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낯선 풍경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도쿄는 그런 의미에선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진 않는다. 많은 매체를 통해 익히 보고 들어왔던 곳이라 굳이 가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실제 가보면 모호한 익숙함에 구체적인 경험과 세밀한 감상이 더해지며 특별한 기억으로 저장된다. 대도시가 주는 화려함에 잠시 정신을 빼앗기기도 하고, 오랜 세월을 견디며 지켜온 깊이와 내공에 놀라기도 하며 도쿄 구석구석 눈길이 머물고 발길이 멈춘다. 혼잡한 거리와 좁은 골목을 넘나들며 도쿄와 조금 더 가까워진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Shibuya Scramble Crossing)
주소 2 Chome-2-1 Dogenzaka, Shibuya 150-0043 Tokyo Prefecture

신주쿠 코엔(Shinjuku Gyoen National Garden)
주소 11 Naito-machi, Shinjuku 160-0014 Tokyo Prefecture
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30분

시부야 스카이(Shibuya Sky)
주소 2-24-12 Shibuya, Shibuya 150-0002 Tokyo Prefecture
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11시
홈페이지 www.shibuya-scramble-square.com

메트로폴리스에서 만끽하는
익숙하고도 낯선 매력

도쿄는 일본의 수도이자 정치, 경제, 문화, 교통 등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쿄는 그 이름만으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도시에서 첫발을 내디딜 곳은 바로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다.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 도시를 의미하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의 정수를 맛보기엔 최적의 장소.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는 차량과 인파가 넘쳐나고 수많은 광고판이 밀집해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와 비견되기도 한다. 교차로에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 도쿄의 분주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인파를 따라 교차로를 건너다보면 도쿄라는 도시 속으로 성큼 들어선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 교차로의 이름은 시부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복합문화 시설인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에서 비롯된다. 지상 47층 규모로 상점과 사무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꼭대기인 시부야 스카이는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 코스다. 도쿄 시내를 360도 파노라마 뷰로 즐길 수 있는 전망대로 도착한 순간부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보통 도심 전망대는 실내에 자리한 경우가 많은데 시부야 스카이는 야외 공간에 마련되어 있어 개방감과 해방감이 기대 이상이다. 날씨가 좋으면 후지산도 보일 정도. 화창한 날에는 해먹에 누워 도쿄 시내를 발아래 두고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해 질 녁에는 붉게 물들다가 어두워지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도쿄의 다채로운 색감을 직접 목격할 수도 있다.
시부야 스카이는 어디서 사진을 찍든 잘 나오지만 스카이 엣지라 불리는 모서리 부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굳이 그 위치를 힘들여 찾지 않아도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곳이 있다면 바로 거기가 맞다. 시부야 스카이에서 한 층 내려가면 갤러리도 만날 수 있다. 매번 색다른 전시가 열리고 있으니 미리 일정을 확인할 것. 그러고 나서 아래로 내려와 지하 2층부터 14층까지 16개 층에 자리한 200여 개의 상점과 카페, 레스토랑을 살펴보면 요즘 최신 트렌드가 무언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도심의 복잡함은 신주쿠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신주쿠는 시부야와 함께 도쿄 최대의 번화가로 꼽힌다. 신주쿠 거리를 걷다 보면 1933년에 지어진 이세탄 백화점을 비롯해 오다큐 백화점, 게이오 백화점, 다카시마야 타임스퀘어 등 대형 쇼핑몰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눈길을 붙잡는 건물들 사이에서 몸도 마음도 지쳐갈 때쯤 도심 공원인 신주쿠 코엔이 펼쳐진다. 광활한 부지에 드넓은 잔디가 쭉 이어지는데 일본 정원, 영국식 정원, 프랑스식 정원 등 테마도 다양하다. 특히 일본 정원은 연못의 흐름에 따라 여러 식물이 배치되어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이곳은 일본의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를 지칭하는 메이지 시대에 왕실 정원으로 만들어졌다가 전쟁 이후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봄이면 벚꽃이, 가을이면 단풍이 아름답게 피는 데다가 계절별로 푸르게 피어나는 식물로 사시사철 인기가 높다. 도시의 편리함과 화려함을 찾아 신주쿠에 온 사람도 많지만 신주쿠 코엔이 주는 위로와 안식 역시 신주쿠를 방문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저녁이 되면 신주쿠의 먹자골목 오모이데요코초에서 허기를 달래고 술잔을 기울일 시간이다. 기차길 철로를 사이에 두고 작은 꼬치구이집이 이어져 있는데 작은 가게 안에서 불편한 의자에 앉아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정감과 낭만이 가득하다. 비오는 날이면 꼬치구이집에서 새어 나오는 연기가 자욱하게 깔려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특별한 순간을 선사한다.

