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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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회사, 공단의 3박자가 이루어낸
조그만 기적
산재 사고를 당하고 나서 원래 다니던 회사에 복귀하지 않고
퇴직을 하는 경우는 놀랍지도 않을 정도로 자주 볼 수 있다.
그 전과는 다른 직장에서 본인이 하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부담감과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는 허탈감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도 중요한 과정이다.
그런데 그 과정을 내가 다니던 익숙한 회사에서 하게 된다면,
직장동료들과의 응원 속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글. 김주희 / 사진. 전예영

형식적인 전화를 넘어 전달된 마음
권철환 씨가 프레스 기계에 오른손을 잃고 부천 예송병원에서 입원한 것이 작년의 일. 정민경 과장이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잡코디네이터로서였다. 그의 집이 부천에서 다른 경인지역으로 이사하면서 자연스럽게 관할 지사가 달라지게 된 것. 전화로 대부분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주 병실을 찾아주고 도움이 될만한 지원제도를 제안하는 정민경 과장의 마음씀씀이에 철환 씨도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저는 주로 20대, 30대 젊은 사람들에게 컨택하려고 해요. 한 집안의 가장인 40~50대도 물론 중요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때가 한창 일할 나이거든요. 그래서 철환 씨도 원직으로 복직하거나 재취업을 원활하게 하시면 좋겠다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연락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셨죠.”
그렇게 가장 먼저 시작하게 된 것이 심리상담이었다. 다차원 심리검사에서도 점수가 다소 높게 나온 터라 우울감을 줄이고 업무 복귀에 대한 부담감을 완화하기 위해 집중상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시작하면서 철환 씨의 마음도 한층 본연의 강건함을 되찾기 시작했다. 마침 상담기관의 소장도 근로복지공단의 프로그램을 오래도록 진행한 경험이 있어서 철환 씨의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원래 제가 자신감도 없는 편이고 남들이 보기에는 좀 침체되어 보이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 성향이나 성격에 대해 분석도 해주시고 행동 지침에 대해서도 말해주시니까 그런 점이 좋더라고요.”
똑같은 직장, 달라진 업무, 동료들의 응원
철환 씨가 원래 직장에서 맡았던 업무는 프레스 오퍼레이터. 프레스를 작동시키고 조작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그러나 오른손이 절단된 상황에서 해당 직무에 다시 복귀하기란 요원해보였다. 정민경 과장도 이에 마음이 쓰여 개인적으로 회사에 찾아간 적도 있었을 정도. 헌데 예상과는 달리 철환 씨의 복귀는 매우 수월하게 이뤄졌다. 담당 차장님과의 미팅에서 철환 씨를 신경쓰고 있으며 복직도 책임지겠노라고 발언한 데에서도 회사의 마음씀씀이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제가 회사를 갔을 때 차장님이 회사 내부 사무실과 컴퓨터를 보여주셨어요. 재활이 다 끝나면 이 컴퓨터로 철환 씨에게 금형 캐드설계를 시키겠다고 자신있게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도 마음이 참 든든했지요.”
직장동료화합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직무에 적응하고 다른 동료들로부터 응원과 지지를 얻어낸 것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원래 회사에 복귀해도 한동안 서먹한 분위기가 도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분위기를 줄이고 동료들과 동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골자. 근로복지공단의 관계자가 함께 방문해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공단의 각종 지원책에 대해 안내도 하고 다른 동료들과 섞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한층 친밀감을 높였다.

예상과는 달리 철환 씨의 복귀는
매우 수월하게 이뤄졌다.
담당 차장님과의 미팅에서 철환 씨를
신경쓰고 있으며 복직도
책임지겠노라고 발언한 데에서도
회사의 마음씀씀이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는 처음이다 보니 자잘한 것만 했지 전문적인 건 몰라서 어려운 게 많았어요. 그나마 현장에서 있으면서 이것저것 들어본 것도 있고 아는 것을 접목시키며 일한 게 수월하게 적응하는데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선임자분도 적극적으로 가르쳐 주셨고요. 작년 9월에 복귀했는데, 풀타임으로 일하는 게 체력이 안 돼서 힘들긴 했지만, 지금은 적응이 많이 되었죠. 가끔 일이 힘들어서 슬럼프가 오기도 하는데 회사 분들에게 상담을 해요. 그럴 때면 남들이 배우고 싶어도 못 배우는 것들을 적극 알려주고 도와주겠다고 하셔서 회사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더 커지곤 합니다.”
직장으로 철환 씨가 복귀한 뒤에도 정민경 과장은 꾸준히 철환 씨의 상황을 체크했다. 산재장애급수가 높아 원직복귀가 힘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복직 이후가 중요했다. 다행히도 철환 씨를 위해 빈자리와 컴퓨터를 마련해 놓았다고 자신 있게 말한 차장님의 마음씀씀이도 더해져 적응 기간도 순조롭게 보낼 수 있었다.
마음을 두드리는 신뢰, 튼튼한 다리를 놓다
이미 훌륭하게 복직을 해 믿음가는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는 철환 씨지만, 지금도 정민경 과장은 회사와 가끔 통화를 한다. 그 때마다 회사의 차장님은 ‘한번 오시라, 차 한잔 하자.’라며 정민경 과장을 초대하곤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철환 씨가 회사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받는 느낌이 든다고.
“철환 씨의 경우에는 제가 공을 꽤 들이기도 했지만, 사실 단계별로 지원책을 말씀드릴 때마다 열심히 응해주셔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기 때문에 많이 기억에 남아요. 저도 사람이다 보니 이런 저런 미팅을 할 때마다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게 기분도 좋고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젊으신 분들은 아직 사회경험이 별로 없고 자기만의 틀을 깨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철환 씨는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시는 게 보이니까 저도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죠.”

신뢰관계가 구축되고
새로운 일상을 쌓아갈 마음의 준비가 된다면
노동자의 바로 옆에서 그 길을 닦는데 힘을 보태지만,
본인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상 공단의 여러 사업이 노동자의 복지를 위해 만들어지고 시행되는 것이지만, 당사자가 거부하면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가 않다. 신뢰관계가 구축되고 새로운 일상을 쌓아갈 마음의 준비가 된다면 노동자의 바로 옆에서 그 길을 닦는데 힘을 보태지만, 본인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철환 씨는 공단과 노동자 사이에 작지만 탄탄한 다리를 놓아주고 있다. 실제로 지원을 받아 다시 복직을 한 사람이니만큼 직장 동료들에게도 새로운 롤 모델이 되어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