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시간을 거슬러 걷다

라오스는 인도차이나반도 한가운데 위치한다. 동쪽으로는 베트남, 서쪽으로는 태국, 북쪽으로는 중국과 미얀마, 남쪽으로는 캄보디아와 맞닿아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데, 어머니의 품 같은 메콩강이 무엇 하나 모자람 없는 풍족함을 선사하고 푸르른 산과 들이 곳곳에 펼쳐져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특히 라오스는 4월이 되면 조금 더 특별함을 선사한다. 라오스 달력에 따르면 새해는 4월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때는 새해 축제 ‘삐 마이 라오(Pi Mai Lao)’가 열린다. 보통 이 축제는 4월 15일 전후로 공식적인 휴일은며칠 되지 않지만 임시 공휴일을 추가로 지정해 일주일 넘는 휴가가 이어진다. 라오스어로 ‘삐(Pi)’는 ‘나이’ 혹은 ‘해’를 뜻하며 ‘마이(Mai)’는 ‘새롭다’는 의미다. 둘을 합하면 새로운 해, 새해인 셈이다. 이때가 되면 라오스인들은 사원으로 향해 불상에 물과 향유를 뿌리고, 가족과 친지와 친구에게 물을 뿌려서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복을 기원한다. 낯선 사람에게도 물을 뿌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건넨다. 이와 같은물세례는 여행자라고 해서 예외로 구분되지 않는다. 라오스 전역에서 축제가 벌어지니 이때만큼은 물맞을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다시 새해를 맞이하며 몸과 마음을 다잡는 기회로 삼아보자.
비엔티안은 라오스의 수도이자 여행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수도라고 하면 그나라의 가장 발전한 도시로 복잡함을 연상하기 쉬우나 비엔티안은 여유롭다. 일렬로 가로수가 늘어선 도로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불교 사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왓 시 사켓은 그중 최고로 꼽힌다. 이곳은 왕실 전용 사원이자 지금까지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사원이다. 또한 다양한 불상들을 보관하고 있어 ‘불상 박물관’으로도 불린다. 법당은 물론이고 사원의 회랑에 놓인 불상과 회랑 벽에 안치된 불상까지 약 1만 개에 달한다. 국민의 70%가 불교를 믿는 나라다운 위용인 것. 사실 이 사원도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진 않다. 현재는 흔적만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는 금, 은, 사파이어 등으로 화려하게 꾸며졌으나 전쟁을 비롯한 세월의 부침 속에 사원의 많은 부분이 소실되고 파괴되었다.한편, 왓 시 사켓 맞은편에는 대통령궁이 자리하고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대통령궁은1893년 라오스가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던 때, 프랑스 총독의 관저로 사용하기 위해 지었다. 이름이 무색하게 현재 이곳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국가에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만 가끔 제 몫을 다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의 발길이 대통령궁에 머무는 건, 왕 시 사켓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과 밤이 되면 조명이 근사해 야경 명소이기 때문.
비엔티안에 왔다면 탓 루앙도 빼놓을 수 없다. 라오스 지폐에 등장할 정도로 국가적인 상징이다. 라오스인들이 신성하게 생각하는 탑으로 그 시작은 부처의 가슴뼈 일부를 봉인한 작은 규모였다. 그런데 1566년 미얀마의 침공으로 인해 루앙 프라방에서 비엔티안으로 수도를 이전하게 되었고, 당시 라오스의 왕은 이 새로운 수도에 불심을 모으기 위해 작은규모의 탑을 크고 화려하게 재건했다. 현생에서 30가지의 선행을 실천하라는 의미인 30개의 작은 탑이 45m에 달하는 중앙의 탑을 둘러싸고 있으며 네 군데의 참배 사당도 마련되어 있다. 당초에는 탓 루앙을 중심에 두고 동서남북 방향으로 네 개의 수호 사원을 건설했지만 지금은 남쪽과 북쪽의 사원만 남아 있다.

왓 시 사켓 Wat Si Saket
주소 Lane Xang Avenue, Vientiane, Vientiane 0100 Laos
이용 시간 오전 8시~오후 5시
입장료 3만 LAK

매년 11월, 탓 루앙 축제가 열리면 이곳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전국 각지에서 전통 복장을 차려입은 참배객들이 모여들어 헌화하고 대규모 탑돌이를 진행한다. 한 해의 마지막을 불심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다. 탓 루앙에서 2km 정도 걸어 나오면 빠뚜싸이가 눈에 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프랑스 독립전쟁으로 사망한 라오스인들을 추모하기 위해서 만든 건축물로 프랑스의 개선문과 라오스의 전통 양식을 혼합했다. 정사각형의 구조로 동서남북에 문이 있고, 여기가 비엔티안 도로의 네 방향 기준이 된다. 이 건축물의 천장과 벽면은 종교적인 상징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으며 꼭대기에 오르면 도시의 전망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2004년에는 두 개의 분수대를 시작으로 공원을 조성해 비엔티안 시민들의 운동 장소이자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사랑받는다. 비엔티안 시내를 한참 걷다 보면 해가 지고 배도 슬슬 출출해진다. 그럴 땐 야시장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라오스의 다채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기념품과 공예품 등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도 있다. 이때 라오스를 대표하는 비어 라오로 시원함을 더해야 한다. 재스민 라이스 품종으로 만들어 독특한 향과 부드러운 맛이 그만이다.