도쿄의 낮과 밤을 종횡무진

도쿄에서 이른 아침을 시작한다면 츠키지 시장으로 향하길 권한다. 츠키지 시장은 ‘도쿄의 부엌’으로 불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수산시장이다. 1935년 문을 연 이래 도쿄는 물론 일본 전체 수산물의 공급과 유통을 담당했다. 그런데 1918년 10월 경매와 도매를 담당하는 장내 시장은 이전을 했고, 현재는 소매와 식사를 담당하는 장외 시장만 남아있다. 장내 시장이 없다고 해도 예전의 명성은 이어지고 있다.
츠키지 시장에서는 품질 좋은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맛있게 조리된 다양한 메뉴로도 바로 맛볼 수 있다. 고소한 성게알이 듬뿍 담긴 유부초밥, 두툼한 참치가 크게 올라간 초밥, 숯불에 구운 장어 등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에서 인기 있는 먹거리는 꼬치에 끼운 계란말이. 흔히 먹는 계란말이가 뭐가 특별할까 싶은데 직접 먹어보면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해 긴 줄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츠키지 시장은 조금 늦게 방문하면 재료 소진으로 판매 불가인 메뉴도 많기 때문에 조금 서둘러야 한다.

츠키지 시장(Tsukiji Fish Market)
주소 4-14-2, Tsukiji, Chuo 104-0045 Tokyo Prefecture
이용 시간 오전 8시~낮 12시
홈페이지 www.tsukiji.or.jp

도쿄국립신미술관(The National Art Center)
주소 7-22-2, Roppongi, Minato 106-0032 Tokyo Prefecture
이용 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
홈페이지 www.nact.jp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난 후에는 지식과 교양을 충전할 때. 도쿄국립신미술관은 2007년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쿠로카와 기쇼가 설계했다. 이곳은 도쿄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자유로운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외관은 유리와 강철을 이용해 파도와 같은 형상을 만들었으며 내부는 이 투명한 유리를 통해 쏟아지는 빛으로 채워져 비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일반적인 미술관과 달리 도쿄국립신미술관은 상설 전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전시 공간을 변형해 다양한 전시를 순환 운영한다. 더불어 도쿄국립신미술관은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을 둘러보다 보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 타키와 선배 오쿠데라가 데이트를 했던 장소가 바로 이곳 2층의 카페. 시간이 넉넉하다면 전시 관람 중간에 이곳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예술 작품이 주는 여운을 음미하고 예산이 넉넉하다면 3층 레스토랑에서 정찬을 즐기는 것도 좋다.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만끽하면서 도쿄의 시간을 천천히 채워가는 것이다.
저녁이 되면 도쿄의 야경을 감상하러 떠나보자. 야경 명소 중에서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대표적인 곳이 바로 도쿄타워. 1958년 만들어진 이곳은 계절마다 다른 조명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도쿄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밤을 환히 밝힌 도시의 모습을 360도 파노라마 뷰로 살펴볼 수 있다. 도쿄타워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모방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324미터인 에펠탑보다 9미터 높은 333미터를 자랑한다. 전망대는 150미터 높이의 메인 데크와 250미터 높이의 탑 데크 두 가지로 나뉜다. 메인 데크에는 유리로 만들어져 아래가 훤히 보이는 스카이 로드가 있어 아찔함을 더한다. 또한 탑 데크는 거울로 제작된 조형물과 조명이 더해져 조금 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산리오 퓨로랜드(Sanrio Puroland)
주소 1-31 Ochiai, Tama 206-8588 Tokyo Prefecture
이용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홈페이지 www.puroland.jp

