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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복장, 에티켓과 편안함
사이에 대하여
사시사철 출근을 하다 보면 출근 복장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도무지 자유로워질 수가 없다.
긴 셔츠에 정장을 매치하는 것이 출근 복장의 정석이라고는 하나,
찌는 듯이 더운 여름과 살이 에이는 듯한 겨울에 이를 고수하기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
더욱이 개개인의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풍조가 퍼지는 현 세태에는 더더욱 가망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염두에 둘 것이 있다. 항상 정석대로 갈 필요는 없지만,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에티켓은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들의 눈을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회사 생활이 경지에 올랐거나 홀로 일하는 직군이 아닌 이상,
개성보다도 먼저 두어야 할 덕목이다.

글. 김희정

때타고 주름진 옷은 예나 지금이나 NG
같은 옷이라도 얌전하게 옷걸이에 걸려있던 옷과 바닥에 구겨진 채 놓아두었던 옷의 상태는 하늘과 땅 차이다. 또 소매나 목덜미 등이 깔끔하게 관리되었는지, 옷에 보풀이 일어나진 않았는지, 단추는 제 자리에 덜렁거리지 않게 달려있는지 등 기본적인 것이지만 간과하기 쉬운 것들이 복장의 완성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출근복의 교과서와 같은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라도, 구깃구깃하게 주름이 가 있다면 단정해 보이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 그 예다. 어떤 개성을 발휘하든, 청결하고 깔끔해 보이는 모습을 덧씌워서 손해 볼 것은 없다. 또한 이 법칙은 구두나 스카프 같은 소품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내근과 외근의 미묘한 경계
영업사원처럼 외부에서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직군, 혹은 외부 인사가 포함된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잦다면, 드레스 코드에 보다 신경 쓰는 것이 좋다. 가령 스마트 캐주얼 복장으로 참석할 때 신발은 로퍼나 단화 등 단정한 스타일을 갖춘다든가, 미팅을 함께 하는 회사의 톤앤매너(Tone&Manner, 분위기에 상황에 맞는 매너)에 맞춘다든가 하는 노력이 그 예다. 또한 회사의 정체성을 드러낼 만한 행사에 참가할 때에는 회사를 대표하는 색상의 소품을 갖추면 한층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억해둘 만하다.
반면 내근직일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복장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쿨비즈 캠페인, 웜비즈 캠페인이 진행되는 계절에는 특히 그렇다.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거나 드레스 셔츠 대신 칼라가 달린 피케셔츠 등을 입는 등 보다 편안한 근무환경으로 바꾸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 하에 다양한 시도가 허용되지만, 회사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천차만별이다.
그 중 하나가 반바지다. 외근직일 경우에는 당연히 불가능에 가깝지만, 내근직이라 해도 여름철에 반바지를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직종은 손에 꼽는다. 공무원들이 일하는 정부기관이나 대기업에서 반바지 출근을 허용하는 것이 기사로 다뤄질 만큼 이슈가 되는 이유다. 그나마 반바지나 단정한 샌들 등을 허용하는 슈퍼쿨비즈 캠페인을 진행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라 점차 반바지 출근도 정착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을 뿐이다.
갈수록 편안해지는 출근 복장, 디테일에서 한끗 차이
2018년 잡코리아에서 실시한 출근복장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출근할 때 가장 많이 입는 옷으로 뽑힌 것은 청바지였다. 그 다음은 면바지와 캐주얼 정장이 뒤를 이었고, 남방, 원피스, 티셔츠 등도 6위 안에 들었다. 그만큼 격식을 차리지 않고 편안한 옷을 입는 풍조가 퍼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경험해본 적이 있다. 청바지라고 다 같은 청바지가 아니며, 티셔츠라고 다 똑같은 티셔츠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똑 떨어지는 일자 청바지와 워싱이 심하게 들어간 스키니진, 앞이 심하게 패인 채 몸에 딱 달라붙는 티셔츠와 보트넥 라인의 여유 있는 티셔츠 중 어떤 옷을 골라 입느냐에 따라 회사에서 어떻게 이미지를 만드는 지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옷을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는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표출하는데
쓰일 수 있을 정도로
설득력이 강하다

혹은 옷의 사이즈가 넉넉하더라도 소재의 비침 정도에 따라 동료들에게 민망함을 안겨주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이 모든 것을 통과하더라도 해당 직무의 이미지나 주변의 톤앤매너에 맞추지 못해 본의 아니게 시선을 끄는 일도 생긴다. 그만큼 자율복장으로 근무하는 것은 다 함께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는 것과 달리 고려해야 할 점이 다양하다.
그 중 기억해야 할 점은 개인의 사생활에 맞춘 옷과 공적 영역에서 활동할 때에 맞춘 옷 사이에 구분을 지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직장 내 출근 복장으로 합당하지 않다고 뽑히는 단골 순위 중 등산복, 운동할 때 입는 레깅스, 매우 캐주얼한 카고팬츠, 슬리퍼 차림으로 출근하는 것 등이 있는 것이 그 예다. 본인이 편해서 좋아하는 옷이나 취미생활에 잘 쓰는 옷이 있다면 사적 영역에서 열심히 활용하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개인의 사적인 취향을 굳이 공적인 영역에 진출시키는 것이 단체생활을 하는 입장으로선 거부감이나 당혹스러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렇게 출퇴근 복장의 에티켓을 따지는 것 자체가 다소 해묵은 논란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패션은 세계무대에서 외교의 한 부분으로 쓰이고, 정치인들의 패션이 작게는 본인의 신념, 크게는 본인이 소속된 당을 대변하는 요소로 쓰이고 있다. 그만큼 옷을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는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표출하는데 쓰일 수 있을 정도로 설득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편안하면서도 선을 지키는 출근복장에 대한 기준도 점차 개개인에게 맞춰 다양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