탓 루앙 That Luang
주소 That Luang, Vientiane 10009 Laos
이용 시간 화~일요일 오전 8시~오후 5시 (정오에서 오후 1시까지는 출입 불가)
입장료 3만 LAK

More Information

라오스에서 이렇게 이동하세요!

라오스의 교통편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고속도로와 철도의 개통으로 도시에서 도시를 이동할 때 소요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 여행자들에겐 이동의 피로는 줄이고 속도는 높였으니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1. 비엔티안에서 방 비엥까지 이동은 고속도로로!

비엔티안에서 방 비엥까지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기존 4시간 거리를 2시간으로 단축했다.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선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 다만 고속버스는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고속도로를 택시나 벤을 이용해 달려야 한다.

2. 방 비엥에서 루앙 프라방까지 이동은 철도로!

로컬 버스를 타고 8시간 걸릴 거리를 라오스-중국 철도(Laos-China Railway, LCR)를 통해 1시간으로 단축했다. 비엔티안에서 루앙 프라방까지 이동하는 것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국제노선이기 때문에 여권은 필수, 수하물 검사도 필수다. 이동이 편리한 만큼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청춘의 심장은 뜨겁게 뛴다

방 비엥은 라오스를 여행하는 이들의 진짜 목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은 강과 산과 열대우림으로 이뤄진 전원 마을로 조용하고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그런데 여기에 다이빙과 튜빙, 카약과 열기구, 동굴 탐험 등의 다양한 즐길 거리가 생기면서 전 세계 여행객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자연에 모험이 더해지니 인기는 급상승할 수밖에. 방 비엥은 그저 바라보는 여행지가 아니라 몸소 부딪히며 겪어보는 체험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도전과 용기로 충만한 세대들이 열광하는 건 당연지사. 느리게 시간이 흘러가던 이곳의 호흡이 빨라진 건 방 비엥이 가진 타고남 때문이다. 카르스트 지형이 그 이유. 카르스트 지형은 석회암으로 이뤄진 지역이 시간이 지나면서 빗물과 지하수에 의해 녹아 독특하게 형성된 것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이 지형에선 자연이 만들어낸 새로운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방 비엥의 가장 특별한 장소는 에메랄드빛 물이 가득한 블루 라군이다. 라군은 호수와 같은 곳으로 여기서는 석회암 지대에 흘러내린 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를 뜻한다. 석회암으로 인해 물 색깔이 더욱 신비로운 건 덤이다.이곳은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 등장해 주목은 받은 바 있다. 인위적인 손길이 없는 그 자체의 자연에서 청춘의 한낮을가식 없이 즐기는 출연진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덕분에 라오스는 당시 가장 핫한 배낭 여행지가 되었고 방 비엥은 청춘의 성지로 떠올랐다. 현재 블루 라군은 총 세 곳에 달한다. 먼저 블루 라군은 다이빙하기 제격이다. 듬직하게 서 있는 나무가 천연 다이빙대 역할을 담당하고 수심도 2~3m로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다.

방 비엥 Vang Vieng

방 비엥의 다양한 즐길 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늘과 육지를 넘나들며 이어진다. 집라인과 열기구가 방 비엥의 열대우림 상공을 가로지르고, 땅에선 특별한 시간이 기다린다. 그 주인공은 석회동굴 탐험으로 이 탐험은 도보로도 가능하지만 튜브를 타고서도 허락된다. 동굴 안에 물이 흐르고 있어 튜브에 몸을 맡기고 동굴 속 종유석과 석순을 감상할 수 있는 것.
이러한 체험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건, 체험 자체가 주는 아찔함도 있지만 그 체험의 배경이 되는 자연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햇볕을 받아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자연은 존재만으로도 감동을 준다는 걸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닫게 된다.

블루 라군 Blue Lagoon
주소 Khem Khong Old Quarter, Luang Prabang 0600 Laos
이용 시간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30분
입장료 2만 LAK

More Information

라오스에서 이것만은 꼭 맛봐요!

라오스의 음식은 지리적인 위치와 역사적인 배경에 의해 여러 국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인도의 카레, 태국의 볶음국수, 베트남의 쌀국수에 식민 지배를 받았던 프랑스의 바게트 등을 라오스의 기후와 환경에 따라 변형했다.

1. 카오 쏘이(Khao Soy)

코코넛 밀크, 레드 커리 페이스트, 다양한 향신료로 만든 카레 스프에 계란 밀면을 넣었다. 기본 카오 쏘이 위에 토핑으로 새우, 오징어,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등을 다양하게 올려 먹는다.

