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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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날 일상과 함께 깃드는 멋스러움,
가죽팔찌 만들기
사이 좋은 친구들이나 연인들끼리 원데이클래스에 참가하는 모습은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만드는 과정에서 재미도 느끼고 각자 완성한 결과물을 가져가는 것도 뿌듯하기 때문이다.
평소 뇌를 쓰는 방식과는 다르게 생경한 작업에 몰두하면서 느끼게 되는 상쾌함까지 더해지니 더욱 즐거울 수 밖에 없다.
이번에 근로복지공단 유성지사 재활보상부에 근무하는 박명숙 대리와 최예빈 주임도
가죽공예라는 새로운 분야에 시도해보기 위해 대전에 위치한 한 가죽공방을 찾았다.

글. 김희정 / 사진. 한상훈

붙이고, 도려내고 - 자그만 팔찌에 품 한가득
박명숙 대리와 최예빈 주임이 오늘 만들기로 한 것은 심플하고 도톰한 가죽팔찌. 새들스티치 기법으로 가죽에 포인트를 주고 엔틱한 느낌의 황동 고리를 끼워 한층 차분한 맛을 더했다. 각각 두장의 재단된 가죽을 받고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은 본드칠이다. 고리가 고정될 부분을 제외하고 접착이 필요한 부분에만 본드를 얇게 펴바르는데 여기에도 나름의 요령이 필요하다.
“본드칠한 가죽에서 유난히 광이 나는 부분은 본드가 뭉친 거고, 반짝거리지 않는 부분은 본드가 발리지 않은 겁니다.
힘을 줘서 균일하게 반짝거리도록 얇게 발라주세요.”

본드를 다 바른 다음에는 양쪽을 샌드위치처럼 붙인뒤 사포막대로 옆면을 균일하게 갈아줘야 한다. 본드가 새어나온 부분, 가죽이 서로 어긋나게 붙은 부분이 있다면 신경써서 해야 하는 작업이다. 본드칠한 가죽 옆면이 요철 없이 균일하게 잘 붙었다면 새로운 도구가 하나 추가된다. 엣지비벨러라는 도구로, 가죽의 절단면이 직각일 때는 물러지기 쉽기 때문에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주는 도구다.
“대리님, 이거로 가죽을 살살 깎아내는게, 손맛이 진짜 좋아요. 뭔가 사악사악하고 섬세하게 갈리는 느낌이에요.”
“뒷편 가죽도 똑같이 해줘야 하니까 그 느낌을 다시 느껴볼 수 있겠네.”

작업이 찬찬히 이어지면서 그간 해봤던 원데이 클래스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왔다. 둘 다 쿠키를 만드는 등의 제과제빵 클래스는 경험이 있지만 가죽공예는 첫 도전이라 한층 새로웠다고.
“저는 목공 클래스에 참가해서 아기 침대를 만들어보긴 했어요. 매주 주말에만 참가해서 만드는 거였는데 한달 반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박명숙 대리님은 뭐든 잘 하세요. 저는 쿠키나 케이크 만들기만 해봐서 오늘 팔찌를 만드는 것도 대리님보다 진도가 천천히 나가는 것 같아요.”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며 절단면 위로 단면 마감을 해나간다. 오늘의 주재료가 베지터블 가죽인 만큼 마감할 때 쓰는 재료도 식물성 마감재에 락카를 섞어 광택을 살짝 더했다. 얼룩이 질 수 있으니 양은 소량씩만 바르는 것이 요령이다.
“물론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얼룩이 생기긴 해요. 그런 흔적이 오히려 빈티지한 멋을 더해주기는 하지만, 자연스럽게 얼룩이 생기는 것과 만들 때부터 얼룩이 크게 지는 것은 육안으로 봐도 느낌이 확 다르거든요. 그래서 얼룩이 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소량씩 바르고 슬리커로 잘 문질러주는 과정이 필요해요.”
망치로 쾅쾅, 바늘로 조심조심, 마감제로 반짝반짝
옆면 마감을 완벽하게 하고 나면 이제 가죽 위에 잔잔한 포인트가 되어줄 바느질 작업이 남아있다. 컴퍼스처럼 생긴 디바인더라는 도구로 바느질할 라인을 고르게 그어준 뒤, 두꺼운 포크처럼 생긴 목타를 라인 위에 박고 나무망치로 두드려서 실구멍을 뚫어준다. 나무망치를 시원하게 휘두르면서 그간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상당히 많은 과정이다.
“이거 재밌다. 아무 생각없이 집중하게 되네.”
“재밌긴 한데, 목타가 사선으로 박힐까봐 자꾸 확인하게 돼요. 그럼 뒷편 가죽이 찢어질 수 있다면서요. 대리님은 목공하면서 망치를 잡아보셔서 그런지 수월하게 하시는 것 같아요.”

바느질 작업에서 가죽을 꽉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포니에 팔찌를 고정시킨 뒤에는 새들스티치로 양쪽 가죽을 이어준다. 새들스티치는 구멍 하나에 두개의 실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에르메스에서 이 기법을 사용해 만든 말안장이 인기가 있었다는 데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손바느질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품이 많이 들지만 장점도 뚜렷하다. 가죽과 가죽 사이의 장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견디고, 설령 한쪽 면의 실이 끊어진대도 다른 면의 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실이 주르르 풀리지 않는 견고함이 대표적이다.
“우리 예빈 주임이 회사에서도 바느질 실력을 뽐낼 때가 있거든요. 일도 잘하는데 바느질도 정말 잘해요. 그래서 바느질 하는건 나보다 더 빠른 것 같아요. 나는 자꾸 엉키는 것 같은데.”
“실이 자꾸 엉킨다 싶으면 그냥 거기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다음 구멍부터 새로 바느질을 하는게 나을 수 있어요. 실이 엉키면 서로 마찰되서 터질 수도 있거든요. 실 양쪽에 바늘이 달려 있으니까 바느질할 때 양쪽 실 길이를 동일하게 맞춰주세요. 새로운 구멍에 실을 꿸 때마다 다음 실이 엉키지 않도록 몸쪽으로 실을 당겨준 뒤 다음 실을 교차시키는게 중요해요.”

마지막까지 끈기 있게 바느질을 한 뒤 마감제를 다시 전체적으로 발라주며 모든 과정이 끝났다. 이날 완성된 가죽팔찌는 모두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선물될 예정. 최예빈 주임은 남자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일부러 남자 사이즈로 팔찌를 만들었고, 박명숙 대리는 놀랍게도 최예빈 주임에게 선물할 것이라 밝혔다. 앞으로 출산휴가를 쓰게 될 예정인데, 그때 바로 옆자리라 신세를 지게 될 예빈 주임을 위해 열심히 만들었다고. 그러면서도 꼭 다음에 다시 도전해서 본인을 위한 가죽제품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두 사람 모두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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