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과거 유산과 발전하는 현대 문명의 교차점

몽골에서는 하루 종일 달려도 사람보다 말과 양을 더 많이 만난다고 한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는 말이다. 몽골의 면적은 우리나라의 15배 정도로 넓지만, 인구는 15분에 1에 그친다. 면적은 약 156만km2, 인구는 약 340만 명. 그리고 가축은 6,0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몽골은 국토의 55~60%가 초원이고 30~35%가 사막이며, 산악 지대인 북서부와 사막 지대인 남부와 초원과 강이 펼쳐진 동부로 구성된다. 그러다 보니 인구의 삼 분의 일 이상이 아직도 유목 생활을 유지한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효율과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사회와는 사뭇 다른 삶이이곳에 유유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몽골인들에게 수도 울란바토르는 변화무쌍한 곳이다. 초원과 사막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은하수도 여기서만큼은 자취를 감춘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이 별빛을 가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울란바토르 시내를 천천히 걷다 보면 시간 여행을 하듯 몽골의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수흐바타르 광장은 울란바토르의 중심이자 상징적인 장소다. 이 광장은 몽골 독립운동의 영웅인 ‘담딘 수흐바타르’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담딘 수흐바타르는 1921년 몽골이 중국과 러시아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도록 이끈 인물이다. 몽골은 아주 오래전부터 유목 국가를 이루며 살았는데 지리적으로 가까이 접해 있는 중국과는 늘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수흐바타르 광장 Sukhbaatar Square
주소 Peace Ave, Ulaanbaatar 14201 Mongolia
이용 시간 24시간
이용 요금 무료

그러다가 13세기 칭기즈 칸이 등장하면서 몽골을 비롯해 세계 역사는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당시 몽골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대제국으로 천하를 호령했다. 용맹하고 호방한 몽골이라는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이 이때 성립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후 한참 시간이 흘러 몽골은 쇠퇴에 이르러 중국의 지배를 받게 되었고, 19세기에 들어서는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반목을 거듭하며 혼란기를 겪는다. 그런데 이 혼란의 시기를 잠재우고 독립을 쟁취한 영웅이 바로 담딘 수흐바타르다. 그 결과 몽골인에게 국민적 영웅을 꼽으라면 칭기즈 칸 다음으로 담딘 수흐바타르가 반드시 등장한다. 이 광장에 서면 몽골에서 두 사람의 위상을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담딘 수흐바타르 동상 맞은편에는 칭기즈 칸 동상이 배치되어 있는 것. 마치 광화문의 이순신 동상과 같은 위용을 뽐내며 두 영웅은 몽골의 중심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몽골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면 국립박물관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곳은 몽골의 선사시대부터 현대를 아우르는 방대한 유물을 자랑한다. 4만 년 전 말 타는 모습이 그려진 동굴 벽부터 다양한 형태의 전통 복장과 400여 종에 달하는 전통 모자, 전통 악기를 비롯해 유목민들의 독특한 생활용품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특히 몽골 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칭기즈 칸과 관련된 자료도 많으며, 그 후손의 발자취도 확인할 수 있다. 몽골의 오랜 역사를 마치 파노라마처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것이다.

몽골 국립박물관 Mongolia National Museum
주소 Juulchin Street-1, Ulaanbaatar 210146 Mongolia
이용 시간 오전 7시~오후 9시, 동절기 월요일 휴무
이용 요금 20,000MNT

자연의 품에서 함께하는 낮과 밤

이제 본격적인 여행을 떠나보자. 테를지국립공원은 몽골 여행을 계획하며 품었던 낭만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몽골 전통 가옥인 게르에서 머물며 이곳저곳을 돌아볼 수 있어 짧은 시간이나마 유목민의 생활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몽골은 혼자서 여행하기에는 불편함이 많다. 대중교통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거니와 게르와 같은 숙소는 여행자가 개인적으로 예약하기 쉽지 않다. 보통 한국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거나 자유 여행으로 몽골에 도착한 후에 현지 투어 상품을 통해 원하는 지역을 방문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게르는 유목민이 이동하면서 살기 위해 편리하게 짓고 해체하는 일종의 텐트라고 볼 수 있다. 버드나무 장대를 방사형으로 세우고 양털로 만든 펠트와 흰 광목을 덮어 완성한다. 전통적인 형태의 게르는 석탄이나 나무, 가축의 배설물을 연료로 이용하고 욕실이나 화장실은 마련되어 있지 않으나 여행자가 묵는 게르는 온수 샤워도 가능하도록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경우가 많다. 유목민이 운영하는 소규모 게르 캠프나 보다 더 큰 규모의 게르 리조트 등 자신이 원하는 숙소를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몽골 여행을 망설이는 주된 이유가 바로 욕실이나 화장실이 불편하기 때문인데,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게르의 경우에는 이런 걱정이 말끔히 해소된다.

