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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님과 동해병원 박미숙·최윤미 간호사

커다란 충격으로 남은 그날의 사고

농업진흥원 한우 품질관리원으로 긴 공직생활을 마친 김동식 님이 소일거리 삼아 스티로폼 파쇄 업무를 시작한 건 2020년의 일이다. 워낙 유쾌하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가만히 있기보다는 늘 가족을 위해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 여름으로 넘어가던 6월의 끝자락, 김동식 씨가 파쇄기를 청소하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 분명 함께 일하던 직원과 이야기를 하고 기계 안으로 들어갔는데, 잠깐 사이에 바깥을 지키던 작업자가 바뀐 모양이었다. 누군가 김동식 님을 발견하지 못하고 파쇄기 작동 스위치를 눌렀다.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상황을 채 판단하기도 전에 끔찍한 고통이 찾아와 정신을 잃었다. 구조대가 출동해 기계 해체 작업을 하는 두 시간 동안 그는 꼼짝없이 다리가 끼인 채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김동식 당시의 상황을 온전히 기억하지는 못해요. 긴 시간 심리상담을 이어왔지만 아직도 그날의 악몽에 시달리곤 하지요. 구조 작업을 하는 두 시간이 너무 고통스럽고 길게 느껴졌거든요.

우측 다리가 협착된 상태로 결국 우측 무릎 위 절단술을 받았다. 하루아침에 큰 장애를 입게 된 그는 물론이고 가족의 충격도 컸다. 하지만 아직 긴 치료의 과정이 남아있었다. 강릉에서 수술을 마친 그가 산업재해 재활 특진으로 동해병원에 상담하러 오던 상황을 박미숙 간호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박미숙 다리의 상처만큼 정신적 충격이 큰 상황이었습니다. 절단부에 대한 환상통은 물론 사고 회상으로 악몽에 시달리며 불안과 우울감으로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계셨죠. 누구에게나 산재사고는 갑작스럽게 찾아오기에 환자는 당연히 큰 혼란을 겪습니다. 충격이 심한 만큼 최대한 위안이 되어 드리기 위해 노력했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상담하며 필요한 지원을 차근차근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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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몸을 함께 돌보는 재활 치료 계획

하지 관리에 대한 정보 전달만큼이나 전문재활치료와 심리재활도 시급했다. 김동식 씨는 2주간의 하지절단 특별진찰 프로그램 후 동해병원에 신뢰를 느끼고 전원을 결정했다. 전원 후에는 바로 주치의와 산재관리간호사 등 각 파트 담당자가 모여 재활 종합 계획을 설정했다. 동해병원 의료진들의 목표는 김동식 씨가 하루빨리 충격을 딛고 스스로 보행하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있었다. 재활치료사는 먼저 하지 절단 집중재활치료를 통해 우측 고관절 구축과 절단 부위와 둔부의 약해진 근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병동 간호사들은 재활공학연구소와 연계해 의족을 지원하고 상처 부위 회복에 힘썼다. 사회복지사는 김동식 씨의 불안한 심리 치유를 위해 실내 양궁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때 시작한 양궁은 김동식 님에게 아직도 잊지 못할 즐거움으로 남아있다. 물론 사고 이전 유쾌하고 쾌활한 성격을 잃은 그에게 웃음이 찾아오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절망에도 끝이 있게 마련. 새로운 희망이 하나둘 그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김동식 다시 걷지 못한다는 불안이 제일 힘들었어요. 하지를 절단하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죠. 그러다 산재사고를 겪은 환자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집단 심리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조금씩 마음을 열 수 있었습니다. 처음 저를 담당했던 박미숙 간호사와 지금의 담당자인 최윤미 간호사님 그리고 재활치료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진의 밝은 표정과 격려가 기억에 남아요. 늘 제가 잘하고 있다고 용기를 주시더라고요. 꾸준히 상담을 이어가며 이 고통이 나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경제적 부담이었던 의족을 지원받았을 때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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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마운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동해병원은 재활공학연구소와 협력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전자제어식 로봇 의족(K-leg)을 김동식 씨에게 시범 지원했다. 고령이기에 로봇 의족 착용 시 신체에 부담이 있을 거라는 염려도 잠시, 꾸준한 훈련으로 근력을 강화하며 재활에 힘쓰는 그의 모습에 의료진도 감탄할 정도였다. 처음 의지를 착용하고 보행훈련을 실시하던 날 모두가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제 그는 코로나19로 예상보다 길어진 입원 기간을 마무리하려 한다.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된 박미숙 간호사 대신 지금은 최윤미 간호사가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 장난이 많고 늘 유쾌한 김동식 씨가 그동안의 아픔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 최윤미 간호사는 그의 곁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계획. 통원치료를 하는 동안 다시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희망을 찾는 여정을 함께하려 한다. 이제는 재활을 함께하진 않지만 그의 노력과 고민을 처음부터 지켜봤기에 박미숙 간호사 역시 가슴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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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숙 산재관리간호사로 일하며 매 순간 저를 돌아보며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업무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김동식 씨와 같은 환자를 보며 간호사로서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산재근로자들이 재해 발생 후 신체회복 및 심리적 불안감으로 적절한 재활치료나 맞춤형 재활서비스를 받지 못할 때, 저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요양 초기부터 직장 및 사회복귀까지 늘 도움이 되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환자안전전담자로서 더 많은 역량을 키우려 합니다. 어떤 일을 하던 산재환자의 곁에 보탬이 되는 의료인이 되겠습니다.

김동식 퇴원을 앞둔 지금 아직도 걱정과 두려움이 마음 한편에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동해병원과 의료진이 보여준 친절이 저에게 용기를 줍니다. 어려움이 있다면 다시 돌아와 도움과 고민을 나눌 곳이 있다는 사실도요. 저처럼 산재를 겪은 분들 모두 회복의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의료진과 자기 자신을 믿는다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최윤미 산재관리간호사로 지금은 열심히 업무를 익히고 있습니다. 김동식 님처럼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유쾌한 환자를 보면 절로 힘이 나죠. 김동식 님이 퇴원한 이후에도 늘 필요한 지원을 꾸준히 연계하며 조력하겠습니다. 산재환자분들께서도 용기를 잃지 마시고 마음을 털어놓고 싶거나 지원이 필요할 때 저희 산재관리간호사를 찾아주세요.

평소 좋아했던 악기를 배우며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느끼고 싶다는 김동식 씨. 어제보다 내일은 더 좋아질 거라는 믿음이 그를 희망으로 이끌었다. 포기하지 않고 일어설 수 있다는 의지만 있다면 반드시 더 나아질 것이다. 김동식 씨가 부르는 밝은 미래가 어느덧 성큼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