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직 종사자 강지혜 씨와 서울남부지사 이일용 차장
출근길에 갑자기 닥친 부상
하루에도 수많은 스케줄을 챙겨야 하는 비서 업무를 하면서도 집과 가정 모두 두루 챙겼다. 일에 있어서만큼은 베테랑이라 자부했으나, 재해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분주한 출근길에 계단에서 발목을 접질렸고, 그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그때가 2021년 3월 9일이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던 사고. 하지만 검사 결과 인대 두 곳이 끊어진 데다 발꿈치 골절까지 발생해 도무지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동네의원을 다니며 이런저런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회사에 빨리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개인 비용을 들여서라도 치료를 받으려고 했어요. 다행히 회사에서 산재 신청을 권유했고, 근로복지공단을 알게 되었습니다. 산재 신청을 늦게 했던 터라 공단과 신속하게 연결되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때 이일용 차장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이전에는 공공기관 담당자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차장님이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주셨습니다."
동네의원에서 치료하면서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전원을 고민하는 강지혜 씨에게, 이일용 차장은 근로복지공단 서울의원을 추천했다. 강지혜 씨의 거주지와 거리가 가까운 데다, 산재에 가장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처음에는 여러 이유로 서울의원으로의 전원을 망설였다는 강지혜 씨. 그러나 "치료를 받아보고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시 병원을 옮겨도 된다"는 이일용 차장의 말에, 서울의원으로 향했다.
"공단과 연결되기 전에도 서울의원으로 갈까 고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공단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어서 미뤄두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처음에는 공단 직원이 적극적으로 권유하니 경계하는 마음도 내심 있었습니다. 그런데 병원 견학을 해보니, 기대 이상으로 환경이 쾌적했고 상담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서울의원에서는 전담 치료사가 따로 있어서 도수 치료와
전기 치료, 약물 치료 등을 비롯해 운동 치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집중재활치료를 통해 직장복귀까지 돕다
반신반의하는 강지혜 씨가 안심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이일용 차장은 직접 차를 몰고 서울의원 견학에 나섰다. 이는 강지혜 씨만이 아니라 서울의원으로 통원이 가능한 재해자에게 그가 한결같이 해오고 있는 일이다.
"영등포구에 있는 서울의원까지 오가는 길이 멀다면 권유하기가 어렵지만,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분들에게는 서울의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강지혜 씨는 공단에서 실시한 중증도지수 검사 결과, 경도장애가 예상되는 상태였다. 이에 따라 공단의 '내일찾기서비스' 대상자가 되었고, 상담 후 집중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강지혜 씨는 서울의원에서 치료받으며 지지부진했던 몸의 상태가 눈에 띄게 나아졌다고 전한다.
"서울의원 원장님은 이렇게 저에게 시간을 써도 되나 싶게 상세하게 저의 상태를 듣고 상담을 해주셨습니다. 이전 의원에서는 물리치료를 받는 게 전부였는데, 서울의원에서는 전담 치료사가 따로 있어서 도수 치료와 전기 치료, 약물 치료 등을 비롯해 운동 치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지난 일을 말하지만, 산재 이후 재활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혹시라도 다시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왈칵 솟아나기도 했다. 배우자와 함께 그렸던 퇴직 후 인생 계획이 모두 무너지는 것만 같았고, 오랜 기간 이어오던 봉사활동도 못 하게 될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나아지는 몸의 상태를 보면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게 두 달 동안 집중재활치료를 받고, 그해 5월 15일에 직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값없이 받은 관심을 다시 나누며
강지혜 씨는 "서울의원에서 치료부터 보상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해준 덕분에 재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더불어 "이번 일을 통해 공공기관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이일용 차장님이 정말 자기 일처럼 상세하게 안내를 해주셨어요. 이런 분을 담당자로 만난 것이 저에게는 '불행 중 다행’이 아니라 '행운' 그 자체였어요. 서울의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이상적인 병원의 모습을 실제로 경험했습니다. 진료실에 앉아 있으면 환자인 제가 '이렇게 오래 앉아 있어도 되나?' 싶을 만큼 자세하게 경과를 말씀해주셨습니다. 치료사분들도 산재환자를 자주 만나시니 제 상태와 마음을 깊이 이해해주셨고요. 서울에라도 서울의원과 같은 병원이 동서남북 한 곳씩 있다면 더 많은 산재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이제는 등산까지는 아니어도 둘레길 산책 정도는 할 수 있을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는 강지혜 씨. 직장에 복귀해 한동안 근무를 해오던 그는 올해 들어 인생 2막을 고민하며 퇴사 후 새로운 진로를 찾고 있다. 그 사이, 또 다른 도전도 시작했다. 바로 근로복지공단에서 시행하는 산재근로자 멘토링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제 멘토링을 시작한 지 서너 달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저보다 큰 재해를 입은 분을 제가 상담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지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나이의 여성 근로자들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감정의 공감대가 있더라고요. 산재를 경험한 사람만이 아는 고민을 나누면서 서로 위로하고 격려도 하고요.”
이일용 차장은 “여성 근로자를 멘토링 할 수 있는 여성 멘토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강지혜 씨의 활약을 응원했다. 강지혜 씨의 멘티 근로자 역시 멘토링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산재로 인한 우울감을 극복해가고 있다.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희망의 홀씨가 되어 다른 이들의 마음까지 든든하게 만드는 기적. 그렇게 강지혜 씨와 이일용 차장이 심은 희망의 씨앗이 더 많은 이의 가슴에 심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