이 들어설 수 없는 대신 한층 자연과 조화를 이루게 된 것.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진양호 일대는 천연에 가까운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는 푸근한 장소가 되었다. 특히 진양호의 낙조는 진주팔경에 들어갈 정도로 서정적인 모습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60일, 지정생존자>라는 인기 드라마의 무대로 등장하면서 특유의 풍광이 한층 더 알려졌다.

▲ 진양호 (출처: 진주시청)

진주의 맛

진주냉면

옛 기록에는 진주냉면이 교방의 미식문화를 대표하는 음식이였다고는 하나, 지금의 진주냉면은 얼마 남지 않은 기록을 기반으로 재창작해낸 새로운 요리에 가깝다. 비록 내륙이지만 해안가가 멀지 않은 만큼 다양한 해산물로 육수를 내고 고명으로는 육전을 올리는 것이 다른 냉면과의 차이점. 선주후면이라는 전통에 따라 반주를 즐긴 뒤 시원한 냉면으로 해장하는 것도 독특한 여행의 경험이 되겠다.

진주 화반

7가지에 달하는 재료가 꽃처럼 놓여있어 화반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진주비빔밥. 육수로 밥을 지어 유난히 구수한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예로부터 대규모 우시장이 섰기 때문에 신선한 소고기를 구하기 쉬워 육회가 올라가는 것도 다른 비빔밥과 차별화되는 요소. 보통 선짓국을 곁들여 먹는데 잡내 없이 술술 넘어가는 국과 비빔밥의 합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