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 맛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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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몽실한 봄바람 쐬기, 산도 강도 놓칠 수 없다면
가평
대학생들이 엠티를 갈 때, 친구들끼리 펜션을 잡을 때, 가족들끼리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 올 때 한번쯤은 가평이 후보군에 오르기 마련이다.
접근성이 좋고, 산과 강이 어우러져 있어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특히 앞다투어 꽃들이 피어나는 4월 말에서 5월 사이, 가평은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당일치기 여행지다.
이전에는 직접 운전을 해야만 곳곳에 흩어진 관광지들을 돌아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시티투어버스가 도입되면서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도 한층 매력적인 곳으로 변모했다.

글. 김그린 여행작가

구름이 내려앉은 봄의 향연, 봄나들이 봄꽃축제
가평 일대에서 가장 화려한 봄맞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단연 아침고요수목원이다. 22여개의 색다른 주제를 지닌 정원에 튤립과 철쭉, 복사꽃, 수선화 등 다양한 꽃이 피어난 모습은 매해 4월 하순부터 열리는 <봄나들이 봄꽃축제>라는 이름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하늘길, 하늘정원, 하경정원, 달빛정원까지 6만본 이상 심어진 색색의 튤립들이다. 5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색깔의 튤립들이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은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풍긴다. 특히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튤립의 모습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아침나절에 수목원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밤사이에는 엄지공주의 보금자리처럼 꽃잎이 닫혀있지만 따뜻한 낮이 되면서 햇빛을 환영하는 양 꽃잎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보다 한국적인 조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는 서화연과 한국정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한국정원에서는 화왕으로 불리는 큼지막한 모란과 철쭉이 만개하며 화려한 5월을 아낌없이 자랑한다. 봄날이 빠르게 지나가는 만큼 꽃이 지속되는 기간도 길지 않지만, 그만큼 빠르게 지나가는 봄의 정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에 담아둘만한 곳이다. 단순히 한국에서 자라는 식물만 모아둔 것이 아니라 연못 주변에는 전통 정자를, 한국정원에는 한옥을 짓고 오랜 시간 관리해왔기 때문에 그만큼 자연과 녹아드는 듯한 전통미를 감상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한편 5월 주말부터는 ‘J의 오두막정원’에 위치한 코티지 상점에서 개인을 대상으로 한 체험활동도 개시하기 시작한다. 양머리 모양의 토피어리를 만들어보거나 영국식 정원에서 난 허브들을 이용해 샐러드를 만들어보는 등 손으로, 혀로 한층 봄을 즐길 수 있어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체험을 원한다면 한번 들러봄직하다.
바람을 가르는 시원한 레포츠 2선
북한강이 유유하게 흐르는 가평. 레포츠라고 하면 아무래도 수상레포츠를 떠올리기 쉽다. 그렇지만 아직 물이 차갑게 느껴진다면 북한강을 둘러볼 수 있는 다른 레포츠를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 중 하나가 북한강 철교를 건널 수 있는 가평 레일바이크다. 가평 레일파크에서 시작해 약 4km 정도 떨어져있는 경강역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돌아오는 왕복코스로 2인용과 4인용 바이크로 나뉜다. 경춘선 옛길을 활용해 오르막구간도 있지만, 오르막에서는 자동시스템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다. 아기자기한 펜션과 건물들, 고즈넉한 간이역까지 해당 코스 안에 위치해 스냅사진을 찍는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도 가능하다.

반면 북한산과 자라섬, 남이섬의 전망을 바라보며 짜릿한 활강을 해보고 싶다면 남이섬 짚와이어를 추천한다. 남이섬 입장요금과 나오는 선박 요금이 포함되어 있으며 자라섬에서 내리는 어드벤처 코스와 남이섬에 내리는 패밀리 코스가 있다. 어드벤처 코스는 최고 시속이 약 80km까지 나오는 만큼 모험심이 강한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반면 패밀리코스는 거리가 긴 대신 경사도가 높지 않아 시속이 약 30~40km에 달한다. 높이와 속도에 대한 두려움만 극복한다면 한눈에 북한강변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어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색적인 체험과 가평 주변의 관광명소를 놓치기 싫은 사람들에게는 구미가 당길만한 조합이다.

보다 울창한 숲길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활강을 하고 싶다면 칼봉산 자연휴양림에 위치한 짚라인 가평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전에는 접근성이 떨어졌지만 시티투어버스 B라인이 칼봉산 자연휴양림으로 연장되면서 한층 인지도가 높아졌다. 국내 최대 규모로 총 2,400m가 넘는 짚라인이 8개의 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코스를 시작할 때마다 안전요원 2명이 함께 하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이색적인 코스는 120m의 흔들다리가 위치한 3번 코스다. 금세 내려오게 되는 다른 코스에 비해 흔들다리에 묶어둔 로프에 몸을 연결한 채로 칼봉산을 여유롭게 조망하며 내려올 수 있다. 계곡과 계곡, 산과 산 사이를 지나치는 코스들이 많고 내려올수록 길이도 난이도도 높아져 도전하는 기분으로 탑승이 가능하다.

가평의 맛

잣요리

가평 잣은 생산량으로 보나 품질로 보나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를 이용해 향토요리를 개발하는 데에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온 만큼 가평 여행 시 먹어볼 만하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한층 진한 잣두부와 잣죽, 국수 반죽과 육수에 모두 잣을 곱게 갈아 넣은 잣국수와 잣칼국수, 반주로 곁들이기 좋은 잣 막걸리까지 다양한 요리들이 개발되고 있다.

닭갈비

닭갈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역은 단연 춘천이지만, 가평의 닭갈비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맛을 자랑한다. 외지인들의 입맛에 맞춘 철판닭갈비보다 본디 춘천식이었던 숯불닭갈비를 찾는 것이 더 쉽기 때문에 지역적인 특성이 반영되었다 보기도 한다. 양념에 부드럽게 재운 살이 훈연향을 입고 촉촉하게 구워지는 맛은 사계절을 가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