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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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을 이끌어 내준 작은 비빌언덕
근로복지공단 원주재활지원팀 송은희 과장과 산재노동자 안종호 씨
강원도 동해안에 있는 속초는 해안을 따라 수산물 산업과 관광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공업이 발달한 지역은 아니라 일자리가 풍족한 편은 아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생업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 생계를 이어가는 일이 그리 녹록치 않은 것. 산재를 입은 안종호 씨도 마찬가지였다.
몸을 다친 후 일을 그만두고 끼니를 챙기지 못할 정도의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근로복지공단 원주재활지원팀의 송은희 과장.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전화 한통이 두 사람의 인연을 만들었다.

글. 김주희 / 사진. 이염규

전화 한 통으로 이어진 인연
속초의 푸르른 바다가 보이는 한 카페에서 만난 송은희 과장과 안종호 씨는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두 사람이 산재보상과 취업지원 등으로 연락한지는 반년이 지났지만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저는 원주에 있고 안종호 씨는 속초에 계셔서 직접 뵙지는 못했어요. 전화로 필요한 지원을 안내드리고 서류제출 등을 요청 드리곤 했죠. 어떻게 보면 전화상이라 저를 믿지 못하실 수도 있고 귀찮은 마음에 요청 드리는 서류 등을 안 보내주실 수도 있는데 안종호 씨는 감사하게도 잘 따라와 주셨어요.”
두 사람은 지난 3월에 처음 통화를 했다. 산재가 종결된 산재노동자를 대상으로 재취업 설명회를 연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송은희 과장이 안종호 씨에게 전화를 한 것. 강릉지사에 설명회가 열리니 참석해보는 것이 어떤지 묻자 안종호 씨가 한 말은 송은희 과장을 놀라게 했다.
“강릉까지 갈 교통비도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대체 어떤 상황이기에 교통비가 없을까 놀랄 수밖에 없었죠. 도움을 드리기 위해 개인적인 상황을 여쭤 봐도 되는지 물어보니 괜찮다고 하셨어요. 싫다고 하시면 개입할 수가 없는데 다행히 첫 통화에서 안종호 씨가 겪고 계신 생활고를 들을 수 있었지요.”

현재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며 새로운 직장, 새로운 직업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일이 힘들지만 묵묵히 이겨내며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

설악산의용소방대원으로 일하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떨어진 박스에 치아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안종호 씨는 일을 그만 둔 후 수입원이 없어 곤란한 상황이었다. 산재보상을 받았지만 생활비가 문제였던 것. 의용소방대원 업무도 봉사직에 가까웠고 계절에 따라 일이 몰릴 때도, 아예 없을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송은희 과장님이 강릉에서 열리는 취업 설명회 이야기를 하시는데 제가 벌컥 화를 냈어요. 월세도 3개월이 밀린 상황이었고 정말 끼니를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화를 냈으니 거기서 과장님이 전화를 끊으실 수도 있는데 정말 도움을 주시고 싶다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거기서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서 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안종호 씨의 상황을 들은 송은희 과장은 바로 속초의 관할 동사무소로 연락했다. 긴급지원이 필요한 안종호 씨의 상황을 설명했고, 동사무소에서도 신속하게 속초시청으로 연락해 담당 공무원이 안종호 씨의 집으로 방문할 수 있었다.
“동사무소에서도 이렇게 연결되어 지원한 경우는 드물다고 하시더라고요. 송은희 과장님이 동사무소 담당자와 통화하시면서 꼭 지원이 필요하다고 몇 번이나 설명하셨다는 말을 전해 듣고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덕분에 월세 3개월분과 지역 기관을 통해 반찬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었지요.”
재취업 성공, 함께 만들어낸 작은 기적
지역서비스를 통해 생계지원을 받은 안종호 씨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다시 일할 수 있는 직장이었다. 마침 송은희 과장이 근무하고 있는 원주재활지원팀은 올해 1월 설립되어 강원도 지역 산재노동자를 대상으로 재취업 관련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고 있었기에 안종호 씨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
“안종호 씨에게 요양보호사를 추천해 드렸어요. 오랫동안 설악산의용소방대로 활동하고 계시고 인명구조 활동도 오랫동안 하셨거든요. 요양보호사라고 하면 여자들이 주로 한다는 인식 때문에 남자 분들은 거절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안종호 씨는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송은희 과장에 대한 믿음과 다시 일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안종호 씨는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요양보호사 수업에 참여했다. 실습을 나간 요양병원 2곳에서 자격증을 취득하면 꼭 와서 일해 달라는 권유를 받았을 정도였다. 전국 6만여 명이 지원한 자격증 시험에서도 전국 100등 안에 드는 좋은 성적을 받았다.