복드 칸 궁전 박물관 Bogd Khan Palace Museum

게르에서의 하룻밤은 편리함과 복잡함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드넓은 초원 위에 덩그러니 자리한 게르에서 먹고 자고 산책하다 보면 시간이 온 우주를 관통해 천천히 흐르는 것을 온몸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밤이 되면 감동은 두 배로 커진다. 캄캄한 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며 원래 하늘에 이렇게 별이 많았는지 새삼 놀라게 되고 그 아름다움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테를지국립공원은 울란바토르에서 약 7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도심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이렇게 광활한 대자연이 펼쳐져 있다니 절로 감탄이 나온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경이로움에 즐거움까지 더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만날 수 있다. 물론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길이다 보니 전문 가이드와 함께해야만 한다. 가장 유명한 건 체체궁산 코스다. 해발 2,268m 체체궁산 정상에 오르면 테를지국립공원의 드넓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방이 탁 트여 있고 초원 위에 듬성듬성 놓여 있는 게르와 그 사이를 뛰어오는 말과 양의 무리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거기에 오직 바람 소리와 새 소리가 귓가를 맴돌며 자연의 위대함에 다시 한 번 고개가 숙여지는 순간이다.

테를지국립공원 Terelj National Park

체체궁산은 몽골의 마지막 황제 복트 칸이 어린 시절 놀던 곳으로 그의 이름을 따 ‘복트산’이라고도 불리며 몽골인들에겐 영험한 기운이 있는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1778년에 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이기도 하다. 오로지 두 발에 의지해 자연을 감상할 수도 있지만 승마 트래킹도 가능하다. 초보자라고 해도 잘 조련된 말과 숙련된 마부가 있어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다. 몽골에서는 아이들이 네 살 될 무렵부터 말을 타기 때문에 마치 자전거를 타듯 익숙하다고 한다. 청명한 하늘 아래 푸른 초원 위를 말을 타고 이동하는 경험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한편, 테를지국립공원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장소로는 거북바위와 아리야발사원이 있다. 거북바위는 바람과 비에 의해 거북이 모양으로 침식된 퇴적암이다. 아마도 수백만 년에 걸쳐 깎고 다듬어지며 이 모양이 만들어졌을 것이라 짐작된다. 바위의 단단한 부분과 부드러운 부분이 서로 다르게 침식되면서 거북이의 등껍질과 머리 모양이 완성되었다. 몽골인들은 이 바위를 수호신으로 여기는데 머리가 테를지국립공원을 향하고 있어 이곳을 지켜준다고 믿는다.

거북바위 Turtle Rock
주소 WC5F+249, ND-6 khoroo, Dugang Süme, Ulaanbaatar 12739 Mongolia
이용 시간 24시간
이용 요금 무료

아리야발사원은 거북바위에서 차로 10~15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2000년대 초에 만들어진 곳으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자연을 중심에 두는 몽골의 전통 불교 정신을 계승하고 있으며 사회주의 정권에 의해 탄압받던 불교가 부활한 상징적인 장소로 평가받는다. 또한 이 사원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수백 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그 과정을 통해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아리야발’은 산스크리트어로 ‘성스러운 지혜의 길’을 의미한다. 한편, 울란바토르에서 테를지국립공원을 향해 가다 보면 입구 근처에 거대한 크기의 스테인리스로 만든 칭기즈 칸 동상을 만나게 된다. 40m 높이로 칭기즈 칸 즉위 8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동상의 받침대 부분은 역사박물관으로 칭기즈 칸과 관련된 역사를 배우고 다양한 유물과 유적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 동상은 멀리서 보면 그 크기에 압도되지만 가까이서 보면 말의 근육을 비롯해 칭기즈 칸의 표정이나 복장까지도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어 그 섬세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로 위풍당당하게 자리한 칭기즈 칸의 늠름한 모습을 통해 몽골인의 자부심과 자긍심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아리야발사원 Aryapala Temple
주소 Aryapala Temple, ND-6 khoroo, Ulaanbaatar 12739 Mongolia
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이용 요금 2,000MNT

More Information

울란바토르, 여기도 잊지 마요! 복드 칸 궁전 박물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몽골의 마지막 황제이자 살아 있는 부처로 숭배받던 복드 칸의 겨울 궁전이다. 티베트 불교와 몽골 전통 건축이 혼합된 독특한 양식이며, 유목 제국의 마지막 왕조가 서서히 현대국가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역사적 이정표로 꼽힌다.

간단사

‘온전한 기쁨을 주는 위대한 장소’라는 뜻을 가진 몽골 최대의 불교 사원이다. 정식 명칭은 ‘간단 텡게르 사원’이다. 20세기 중반 몽골의 사회주의 정권은 대부분의 사원을 폐쇄했으나 이곳은 극적으로 살아남아 오늘에 이른다. 거대한 미그제드 자난사그 불상은 영적 상징으로 꼽히며 종교 자유를 되찾은 몽골 현대사의 상징으로도 평가받는다.

