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보석 같은 절경과 비경

단양을 대표하는 명승지를 꼽으라면 자연스럽게 단양팔경이 떠오른다. 단양국가지질공원의 일부인 이 여덟 곳은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사인암, 구담봉, 옥순봉, 도담삼봉, 석문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도담삼봉은 대중적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그 아름다움이 볼수록 매력적이라 단양팔경 중 으뜸으로 꼽힌다.
도담삼봉을 이야기할 때 조선의 개국공신이었던 정도전을 빼놓을 수 없다. 정도전은 이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도담삼봉과 관련한 한 가지 일화가 전해진다. 일화에 따르면 강원도 정선에 자리하고 있던 삼봉이 홍수 때 단양으로 떠내려와 도담삼봉이 되었고, 그래서 매년 정선에서 단양에 세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정도전이 “우리가 삼봉을 떠내려오라 한 적이 없고, 오히려 삼봉 때문에 물길이 막혀 피해를 보니 도로 가져가라”라고 반박 의견을 냈고, 그 뒤부터는 더 이상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정도전의 전략과 기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담삼봉은 강원도에서부터 흘러내린 남한강 물줄기가 단양 초입에서 크게 물돌이를 만들고 그 가운데 섬처럼 세 개의 봉우리가 떠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가운데 봉우리가 가장 크고, 좌우로 작은 봉우리가 나란히 자리한 형상이다. 또한 섬이 있는 호수 같다고 하여 ‘도담’이라고 명명했으며 봉우리가 세 개라서 ‘삼봉’이라 일컫는다. 퇴계 이황은 이렇게 아름다운 도담삼봉을 보고 이런 시를 남겼다.
‘山明楓葉水明沙(산명풍엽수명사)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 三島斜陽帶晩霞(삼도사양대만하) 석양의 도담삼봉엔 저녁놀 드리웠네 / 爲泊仙楂橫翠壁(위박선사횡취벽) 신선이 뗏목을 취벽에 기대고 잘 적에 / 待看星月湧金波(대간성월용금파) 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너울지더라’

도담삼봉
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주소 충북 단양군 매포읍 삼봉로 644
전화번호 043-422-3037

퇴계 이황의 시 구절을 음미하며 도담삼봉 근처에 자리한 석문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석문은 독특한 구름다리 모양의 거대한 돌기둥이다. 석문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석문 사이로 보이는 남한강과 건너편 마을의 모습은 더욱 인상적이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포토존으로 꼽히니 잊지 말고 들르길 권한다.
한편, 도담삼봉이나 석문은 모두 석회암 지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자연의 신비로 손꼽힌다. 석회암은 다른 암석보다 물에 잘 녹는 특성이 있어 빗물에 의해 침식되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도담삼봉은 차별 침식으로 인해 탑 같은 형상이 만들어진 것. 석문 역시 아주 오래전에 석회동굴이 무너진 후 동굴 천장의 일부가 남아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도담삼봉에선 이렇게 즐겨요!

삼봉스토리관에서 생생한 체험을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으로 구성된 이곳은 다양한 방식으로 도담삼봉에 대해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도담삼봉에 대한 역사는 물론, 미로 체험관과 VR 체험관 등을 통해 직접 몸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내가 만든 단양팔경 체험도 추천할 만하다.

황포돛배를 타고 여유로운 관광을

도담삼봉 체험의 하이라이트는 황포돛배를 타고 남한강을 유람하며 즐기는 것이다. 왕복 약 30분 정도 걸리며 선장의 친절한 설명까지 더해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담삼봉과 석문을 모두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고수동굴에서 자연의 신비를

고수동굴은 아시아 최고의 천연동굴로 꼽힌다. 모암(母巖)이 생성된 지는 약 5억 년 전으로 추정되며 동굴은 약 200만 년 전으로 파악될 정도로 역사가 깊다. 동굴 안에는 종유석, 석순, 돌기둥, 유석 등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희귀한 광물인 아라고나이트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고구려 평원왕의 사위, 온달의 발자취를 따라

