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이로운 소문, 그 흔적 속으로
2월은 앙코르 유적을 방문하기에 좋은 시기다. 캄보디아는 열대기후로 일 년 내내 여름이지만 이때는 건기라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평균 기온도 20~30도 사이라 비교적 시원한 날씨가 지속된다.
9세기부터 14세기에 걸쳐 돌과 흙을 사용해 만든 앙코르 유적은 태양이 한가운데 위치하면 그야말로 뜨거움 그 자체다. 냉방 시설은 기대할 수 없으니 오롯이 온몸으로 열기를 받아들이며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기에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어마어마한 크기의 사원을 돌아볼 때는 피곤함이 두 배로 커진다. 그러다 보니 2월은 앙코르 유적을 감상하기 좋은 기후 조건이라 인기가 높다. 물론, 관광객이 많은 건 감수해야 한다.
먼저 ‘죽기 전에 한 번은 방문해야 할 관광지’, ‘세계 7대 불가사의’ 등 화려한 수식어를 자랑하는 앙코르 와트로 향해보자. ‘도시’라는 의미의 ‘앙코르’와 ‘사원’이라는 의미의 ‘와트’가 합쳐진 앙코르 와트는 12세기 크메르 왕국의 수라야바르만 2세가 만들었다. 천년 넘는 시간이 지났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잘 보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조형미와 섬세함에 있어서도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사실 앙코르 와트는 오랜 시간 사람들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크메르 왕국의 몰락 후 밀림 속에 묻혀 있다가 19세기 프랑스 학자이자 탐험가인 앙리 무오에 의해 발견되었다. 발견 자체도 그야말로 놀랍다. 당시 앙코르 와트는 이곳에 접근하면 죽거나 병에 걸린다는 소문이 돌아 사람들이 꺼리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앙리 무오는 도전을 감행했고 다행히 무사 귀국을 한다. 그는 거대한 숲 속에서 고대 왕국을 보았다며 신비로운 경험을 널리 알렸으나 아무도 믿지 않았고 그 역시 사망하기에 이른다. 그로부터 5년 후 그의 말과 그림을 엮어 출간한 책을 읽은 사람들에 의해 다시 탐사대가 꾸려지고 마침내 앙코르 와트는 베일을 벗게 되었다.

앙코르 와트 Angkor Wat
이용 시간 오전 5시~오후 5시 30분
앙코르 와트는 힌두교 비슈누 신에게 헌정한 건축물로 정면에서 보면 커다란 탑이 시선을 압도한다. 중앙의 탑과 주변을 감싼 네 개의 탑으로 구성된 사원은 힌두교에서 우주의 주축이라 말하는 메루산을 상징하며 그 주변을 둘러싼 해자는 우주의 바다를 상징한다. 이렇게 여러 층으로 구성된 사원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위로 올라갈수록 심화되는 구조인데 불교의 만다라와 같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앙코르 와트는 건축 초기에는 힌두교 세계관을 담고 있으나 15세기 이후 불교사원으로 사용되면서 불교적 색채도 반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앙코르 와트에서 주목할 만한 예술적 가치는 완벽한 구조에만 머물지 않는다. 곳곳에 새겨진 부조와 조각은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1층 회랑은 높이 2m, 길이 600m에 달하며 당시 왕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비롯해 경전과 전설 속 여러 신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교한 조각과 부조는 당시 사람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뛰어난 예술성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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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유적, 현명하게 감상하기

- 더위를 대비할 양산, 모자, 휴대용 선풍기, 충분한 물은 필수
- 선크림은 반드시 바르고, 벌레 기피제도 빼놓지 말 것
- 민소매 상의나 무릎 위로 올라간 하의를 입으면 사원 입장이 안 되니 옷차림은 미리 점검
- 앙코르 유적 내부로 들어서면 모바일 데이터를 이용하기 어려우니 오프라인 지도를 미리 다운로드

- 종류: 1일권, 3일권, 7일권 세 가지로 구분
- 매표소는 오전 5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되는데 사원 방문 전날 오후 5시 이후 입장권 구매를 권함
- 보통 사원 방문 전날 오후 5시 이후에 입장권을 구매하는데, 이렇게 하면 앙코르 와트 일몰을 구매 당일 무료로 미리 관람할 수 있음


- 씨엠립은 세계적인 관광지라 교통수단을 쉽게 구할 수 있음
-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은 툭툭으로 스몰투어, 빅투어로 나누어 요금이 달라짐
- 택시는 툭툭보다 비싸지만 시원하고 쾌적한 이동이 가능
- 비용을 아끼고자 자전거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한낮에는 매우 덥기 때문에 열사병 위험이 있음
신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풀리지 않는 비밀간

앙코르 톰 Angkor Thom
이용 시간 오전 5시~오후 6시
타 프롬은 거대하게 자란 나무가 사원의 벽과 기둥을 휘감고 사원의 무너진 틈 사이에 뿌리를 내려 폐허와 같은 모습이다. 그렇다 보니 심한 곳은 붕괴 위험까지 있을 정도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나무들 덕분에 사원이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파괴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공생인 것이다. 사원과 자연이 한 몸이 되어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 아이러니라니. 쓸쓸하고 신비롭고, 기괴하고 감동적인 모순되고 상반된 감정을 경험하며 타 프롬은 오래도록 가슴 한편에 남는다.

