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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이고도 미묘한 호칭 에티켓
회사 생활을 처음 시작하다 보면 눈치게임처럼 고민하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다른 사람들의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 지에 대한 것이다.
회사마다 나름대로 고민을 해 이런 저런 호칭 문화를 만들어낸다 해도
한국처럼 위계질서를 엄격하게 따지는 곳이라면 정착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 특유의 압존법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나이나 성별과 같은 기존의 질서와 회사 내 직급이 충돌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고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 수평적 문화를 강조하며 새로운 호칭을 만들어내더라도
이러한 노력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서열에 민감한 축에 드는 한국인의 직장 문화에서 호칭 에티켓은
개개인을 위해서도 꼭 익혀야 하는 사회적 스킬 중 하나다.

글. 김희정

같은 조직내 구성원에게는 존중을 담은 호칭을
대체로 호칭 에티켓은 조직내에서 연차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이 고민하기 쉽다. 그러나 자기보다 직급이 아래거나, 나이나 연차는 적은데 비슷한 직급이라도 회사 내에서는 편하게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직급을 붙여 부르는 것이 필요하다. 설령 사원급이라도 ◯◯◯ 사원 내지는 ◯◯◯ 씨 등의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공적인 관계가 이루어지는 공간인 만큼 섣불리 사적인 호칭을 남발하는 것은 회사 전체의 분위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한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수평적인 문화를 도입하며 ‘프로’, ‘영어 이름’, ‘◯◯◯ 님’ 등의 호칭을 권장할 경우, 되도록이면 직급이 높은 사람부터 이에 적극적으로 따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의 질서와 직급상 서열이 충돌할 때
평생직장이라는 모토가 통할 때는 승진 자체가 경력에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에 나이나 성별, 회사내 연차 등의 질서와 직급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요새는 다르다. 헤드헌팅이 활발하고 경력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어떻게 성공시키느냐에 따라 승진이 결정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은퇴한 사람이라도 계약직 직원으로 재고용을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하여 오랫동안 재직한 과장급 인사보다 연차 적고 나이 적은 부장이 부임하는 경우나 젊은 차장 아래 나이 지긋한 사원급 직원이 배치되는 경우도 예상보다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을 어떻게 부르는가는 작게는 조직원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문제요, 크게는 한 조직 내의 분위기에 앙급을 쌓게 만들 수도 있는 사안이다.
물론 이럴 때에는 직급을 우선한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 무난하다. 또한 호칭과는 별개로 화법 자체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말투를 쓰는 것이 사회적 통념으로 따져보았을 때에도 바람직하다. 상대방을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같은 조직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면서 쌓아온 경험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는 것이다.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 속에서 어느 쪽이 우선시 되는 상황인가에 따라 호칭을 조절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둘 사이의 관계가 충분히 사적인 호칭을 용납할 수 있는 관계더라도 직장 생활은 그 두명끼리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도
몇년에 걸쳐 직장내 압존법에 대한 질문이
등록된 것을 보면 그만큼 실생활에서
고민이 되는 사항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인 압존법
압존법은 나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을 그보다 더 높은 사람 앞에서 언급할 때 쓰는 한국의 특징적인 높임말 중 하나다. “할아버지, 아버지께서 돌아오세요.”라는 문장과 “할아버지, 아버지가 돌아와요.” 라는 문장 중 올바르게 쓰인 것이 두번째 문장인 것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으로는 가족관계나 사제관계에서만 쓰는 압존법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서열문화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크다. 당장 평사원이 과장 앞에서 외근 때문에 자리를 비운 대리의 거취에 대해 말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전통적으로 압존법이 쓰이지 않는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과장님, 김대리님은 외부 미팅때문에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라고 쓸 경우, 가끔은 “최사원에게나 김대리님이지 나한테 김대리님이야?” 라는 말을 듣기 쉽다.
그렇다고 해서 “과장님, 김대리는 외부 미팅때문에 자리를 비웠습니다.” 라고 말을 할 경우에는 “직급이 최사원보다 높은데 너무 하대하는거 아냐?” 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도 몇년에 걸쳐 직장내 압존법에 대한 질문이 등록된 것을 보면 그만큼 실생활에서 고민이 되는 사항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단순한 위계질서나 패거리 문화를 보여주는
존칭과 경어가 아니라,
서열이 낮은 사람이라도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장려하는
수평적 호칭이 꾸준히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원칙상으로 따지자면, 압존법은 사적인 관계에서만 쓰는 것이 원칙이므로 사회 생활을 할 때는 쓰지 않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국립국어원에서조차 언어예절이라는 것은 상호간 합의에 따라 맞춰지는 것이니 꼭 규정을 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이 올라온 적이 있다. 달리 말하자면 압존법 자체가 직장 내 호칭 에티켓과 함께 과도기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부분이다.
사람을 만드는 것은 지위라는 말이 있다. 어느 정도는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당면한 과제에 적응하면서 인재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지위가 부여하는 존중어린 호칭에 걸맞은 사람이 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그렇다면 한 조직 안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 존중을 표현할 수 있는 호칭을 부르는 것도 회사 생활의 에티켓이다. 단순한 위계질서나 패거리 문화를 보여주는 존칭과 경어가 아니라, 서열이 낮은 사람이라도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장려하는 수평적 호칭이 꾸준히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