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요양병원 간호부
최대 10년 장기 요양, 환자와 가족처럼 지내는 병원
경기요양병원은 근로복지공단 산하병원으로 10개 병원 중 경기권역에 속해 있는 요양병원이다. 그중에서도 간호부는 간호 인력 약 30명, 병동도 21과 31까지 2병동으로 나누어져 가족 같은 분위기를 자랑한다. 경기요양병원 간호부는 산업 재해를 입고 중증 신체장애 및 정신적 장애 재해, 수술 합병증 간호 및 건강한 신체 활동으로의 복귀를 위한 재활 및 요양 입원 중인 환자들을 간호하고 있다.
"올해 2월 1일부터 저희 병원은 전 병상을 코로나 감염환자 치료를 위한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하여 운영됐습니다. 특이한 케이스였지요. 계속되는 감염으로 인해 치료시설은 물론 의료진까지 부족한 상황이었고, 국가공공기관인 저희 병원 또한 코로나 치료를 위해 병원 체계 구축을 실시했습니다. 병원 내에 격리 시설을 마련하고 감염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습니다. 간호부뿐만 아니라 원장님을 비롯해 모든 임직원이 두 손을 걷어붙이고 내부 시설 정리와 환경 마련에 앞장섰어요. 특히 저희 간호부는 아무래도 환자를 가장 많이 마주하는 직무이기에 병동 구성 초기 단계에서부터 투입되어 모든 과정을 함께했습니다." 김정숙 과장의 기억은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보이지 않는 숱한 위협들과 사투를 벌였던 팬데믹 전쟁
마침 경기요양병원이 코로나 전담 병원을 도맡을 즈음에는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노인환자의 감염 사례가 확산될 시기였다. 급성기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은 각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경기요양병원은 평소 지병이 있는 고령환자의 입원과 치료를 맡고 있었다. 치매를 비롯한 많은 지병을 동반한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환자의 이송과 병실 배치를 위해 보호자와 수시로 전화 연락을 이어가며 틈틈이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한 교육도 간호부의 몫이었다. 격리 병동 간호사들의 순환 근무로 간호부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냈다. 치매 환자의 돌발 행동이나 갑작스러운 증상 악화로 가슴을 쓸어내린 날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고열로 식사도 잘 못하시고, 심폐기능이 많이 나빠진 90대 여성 환자분이었어요. 청력 손실도 심해서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열을 잡기 위해 수액 처방이 내려왔는데요. 수액을 주사하고 돌아서면 환자 스스로 주사를 빼셔서 혈액이 바닥에 흩어져 있는 경우도 있었죠. 대소변 처리를 직접 하기 어려운 환자의 침상을 정리해드리는 일부터 식사를 거부하는 노인 환자분을 매 끼니마다 어르고 달래며 한 숟가락씩 떠먹여 드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입사와 동시에 팬데믹과의 전쟁에 돌입한 최혜민 간호사는 고군분투를 그렇게 기억한다.
간호부를 비롯한 경기요양병원 임직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이 긴 사투가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보호장구를 착용한 상태로 숨을 쉴 때마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시야를 가려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웠다. 오염된 구역과 방제 구역에서 무선전화로 교류하며 간호사들은 병원을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각 병실에서는 음압시설로 인해 24시간 소음이 가득한 상태였다. 치매 환자의 통제되지 않는 행동은 격리병실 운영의 또 다른 난관이었다.
"노인 환자는 컨디션이 순식간에 나빠지곤 해요. 갑자기 생사의 기로에 서실 때마다 가장 힘들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고은정 대리는 말한다.
일상으로의 복귀를 응원하는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미소
하지만 21병동의 수간호사를 포함한 모든 간호사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싸웠다. 환자를 위한 봉사, 희생, 간호에 최우선을 두고 감염이라는 위험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았다.
"어려운 일, 당장 지금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솔선수범 나서는 열정적인 간호사 선생님들의 모습을 통해 많은 걸 배웠습니다. 곁에서 희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울컥한 적도 있고요. 동료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과 따뜻한 관심을 주시는 선생님들, 감사하고 또 사랑합니다."
김정숙 과장의 눈가가 다시금 감동으로 붉어진다. 혼자서는 하기 힘든 일을 함께 해결하며 경기요양병원 임직원들은 더 강해졌다. 서로의 어깨에 의지한 덕분이었다. 매일의 위기를 묵묵히 이겨낸 끝에 모든 임직원이 사상초유의 팬데믹 상황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저는 타 병원에서 근무하고 경력직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입사한 케이스입니다. 산업재해를 입고 장기간 재활 및 요양을 하는 환자를 간호하는 과정이 나와 맞는 일일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근무지의 특성상 장기 요양을 하는 환자들이 심리상태 및 재활 과정의 어려움이 있는지 다정하게 말 한마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며 환자와 간호사와의 신뢰도를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점이 무척 행복하더군요." 고은정 대리는 말한다.
간호사의 이름을 기억하는 환자와 오며 가며 밝게 인사하는 모습. 환자들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그날까지 웃음으로 응원하는 간호사들의 모습. 분명 경기요양병원 간호사들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따스함이다. "산업 재해를 겪고 일상 복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환자들을 보면 저희까지 힘을 얻습니다. 이들을 위한 더 나은 혜택이 있는지, 정보 제공까지 할 수 있는 가족 같은 존재로 자리하고 싶습니다." 최현숙 수간호사의 말에서 '목표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해낸다. 그들이 어디를 가고 있는지 알기 때문'이라는 나이팅게일의 명언을 새삼 곱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