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 같은 우리는 동기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평일 오후, 다섯 사람이 하나 둘 도자기 공방에 모이기 시작한다. 서로의 기쁜 일, 힘든 일을 함께 나눴던 이들은 바로 2017년 인재개발원에서 처음 만난 입사동기들. 신입 연수에서 다 함께 ‘3반’이 되면서 처음 얼굴을 익혔다. 각자 조는 달랐지만 긴 교육 과정을 함께 이수하며 마치 이웃사촌처럼 지냈다고 한다. 특히 최재일 과장과 정해진 대리, 최부찬 대리는 인재개발원에서 같은 방을 쓰며 급격히 친해졌다. 오늘은 오랜만에 다섯 사람이 함께 모여 술잔을 만들기로 했다.
최부찬 기쁨을 즐기고 서로를 위로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술 아닐까요? 이왕이면 우리가 만든 잔과 식기로 맛있는 음식과 술을 나누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저는 오늘 리본이 달린 잔을 만들려고요. 이 잔으로 동기들과 한 잔을 나눌 때는 선물 같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다섯 사람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게 소중한 선물 같은 존재가 되어왔다. 신입 시절 처음 맡는 업무가 힘겨울 때나 잘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로 마음이 답답할 때는 물론, 살아가며 겪는 좋은 일도 마치 내 일처럼 축하하고 격려하며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밤이 깊도록 수다를 떨기도 하고, 여행을 다니며 추억도 두텁게 쌓았다.
조효재 처음 입사하고 난 후 다 같이 울산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선발대가 서울에서 승합차를 빌려서 출발했는데요. 중간에 청주에서 근무하는 동기를 픽업해 같이 점심을 먹고 다시 울산으로 내려가 다른 동기를 만났죠. 그리고는 진주, 광주에서 넘어온 동기들까지 함께 모여 1박 2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주 대리와 몽골 여행에 다녀온 적도 있고요. 문득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면 항상 동기들이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도 깊어지는 동기애
언제나 유쾌하고 밝은 성격의 조효재 대리는 늘 주변을 편안하게 만든다. 최재일 과장은 명실상부 모임의 리더 같은 존재. 최재일 과장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인재개발원에서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모두들 입을 모은다. 조효재 대리의 옆 동네 친구인 최부찬 대리는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파워 J’의 면모를 아낌없이 드러내는 그 덕분에 오늘의 술잔 만들기 수업도 존재할 수 있었다. 최부찬 대리가 계획을 잘 세운다면, 흥을 담당하는 사람은 ‘전국구 핵인싸’ 조우주 과장이다. 광주에서 서울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한 걸음에 달려와 분위기를 주도한 덕에 술잔을 만드는 내내 공방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예민한 장의 소유자인 정해진 대리는 아무리 놀림을 받아도 굴하지 않는 대쪽 같은 캐릭터다. 늘 주변과 잘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성품과 밝은 웃음 덕분에 따뜻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곤 한다.
정해진 오랜만에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친구들과 웃으며 한 테이블에서 작품을 만드는 시간만큼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잊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내년 1월 다른 지사로 전출을 앞두고 있는데요. 4년간 한 업무를 맡으면서도 그동안 체계적인 정리는 부족했다고 느껴서, 후임자를 위해 업무 전반적인 사항을 잘 정리해두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내년 초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어요. 사랑하는 아내가 임신 기간 동안 힘들지 않도록 곁에서 잘 보살펴주고 싶습니다.
최재일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 지 8년이 되어갑니다. 지난 7월 인사이동과 함께 새로운 지사에서 업무를 익히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는데요. 다들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참석해 주어 고맙습니다. 저는 올해 운이 좋게도 공단 본부에서 승진해 서울로 복귀했습니다. 당분간은 큰 목표를 세우기보다, 새로운 업무 잘 배우고 적응하며 제 몫을 해내자는 생각입니다. 또 해진이가 좋은 아빠가 되길 바라고, 부찬 대리와 효재 대리가 승진해서 소고기 얻어먹고 싶습니다!
조우주 오늘은 저에게 무척 힘이 되는 하루였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친절하고 재미있게 가르쳐 주셔서 술잔 만들기가 무척 수월했어요. 무엇보다 오랜만에 동기들을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실컷 나누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겠더라고요. 오늘의 유쾌한 에너지를 마음에 간직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주변에 활력소를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세 시간여에 걸친 수업 끝에 흙으로 곱게 빚은 술잔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은 어설프지만 개성이 넘치는 술잔들은 가마로 들어가 1,200℃ 이상의 높은 열을 견디고 난 후 제 모습을 찾게 된다. 높은 온도에서 더욱 단단해지는 도자기처럼, 다섯 사람의 우정도 세월이 지나며 더 깊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