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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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 함께 걸어 나가다
포항지사 이수진 과장과 산재노동자 이광우 씨
산재의 고통은 경중을 따질 수 없지만 한창 일할 나이의 30대에게는 더욱 절망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일 것이다.
근무 중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고로 인해 오른손을 다친 이광우 씨도 그랬다. 삶에 의욕을 잃으면서 마음의 문을 닫았다.
불도 켜지 않은 캄캄한 병실 안에서 홀로 멍하니 앉아있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두드린 건 포항지사의 이수진 과장.
첫 만남에선 인사를 건네는 것조차도 어려울 만큼 거리감이 있었지만, 이제 두 사람은 함께 앉아 활짝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글. 김주희 / 사진. 황성규

몸과 마음의 상처를 회복시키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처음 만난 이수진 과장과 이광우 씨는 병원 주위를 산책하던 중이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에게서는 따뜻한 온기가 뿜어져 나왔다. 힘든 과정을 함께 지나오면서 유대감이 생긴 덕분일까. 오래된 친구나 이웃을 만난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지금은 이렇게 이야기도 많이 하고 즐겁게 웃기도 하지만 처음엔 정말 어색했어요. 벽이 세워져 있었다는 게 맞을까요. 첫 만남이 이광우 씨가 일하시다가 사고를 당하시고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였거든요. 산재승인이 나고 최초 상담을 나갔는데 불도 켜지 않고 커튼으로 창문을 가린 채 병실에 홀로 멍하니 앉아 계시더라고요. 차마 긴 이야기를 나누진 못하고 인사 후 명함을 건네고 올 수밖에 없었어요.”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이광우 씨가 “제가 그랬었나요?”라며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산업철강 철판을 제조하는 공장에서 일하던 중 회전되는 롤 안으로 손이 말려들어가는 바람에 우측 손목을 절단하게 된 것이 2018년 11월. 고통스럽고 충격적이었던 사고 후 이제 막 1년가량 지난 지금,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처음엔 재활할 게 뭐 있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활할 게 없다고 생각했었죠.

“지금 이광우 씨를 보면 상상이 안 되죠? 그런데 당시 만난 이광우 씨에게서는 ‘참 울고 싶다’라는 마음의 소리가 전해져 왔어요. 눈에는 초점이 없고... 없어진 손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셨어요.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했고, 이광우 씨도 저를 내치지 않고 받아주셨죠.”
이수진 과장은 이광우 씨에게 먼저 다차원심리검사를 추천했다. 심리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 총점 중 불안점수가 가장 높았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손목 절단이라는 큰 사고를 당했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던 것. 심리적인 치료와 함께 재활이 시급했고 대구병원에 재활특진을 요청하게 되었다.

과장님께서 재활치료는 재활뿐만 아니라 신체상태를
수용하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고 계속 설득하셨어요.

“처음엔 재활할 게 뭐 있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환자들은 재활을 안 하면 몸이 굳지만 저는 손목이 절단된 상태니까... 재활할 게 없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과장님께서 재활치료는 재활뿐만 아니라 신체상태를 수용하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고 계속 설득하셨어요. 결국 제가 설득에 넘어갔죠.”
그렇게 지난 4월 대구병원으로 전원하게 된 이광우 씨는 의료재활, 심리재활, 작업치료 등 복합적인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승인을 받고 약물치료도 병행했다. 처음에는 재활프로그램이 도움이 될까 의구심을 가졌었지만 4주간의 재활특진을 받으며 점차 재활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게 되었다. 회복기에 접어든 지난 8월부터는 거주지인 포항에서 대구병원까지 스스로 통원치료를 할 정도로 신체상태를 받아들이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재활치료를 받기 전에는 무언가 하고 싶다는 의지도 없고 사람을 만나기도 싫었어요. 사실 처음 재활을 받을 때는 집에 가고 싶다고 얘기를 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치료사 선생님과 다른 환자들을 만나니까 혼자보단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 있을 때는 극도로 우울했거든요. 지금도 통원하는 게 힘들긴 한데 사람들을 만나는 것 때문이라도 나오고 있어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챙겨주셨어요.
마음이 참 많이 힘들 때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희망을 갖고 열심히 해나가겠습니다.

직장복귀까지의 어려운 과정을 함께 이겨내다
이광우 씨의 재활치료는 원활하게 진행되었지만 회사 측과의 보상 부분에서는 힘든 점이 많았다. 회사 측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보상과 직장 복귀 등을 지원하고자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재정지출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고, 산재를 입은 이광우 씨 역시 치료와 재활 등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회사 측과의 이견 때문에 힘든 상황이었다.
“주로 이광우 씨 어머니께서 회사 측과 협상을 하셨는데, 좁혀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결국 소송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어서 적극적으로 중재할 필요가 있었어요. 소송을 하면 양측 다 분명 잃는 부분이 있거든요.”
이수진 과장은 여러 차례 회사 측 담당자와 이광우 씨의 어머니를 만나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협의를 진행했다. 결국 서로 한 발씩 물러섰고 덕분에 이광우 씨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특히 의수제작과 재활을 마친 후 사무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회사 측에서 지원해준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사실 다시 일을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정보도 없고... 다른 일을 준비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과장님이 회사와 복직에 대한 이야기가 잘 되고 있다고 하셨고, 저도 그 과정을 듣고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원래 하던 일은 할 수 없으니까요. 다시 일을 한다는 게 두렵고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일단 해보면 답이 나올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현재 대구병원에서 계속 통원치료를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작업치료다. 2020년 1월 복직을 목표로 작업능력을 향상시킨 후 직장적응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이광우 씨 개인적으로는 사회생활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이 쳐다보는 것 같아서 불편했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배드민턴 동호회와 달리기 동호회도 가입했다. 비록 아직 동호회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곧 용기를 내볼 생각이다.
“이광우 씨가 노력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가슴이 벅차요. 예전에는 눈에 힘이 없었거든요. 혹시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실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그냥 두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을 자주 드렸었죠. 지금 이렇게 의지를 갖고 잘 해나가고 계신 모습을 보니 고맙고 대견스러워요. 앞으로 더 잘할 거라고 믿고 응원하고 싶어요.”
이수진 과장의 말을 듣던 이광우 씨도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털어놓는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챙겨주셨어요. 병원에 다른 환자들한테도 이렇게 공단 직원이 연락을 많이 하는지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요. 마음이 참 많이 힘들 때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희망을 갖고 열심히 해나가겠습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어두운 상황에서는 작은 손길 하나가 큰 힘과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두 사람. 앞으로 지금처럼 밝게 웃을 수 있는 일들이 가득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