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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병원 재활지원부 전진희 간호사와 황창인 님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온 사고

황창인 님에게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선연하다. 2020년 2월 6일. 설 연휴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추운 날이었다. 여느 날처럼 인테리어 공사 현장으로 트럭을 몰고 가던 출근길, 다른 트럭과 부딪혀 교통사고가 났다.

"사실 사고 당시의 순간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고 교통사고가 났다는 말을 들었죠. 워낙 큰 사고여서 근처 대학병원에서 국립병원으로 옮기고 수술을 세 차례 받은 후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겼어요. 오른쪽 다리 절반 이상을 살릴 수 없다는 소견을 듣고 절망에 빠졌죠."

수술이 세 차례나 이어지는 동안에도 다리 기능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길어지는 치료에 후유증과 합병증 위험도 있었다. 결국 다리를 절단하고 본격적인 재활 치료에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워낙 경황이 없기도 했고, 산재보험에 대해 잘 몰라 개인 보험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사의 도움으로 산재신청을 하고, 본격적인 재활 치료를 위해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에 입원했다. 황창인 님은 당시만 해도 인천병원보다는 서울의 유명한 대학병원이나 교통사고 전문 재활병원을 고려했다며 웃어 보였다.

"평생 일하며 살아왔는데도 근로복지공단이 구체적으로 뭘 하는 곳인지 잘 몰랐어요. 일하다 사고가 나도 개인보험으로 해결해야하는 줄 알았죠.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더 잘 몰랐어요. 지금 생각하면 인천병원을 만난 건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여러 병원을 다녀봤지만, 재활을 위한 시스템부터 전문 의료진까지 모두 갖추고, 원직복귀를 위해 이렇게 한마음 한 뜻으로 힘써주는 곳은 없었어요."

인천병원을 찾은 날부터 재활은 물론 원직복귀를 위한 치료에서부터 요양 혜택까지, 전진희 간호사의 꼼꼼한 설명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환자의 상병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의료인이 제도에서부터 복귀 계획까지 전반적인 계획을 세워주니 더욱 믿음이 갔다. 직업 복귀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꾸준히 상담을 받고, 그에 맞는 지원 계획이 착착 실행되기 시작했다.

"황창인 님이 처음 재활 특진으로 입원하셨을 당시, 하지 절단 집중재활 및 하지절단 집중의지 훈련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곧바로 집중재활 프로그램을 연계해드렸죠. 또 원직복귀 의지가 강해 직장복귀 대상자로 사례 관리를 진행했습니다. 원직무에 원활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직업환경의학과와 협진해 꾸준히 직무에 맞는 재활을 시작했고요. 하시던 일을 계속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셨기 때문에, 직접 사업장에 방문해 환자가 복귀했을 때 필요한 움직임과 조건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훈련을 도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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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할 수 있다는 희망

인테리어 공사 현장은 워낙 위험요소가 많다 보니 황창인 님도 고민이 많았다.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걱정에 잠 못 들던 날들이 길어져 우울하고 불안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사고 이후부터 지극정성 그를 간호하는 아내가 있어 결코 포기할 수만은 없었다.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잡기로 결심했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사실이 그를 지탱했다.

"황창인 님의 재활을 지원하며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은 무엇보다 정서적 안정이었습니다. 절단으로 인한 상실은 우울감을 높일 수 있는 요소입니다. 다행히 가족의 지지가 강해 비교적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셨지요. 가족에게 차마 표현하지 못한 부분을 제가 최대한 이해해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가족 외에도 의료진 역시 환자를 지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또 의족이 환자의 발을 대신하는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에, 선택부터 관리, 의지 훈련까지 각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직무지원형 재활보조기기 지급사업을 통해, 산재환자에게 맞춤형 보조기기를 제공하고 있다. 의족은 가격과 종류도 다양하고 맞추는 과정도 까다롭지만 발을 대신하는 도구이기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넓은 만큼 고르기 쉽지 않다. 다행히 경험 많은 인천병원 의료진이 꼼꼼히 황창인 님의 신체 상태를 체크해 적절한 도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의족이 생겼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직장 복귀 훈련을 시작할 차례. 처음엔 두려움이 컸던 운전부터 집중 훈련을 이어 나갔다. 사다리 타기 등 고난도의 동작들도 꾸준한 재활을 통해 점차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요양이 종결될 즈음, 그는 전만큼은 아니지만 자유롭고 편안한 움직임을 되찾았다. 예전처럼 일할 수 있을지 걱정하던 마음 대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라며 황창인 님이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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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도록

"처음 사고가 났을 때는 홀로 절망의 끝에 내동댕이쳐진 기분이었습니다. 인생이 끝났다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런 저에게 슬픈 내색조차 하지 못하고 혼자 울던 아내 그리고 긴 재활 과정에서 늘 밝게 웃으며 잘하고 있다고 용기를 주던 전진희 간호사님을 비롯한 인천병원 의료진들까지. 혼자가 아니기에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주어진 상황에 불평하기보다는 해야지 뭐, 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하다 보니 지금은 남 부럽지 않게 일터에서 제 몫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동료들도 많이 도와주고요. 무엇보다 밤낮으로 제 곁을 지키며 힘이 되어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사고는 갑작스럽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얼마간은 처해진 상황을 받아들이느라 힘든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황창인 님은 결국 그 이후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곁에 있는 가족, 복귀를 함께 기다려주는 동료들 혹은 재활을 위한 한 걸음 한 걸음을 곁에서 지켜봐 주는 의료진까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용기를 내길 바란다고 조언을 건넸다.

"장기간 요양하다 보면 과연 내가 좋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터놓고 얘기하길 꺼리는 분들도 많고요. 그래서인지 사고 후 벌어진 상황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황창인 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 역시 그 마음에 응답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요. 황창인 님처럼 마음만 있다면 저희 인천병원 재활지원부는 언제나 더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저 역시 마음을 터놓기 어려운 환자에게 조금 더 의지할 수 있고,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 환자 곁에서 처음의 두려움이 확신으로 바뀌고, 삶의 희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전진희 간호사. 그리고 그와 함께 하는 인천병원 모든 의료진이 산재 환자의 곁을 지킬 것이다. 태풍이 지나간 후 맑게 개인 하늘처럼, 환한 미소를 띈 황창인 님처럼 모든 환자가 다시 밝은 웃음을 되찾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