자이산 기념비

소련과 몽골의 우정을 기리는 건축물로 울란바토르 남쪽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함께 힘을 모은 것을 기념하며 1970년대에 건립되었다. 이곳에 오르면 울란바토르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시대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칭기즈 칸 동상 Equestrian statue of genghis khan
주소 Ulaanbaatar Chinggis Khaan Statue, ND-5 khoroo, Nalaikh, Ulaanbaatar 125
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이용 요금 30,000MNT

시간이 조금 더 허락된다면, 더 깊숙이

울란바토르와 테를지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여행 계획을 마련한다면 최소 3박 4일의 일정이 요구된다. 만약 그 이상의 시간이 허락된다면 몽골의 더 깊숙한 곳으로 방문해 보길 권한다. 몽골의 중부 지역을 지나 남쪽이나 북쪽, 서쪽으로 도전해 보는 것이다. 사실 몽골 여행은 도시 여행과는 무척 다르다. 최적의 동선을 고려해 최고의 장소를 방문하는 게 목표가 아니다. 자연을 보다 친숙하게 만나고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몽골에서 만나고 싶은 자연이 초원인지 산인지 사막인지 고심해 가볼 만한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몽골 하면 바로 떠오르는 건 고비사막, 몽골의 남쪽 지역은 이 고비사막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너무도 황량한 사막의 풍경을 충만하게 경험하는 코스다. 사실 고비사막에 가본 사람들은 ‘인생의 고비를 만날 수 있다’고 할 만큼 힘들었다고 하지만 또 이런 풍경을 만나는 건 인생의 큰 축복이라고도 입을 모은다.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걷는 일, 모래 위 썰매를 타는 일은 귀한 경험일 터. 여기에 바람이 스쳐 지나간 자욱이 진하게 남겨진 사막에 자신의 발자국을 찍어 보면 사회생활을 통해 겪는 크고 작은 갈등과 문제가 정말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인생을 조금 더 현명하게 바라보는 지혜의 눈이 떠진다. 북쪽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면 몽골의 바다라 불리는 홉스골 호수를 만날 수 있다. 넓고 넓은 호수, 그리고 호수 위에 비친 하늘이 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평화와 평안을 선물한다.

고비사막 The Gobi Desert

또한 카약이나 보트를 타고 호수를 유유자적 돌아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황량한 사막보다는 푸르른 자연이 그리운 여행자에겐 탁월한 선택이다.서쪽 지역으로 가면 만년설이 쌓인 산과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이 지역은 러시아와 중국, 카자흐스탄과 접하고 있어 몽골 본토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다양한 민족의 언어와 음식, 신앙이 자연과 속에서 공존한다. 오랫동안 여행자들의 발길이 뜸했던 곳이라 발견의 재미가 있고 모험의 즐거움이 있다. 몽골 여행을 하다 보면 없는 게 많은 데도 부족함이나 불편함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체계적인 시스템도 없고 전기나 통신 등 기본적으로 갖춰진 인프라가 없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자연으로 충만하고 고요가 가득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과연 갈만한가?’를 고민했다면 여행을 마칠 때는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 를 바라게 되는 곳. 늘 꽉 짜여진 일상 속에서 몽골은 삶의 한 자락 빈 공간을 내어준다. 그리고 비어 있기 때문에 채워지는 놀라운 마법을 선물한다.

부즈 Buuz

허르헉 Khorkhog

More Information

몽골 여행의 기술, 이것만은 꼭 맛봐요!

몽골 전통 음식은 유목 생활과 혹독한 기후 환경 속에서 적응하며 발전해 온 고유의 특징을 가진다. 육류와 유제품을 사용해 조리 방법이 복잡하지 않고 고열량을 자랑한다

부즈(Buuz)

고기로 속을 채운 만두로 육즙이 풍부하며 버섯이나 감자 등으로 속을 채운 채식 버전도 있다. 포크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힌칼리 한쪽을 잡아 육즙부터 먹는 것이 포인트.

하차푸리(Khachapuri)

소고기나 양고기를 넣은 반달 모양의 튀김 빵으로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를 자랑한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며 따뜻한 차나 칠리소스와 함께 즐긴다.

허르헉(Khorkhog)

소고기나 양고기를 뜨거운 돌과 함께 냄비에 넣고 천천히 익혀 만드는 요리로 이 과정에서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육즙이 깊어진다. 귀한 손님을 대접하거나 특별한 행사를 위해 만든다.

보르츠(Borts)

소고기나 양고기를 가늘게 썰어 말린 음식으로 수분이 제거되어 있어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다. 그대로 먹기도 하고 물에 불려 요리에 사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