강원도 지역 산재노동자를 대상으로 재취업 관련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고 있었기에
안종호 씨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

“처음엔 내가 요양보호사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들었어요. 하지만 실습을 나가 어르신들을 만나니 돌아가신 부모님이 떠오르더라고요. 기저귀를 갈아드리는 것도 목욕을 시켜드리는 것에도 거부감이 안 생겼죠.”
그렇게 자격증을 취득한 후엔 재취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실습을 나갔던 요양병원에서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온 것. 면접자리였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 근로계약서를 쓰게 됐다. 이미 실습 때 만난 요양보호사들이 안종호 씨를 적극 추천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였어요. 안종호 씨가 빨리 취업하셔야 할 것 같아서 고용센터의 취업성공패키지를 안내해 드렸었거든요. 그런데 추석이 되기도 전에 이미 취업을 하신 거예요. 정말 기쁜 소식이었죠. 제가 제안하는 바를 잘 받아주셔서 200%의 성과가 나온 것 같아요.”
산재노동자에게 작은 비빌언덕이 되고파
현재 안종호 씨는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며 새로운 직장, 새로운 직업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어르신을 안고 씻기고 보살피는 일이 힘들지만 묵묵히 이겨내며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송은희 과장님을 만나기 전엔 요양보호사라는 직업도 몰랐어요. 이렇게 다시 일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습니다.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작게나마 보답할 수 있는 길인 것 같아요. 정말 진실 되게 대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송은희 과장도 그런 안종호 씨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감사의 말을 전한다.
“사실 산재노동자 분들을 지원하는 것에서 안종호 씨에게 특별히 더 해드린 건 없어요. 전 똑같이 씨를 뿌리는데 받아들이는 게 다르셨을 뿐이죠.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나름의 작은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통화를 하지 못했더라면... 그랬다면 안종호 씨가 어떻게 되셨을까... 그리 큰 도움이 아니었는데 많이 달라지시는 모습을 보면서 비빌언덕이 되어 드리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구나 라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안종호 씨에게 있던 잠재력이 아주 작은 비빌언덕을 만나 발휘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송은희 과장의 말을 들으며 갑작스러운 사고로 몸과 마음이 힘들 산재노동자에게 작지만 많은 비빌언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한통으로 시작해 작지만 큰 기적을 만들어낸 두 사람에게 앞으로 행복한 일들만 있길 바라본다.
Mini Interview
산재노동자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며 함께 하겠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1월부터 전국 8개의 재활지원팀을 광역 단위로 운영하여 산재노동자를 대상으로 재취업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강원도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원주재활지원팀 지홍숙 차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원주재활지원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원주재활지원팀은 인적·물적 자원이 한정된 강원도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팀원 2명이 지역별로 특화되어 있는 지역사회기관과의 협업체계를 구축해 산재노동자의 성공적인 직업복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재취업 대상자 각각의 여건에 따라 일반취업, 건설취업, 여성취업, 어르신 취업 등으로 세분화된 상담을 통해 직업훈련 또는 취업성공패키지, 자원 연계 등으로 재취업에 이르는 전반의 과정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지원팀의 노력은 상반기 업무성과 분석에서 전년 대비 모든 서비스 제공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재취업을 희망하시는 산재노동자 분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재취업 지원을 위한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단계에 있지만, 산업재해 이후 장해로 깊은 좌절과 낙심 가운데 있는 많은 산재노동자 한분 한분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며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어 가까운 지역 재활지원팀의 문을 두드리고, 재활지원팀의 손을 믿음으로 맞잡고 함께 꿈을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올해 재활지원팀이 잘 정착되어 내년에는 전국에 더 많은 재활지원팀이 만들어져서 산재노동자들과 같은 꿈을 꾸며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