2. 카오 삐악(Khao Piak)

라오스 전통 쌀국수로 굵은 면발과 담백한 국물을 자랑한다.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이용해 육수를 만들고 그 위에 취향대로 토핑을 얹는다. 양파, 쪽파, 고수, 고추 등이 곁들여진다.

3. 카오 니아오(Khao Niao)

대나무 통에 넣어 수증기로 찐 찰밥을 말한다. 손으로 조금씩 떼어먹는다.

4. 째우(Jaew)

라오스 전통 양념장으로 채소와 육류를 이용해 만들었다. 찰밥이나 소시지 등을 찍어 먹으면 좋다.

5. 랍(Rap)

육류에 민트와 고수, 쪽파 등을 넣고 볶다가 라임과 소금, 생선 소스로 맛을 낸 샐러드. 찰밥과 환상의 궁합을 이루는 반찬이다.

꽝씨폭포 Kuang Si Falls
주소 Luang Prabang 06000 Laos
이용 시간 오전 8시~오후 6시
입장료 3만 LAK

오래전 언젠가로 시간을 거슬러

루앙 프라방은 1995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비엔티안이 수도가 되기 전까지 라오스의 중심을 담당했다. 이곳에선 하루쯤 아침잠을 포기하고 새벽에 열리는 탁발 행렬에 동참해야 한다. 탁발이란 불교의 수행법 중 하나로 무욕과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공양과 보시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말한다. 새벽 5시 세상이 아직 어둑할 무렵, 주황색 옷을 입은 맨발의 승려들이 사원을 떠나 사람들로부터 음식을 얻기 시작한다. 거리 양쪽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조용히 음식을 건네고 합장한다. 애쓰고 강요하지 않는 가운데 공양 그릇이 채워진다. 음식을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서로 덕을 쌓는 진귀한 시간인 것이다. 조금 더 루앙 프라방 속으로 들어가보자. 루앙 프라방의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올드타운, 구시가지는 그리 넓지 않다. 걸어서 한 시간이면 끝까지 오갈 수 있을 정도다. 구시가지 출발점은 북쪽에 있는 황금 도시의 사원이란 뜻의 왓 씨엥통에서 시작한다. 1560년 전후 만들어진 이곳은 휘어질 듯 날렵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지붕이 인상적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하게 장식된 붉은 벽면과 부처상이 시선을 압도한다. 과거 부흥했던 당시 왕국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왓 씨엥통 Wat Xiengthong
주소 Khem Khong Old Quarter, Luang Prabang 0600 Laos
이용 시간 오전 8시~오후 6시
입장료 3만 LAK

루앙 프라방의 전경은 푸씨산에 올라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328개의 계단을 오르면 비로소 정상에 다다른다. 푸씨산은 라오스어로 ‘신성한’을 뜻하는 ‘Si’와 ‘산’을 뜻하는 ‘Phou’가 합쳐져 이름 지어졌다. 푸씨산에 올라 저 멀리 낮은 산과 너른 평야를 쳐다보고, 그 뒤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 ‘이런 기분이 평화로움이구나’를 새삼 깨닫게 된다. 해 질 무렵이면 그 평화로움을 배가 되니 시간을 잘 맞추길 추천한다. 구시가지와는 떨어져 있지만 루앙 프라방에 왔다면 여길 포기할 수 없다. 꽝시폭포는 자연이 창조한 또 하나의 작품이다. 카르스트 지형 덕분에 버섯 모양의 바위들이 자리하고 있고 그 위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진다. 에메랄드빛을 자랑하는 물웅덩이가 계단식으로 이어져 장관을 이룬다. 이 물웅덩이는 생각보다 깊어서 안내 표지판을 잘 보고 뛰어들어야 한다. 무리하고 욕심을 냈다간 후회하기 십상이다. 이곳에서 한나절 수영하다 쉬다 보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가 서서히 씻겨 나간다. 답답한 속이 천천히 풀리는 기분이다. 아찔한 워터슬라이드는 없지만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줄기가 나를 위로한다. 라오스 여행에선 압도적이고 격한 기분을 느끼긴 어렵다. 그저 물 흐르듯 천천히 풍경이 지나가고 이런저런 생각과 경험이 스친다. 낯선 하루를 야단스럽지 않게 겪고 적응하게 된다. 무언가를 반드시 해내기 위해 나를 다그칠 필요가 없다. 나를 자연스럽게 내려놓고 자유롭게 풀어주는 곳, 라오스로 초대한다.

비어 라오(Beer Lao)를 아시나요?
대표적인 라오스 맥주로 프랑스의 식민 지배 때 만들어진 맥주 공장을 기반으로 체코에서 맥주 만드는 기술을 익혀 탄생하게 되었다. 라오스인들이 방식 그대로 맥주에 얼음을 섞어 시원하게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메콩 강변의 일몰을 바라보며 비어 라오 한 모금을 넘기면 그 맛은 더욱 기가 막히다. 라오스를 여행한 이들이 꼽는 최고의 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