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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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절망적이던 순간의
‘희망찾기’
서울서부지사 산재노동자 이야기
 

글. 편집실 / 그림. 박성민

서른 초반, 갑자기 일어난 사고로 한쪽 발의 반을 절단했습니다. 아찔하고 두려웠던 순간… 세 번의 힘겨운 수술을 마치고 대부분은 병실에 누워있었습니다. 때로는 멍하니 병실 창밖을 바라보고, 밤에는 괴로움과 고통에 가슴을 쳤습니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요? 가족도 만나기 싫고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았던 그때… 근로복지공단 재활보상부 과장님을 만났습니다.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만나길 거부하던 병실엔 노무사나 변호사 사무실에서 온 낯선 사람들만 찾아와 말을 걸고 명함을 건네고 갔습니다. 다친 몸과 마음보다는 보상이라는 부분에만 관심을 갖던 그들에겐 어떤 위로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과장님은 달랐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이었지만 친절하고 차분한 말투로 제 건강상태를 먼저 걱정하셨습니다.

“큰 수술을 세 번이나 하고 많이 힘드실 텐데…
다친 곳은 좀 어떠세요…?
아직 통증이 심하시죠…?”

안타까워하시며 조심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제 상태를 살펴보던 따뜻한 눈빛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시기에는 가벼운 위로나 동정은 오히려 상처였습니다. 하지만 과장님은 위로와 함께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천천히 현실과 마주하며 다시 사회로 나아갈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퇴원 후, 과장님의 추천으로 알게 된 ‘희망찾기 프로그램’. 처음엔 의욕도 없고 우울해 집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심한 통증은 저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장님은 다시 한 번 권유하셨습니다.

“희망찾기 프로그램’은 누군가의 말을
귀담아 들어줄 수 있는 시간이에요.
또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한 번 참여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제 이야기를 한다는 게 처음엔 어색했지만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해주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집에 돌아와 제가 한 이야기를 가만히 돌이켜보며 ‘참 따뜻한 위로를 받았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절망적이던 순간… 과장님이 주신 위로와 도움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감사함에 사들고 간 커피도 고객님에게 받을 수 없다며 거절하신 과장님.

“모든 산재노동자 분들이 다시 일어서서
인생의 길을 걷고 안정을 찾는 게
저에게 무엇보다 큰 보람이에요.
마음은 충분히 받았습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견디고 도움을 받으며 지낸 시간, 저는 지금 희망을 갖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희망 에세이’에 실린 이야기는 공단 병원을 이용한 고객을 사례를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