단양에서 또 한 명의 유명한 인물을 떠올린다면 그 주인공은 바로 온달이다. 바보 온달과 울보 평강공주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다. 동네 아이들이 바보라 부르던 온달은 울보였던 평강공주를 달래기 위해 자꾸 울면 시집보내겠단 으름장의 대상이었는데, 평강공주가 결국 그에게 시집가겠다고 하면서 이야기는 반전에 돌입한다. 평강공주는 궁궐에서 쫓겨나고 온달은 대변신에 성공하는 것. 평강공주와 결혼한 온달은 그때부터 학문을 닦고 무예를 익혀 마침내 뛰어난 장수로 성장하고, 고구려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신라와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고 만다.
사실 이 이야기는 설화로 이들이 역사 속 실제 인물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단양에는 이 설화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온달산성은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온달산성은 남한강을 굽어보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데, 삼국의 영토확장이 치열했던 시기에 신라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서쪽 문의 형식과 동쪽 문에서 보이는 돌출부 등은 우리나라 고대 성곽에서 드물게 보이는 양식으로 주목할 만하다. 성벽의 보존 상태가 좋아서 축성법을 연구하는 중요한 유적으로도 평가된다.
온달산성에 올라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동안의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혹은 ‘그렇게 해볼 수도 있겠다’ 하는 용기와 희망이 슬며시 자리를 잡는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온달산성을 내려오다 보면 온달관광지에 다다른다.
온달관광지는 드라마 오픈 세트장으로 〈태왕사신기〉, 〈연개소문〉, 〈보보경심려〉, 〈연인〉 등이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드라마 속 소품을 전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등장인물을 모형으로 제작해 볼거리를 더했다. 마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 이곳저곳을 거닐어 보고 드라마의 감동을 떠올리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더불어 강가에 자리한 온달동굴도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온달동굴은 종유석과 석순이 잘 발달한 전형적인 석회암 동굴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서늘한 온도가 피부에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온달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송골송골 맺혔던 땀이 일순간에 싹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이 온달동굴에서 온달이 무예를 익혔다고 하는데,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할 근거는 없고 다만 그랬을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사실 온달이 바보로 후대에 알려진 건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히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일설에 의하면 온달은 당대 건장하고 유능한 청년 장군이었고, 당시 귀족 세력을 누르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이 필요했던 왕이 그를 발탁해 사위까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새로운 인물을 통한 왕권 강화가 실패로 돌아가자 결국 바보로 평가 절하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으나 아름다운 풍광에 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더해지며 단양은 한층 더 오래도록 우리들의 기억에 남는다.

온달관광지
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이용 요금 어른 5,0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2,500원, 경로 우대 1,500원(국가유공자, 중증 장애인, 미취학아동은 무료)
주소 충북 단양군 영춘면 온달로 23
전화번호 043-423-8820

이토록 짜릿한 순간을 영원히

단양은 고요하고 잔잔하며 사색적인 면모만 있는 건 아니다. 흥미진진한 반전 매력도 갖추고 있다. 만천하스카이워크는 남한강 절벽에 자리한 단양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다. 절벽 위 전망대에서 수면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고강도 삼중 유리로 만들어진 하늘길을 걷는 스릴을 경험하는 것. 전망대까지 오르는 과정 역시 만만치 않다. 나선형으로 뱅글뱅글 이어진 구간을 따라가다 보면 남한강을 둘러싼 단양의 풍광이 다각도로 시선을 압도한다. 또한 전망대 옆으로 짚와이어, 알파인코스터, 슬라이드 등 다채로운 체험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짚와이어는 고정된 로프를 타고 무동력으로 활강하듯 지면까지 내려가는 이색 익스트림 스포츠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알파인코스터는 일인용 좌석에 앉아 모노레일을 타고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바람을 가르며 질주해 짜릿함이 그만이다. 뿐만 아니라 슬라이드는 국내에서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중력을 이용한 산악형 슬라이드로 꼽힌다. 탑승용 매트에 누워 원통 내부를 미끄러지듯 내려오는데, 하강 속도는 최대 시속 30킬로미터에 달한다.