바이욘 사원 Bayon Temple
이용 시간 오전 7시 30분~오후 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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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만나는 앙코르 유적
1. 타 프롬에서 촬영한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툼레이더>라라 크로프트의 모험을 담은 이 영화는 스릴 넘치는 액션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타 프롬은 이 영화의 핵심 촬영지로 주인공이 고대 비밀을 풀고 아버지의 실종에 얽힌 단서를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2. 앙코르 와트에서 촬영한 양조위 주연의 <화양연화>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배우 양조위가 열연한 주인공 차우가 앙코르 와트의 오래된 사원 구멍에 대고 비밀을 말하며 영원히 봉인한다. 그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잊지 못할 사랑을 그곳에 묻는다.

타 프롬 Ta Prohm
이용 시간 오전 7시 30분~오후 5시 30분
일출과 일몰로 인상 깊은 기억을 새기다
씨엠립의 일몰 맛집 원탑은 프놈 바켕이다. 앙코르 와트보다 2세기 먼저 지어진 이곳은 힌두교 시바 신을 위한 사원이다.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어 일몰을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천년 전에도 일몰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이렇게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았을까 생각하며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해도 좋다. 물론 이곳도 베스트 일몰 포인트를 만나기 위해선 서둘러야 한다. 오후 4시 전에는 자리를 잡아야 사람들 뒤통수만 하염없이 감상하는 낭패를 면할 수 있는 것. 중앙 성소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자리인데, 1일 제한 인원이 정해져 있어 보통 오후 4시 전후에 선점해야 한다. 특별한 일몰을 만나려면 톤레삽 호수도 제격이다. 이 호수는 동남아시아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건기에는 3,000m2이고, 우기가 되면 메콩강이 역류해 평소의 세 배까지 넓게 확장된다. 또한 건기에는 우기 때 쌓인 퇴적물을 이용해 농사를 지을 수 있어서 주위에는 수상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일몰도 보고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활도 알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진다.
일몰은 보통 배를 빌려 감상하는데, 장대한 호수를 배경으로 노랗고 붉게 변하는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그 황홀한 색감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이 주는 장엄한 위로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밀려온다. 씨엠립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유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곳곳마다 오래된 사원이 자리하고 있다. 일정이 허락되지 않으면 핵심 유적만 골라 짧고 굵게 찾아가 볼 수 있지만 상황이 여유 있다면 느리게 천천히 돌아보길 권한다. 한때는 세상을 호령했을 권세를 누리기도 했고 또 한때는 밀림에 가려 쓸쓸하게 잊히기도 하며 영광과 쇠락을 오갔던 그 시간을 반추해 보기 위함이다. 크메르 왕조의 역사를 돌아보면 마음이 고요해지는 순간이 온다. 지금의 고민과 고난이 영원하지 않으며, 그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 단단히 응축되어 고유한 내가 됨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된다. 캄보디아는 역사의 부침을 겪으면서도 담담하게 그 시간을 견뎌왔다. 오랜 시간 제 자리를 지킨 씨엠립의 앙코르 유적처럼 그들의 그 묵묵함은 결국 값진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온화한 미소를 띠며 아픔과 상처를 딛고 이제 곧 환하게 웃음 지을 날이 오길 기대한다.

프놈 바켕 Phnom Bakheng
이용 시간 오전 7시~오후 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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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엠립에는 해가 지면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 거리가 있다.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 즐길거리 등 반복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탈출한 여행자들의 마음을 위로할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야시장과 펍스트리트는 나란히 연결되어 있어 쇼핑 후 출출한 배를 달래기에 그만이다. 또한 칸달빌리지는 트렌디한 샵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한편, 캄보디아 전통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공연도 열리고 있으니 씨엠립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가득하다.
씨엠립 외에 가볼 만한 곳
1. 캄보디아의 수도이자 중심, 프놈펜프놈펜은 수도답게 현대적인 도시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도 캄보디아만의 전통적인 색채가 잘 드러나는 곳이다. 입헌군주제인 캄보디아는 프놈펜 왕국에 실제 국왕이 거주하고 있는데, 프놈펜에 들렀다면 한 번쯤 방문하길 권한다. 크메르 건축 양식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은 투엉 슬랭 대학살 박물관이다. 폴 포트가 이끌었던 크메르 루즈가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자국민을 학살한 현대사의 비극을 담아놓은 곳이다.
2.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늘, 시아누크빌캄보디아의 아름다운 해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해안을 따라 빅토리 비치, 소카 비치, 세렌디피티 비치 등이 길게 이어져 있어 언제나 휴양객들로 붐빈다. 고급 리조트부터 저렴한 호텔까지 선택의 폭이 넓고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노천 레스토랑부터 조용한 카페까지 다채로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특히 근처에 위치한 여러 섬을 돌아보는 투어는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 등을 즐기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