단양에선 이걸 꼭 먹고 가오!

마늘 떡갈비

단양에서 생산되는 마늘은 육쪽으로 단단하고 풍미가 그윽한데, 떡갈비에 들어가 그 맛을 더욱 높인다. 잘 지은 밥에 마늘 떡갈비를 한 점 올려 먹으면 여행의 피로가 일순간 사라진다.

쏘가리 매운탕

단양을 감싸 흐르는 남한강 일급수에서 자란 쏘가리는 살이 차지고 달아 기운을 북돋아 주는 식재료로 으뜸이다. 여기에 단양 마늘을 다져 넣은 양념이 더해져 매운탕 맛이 일품이다.

온달산성
주요 정보 사적 제264호
주소 충북 단양군 영춘면 하리 산67번지

온달동굴
주요 정보 천연기념물 제261호
주소 충북 단양군 영춘면 온달로 23

한편, 깊어 가는 가을의 정취를 최대한 만끽하고 싶다면 보발재도 빼놓을 수 없다. 해발 540미터에 자리한 보발재는 가곡면 보발리와 영춘면 백자리를 잇는 고갯길이다. 봄에는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이 펼쳐진다. 정상에 위치한 전망대에 도착하면 보발재만의 굽이굽이 단풍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낮에도 좋지만 해가 질 무렵이면 차량 불빛이 만들어 내는 궤적이 더해져 그 모습이 압권이다.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사진작가들의 단골 출사지로도 유명하다.
여행의 마무리는 역시 미식이다. 단양구경시장은 단양에서 가장 큰 오일장이 서는 곳이다. 매달 1일과 6일로 끝나는 날 열리며, 소백산에서 채취한 산나물을 비롯해 단양 땅에서 나고 자란 다양한 채소들이 고향의 향수와 정취를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시골 인심 넉넉하게 담아낸 부침개와 막걸리가 군침을 돌게 하고 마늘 기름을 넣어 소를 반죽한 마늘 만두는 최고의 인기 메뉴다.
단양은 오랜 시간 그 매력을 축적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은근하게 마음을 끌어당기고 차분하게 발길을 머물게 한다. 어느 계절이든 그 계절 고유의 빛깔과 향기를 전하지만 특히 가을이면 한층 무르익은 매력으로 객지에서 온 반가운 벗을 맞이한다. 가을의 풍성함과 풍요로움을 가득 품은 곳, 바로 단양이다.

단양에 왔다면 이곳에도 꼭 가보오!

새한서점

새한서점이란 이름보다는 영화 <내부자들> 촬영지라고 하면 바로 알아듣는 곳. 1979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앞에 처음 문을 열었던 새한서점은 오랜 세월 대학생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다가 2002년 단양으로 옮겨 12만 권에 달하는 방대한 장서를 보유한 독특한 풍광의 책방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끼터널

이끼터널은 수양개빛터널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며 사진 촬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도로 양쪽 벽에 이끼가 자생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봄부터 여름까지 이국적인 초록빛 터널을 만날 수 있는데,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도로를 가로질러야 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단양강 잔도길

남한강 암벽을 따라 잔도를 설치했는데, 그 길이가 1.2킬로미터에 달한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걸으면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야간 조명도 설치되어 있어 밤이면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길 중간중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의자도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부담 갖지 않고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만천하스카이워크
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이용 요금 어른 4,000원, 어린이 및 청소년 3,000원, 경로 우대 3,000원(국가유공자, 중증 장애인, 미취학아동은 무료)
주소 충북 단양군 적성면 옷바위길 10
전화번호 043-421-0014

보발재 전망대
주소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산14-3
전화번호 043-422-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