도쿄의 매력, 올드 앤 뉴

여행 중에 날씨가 좋지 않으면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너무 덥거나 춥거나, 비나 눈이 많이 오면 계획했던 방문지를 변경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는 실내 공간으로 발길을 돌리는 게 현명하다. 도쿄는 날씨와 상관없이 특별한 즐거움을 만날 수 있는 실내 테마파크와 전시장을 다수 갖추고 있다.
산리오 퓨로랜드는 ‘귀요미’ 캐릭터가 가득한 환상의 세계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헬로키티를 비롯해 시나모롤, 마이멜로디, 폼폼푸린, 쿠로미, 포차코 등이 출연하는 라이브 쇼가 시간대별로 열리고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미니 기차와 배 등의 탈 것도 마련되어 있다. 캐릭터 얼굴을 그대로 본뜬 레스토랑 메뉴는 먹기 아까울 정도. 한정판 굿즈도 많아서 지갑을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잠깐 정신을 놓으면 두 손 가득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
산리오 퓨로랜드가 어린이들로 가득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캐릭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어른들이 다수를 이룬다. 캐릭터 코스튬을 한 방문객도 많으며, 처음에는 시큰둥할 수 있지만 점점 분위기에 빠져들게 되고 어느 순간 몰입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팀랩 플래닛(TeamLab Planets Tokyo)
주소 6-1-16, Toyosu, Koto 135-0061 Tokyo Prefecture
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
홈페이지 www.teamlab.art/e/planets

한편, 자연과 기술을 결합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는 팀랩의 전시도 도쿄에서 열리고 있다. 팀랩은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디자이너가 만든 디지털 아트 그룹으로 세계 곳곳에서 여러 전시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 중에서 팀랩 플래닛은 최고로 꼽힌다. 구글이 발표한 2023년 연간 검색 링크 중 ‘미술관 및 박물관’ 부문에서 루브르 박물관, 대영 박물관 등에 이어 5위를 차지한 것.
팀랩 플래닛은 물과 정원을 테마로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상황이 변화하면서 매번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맨 발로 물길을 따라 입장하면서 전시는 시작된다. 점의 집합이 입체를 이뤄 마치 우주 속에 있는 것처럼 빛으로 가득한 공간, 다양한 색과 모양의 빛이 물 위를 유영하며 그림을 그리는 공간, 실제 꽃과 거울에 비친 꽃을 통해 관람객과 꽃이 하나가 되는 공간 등 각 공간을 지날 때마다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도쿄는 오랜 시간 지켜온 전통은 유지하면서도 세상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한다. 도심 곳곳에 역사적인 사찰과 신사, 공원 등이 자리한 가운데 패션 성지 하라주쿠, 명품 쇼핑 거리 긴자, 로맨틱한 인공섬 오다이바 등 대표적인 명소들이 많은 관광객들의 이목을 이끈다. 그 사이사이 입소문을 타고 새로운 명소들이 부상하며 다이내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몇 년 전에 갔던 도쿄와 최근에 간 도쿄는 분명 같지만 그때는 없던 건축물이 요즘 생겨나기도 하고, 그때는 밋밋했던 거리가 트렌디한 숍의 등장으로 확 달라지기도 한다. 고요한 평화보다는 달라지는 재미가 넘치는 곳, 도쿄는 그렇게 조금씩 진화하며 그 명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사실 도쿄 여행은 가기 전에 많은 정보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잘 마련되어 있어 이동에 있어 부담이 없으며, 익히 알려진 핫플레이스가 많아 동선만 합리적으로 계획하면 된다. 인파에 묻혀 거리를 걷다 보면 독특한 디자인의 상점에 발길이 멈추기도 하고, 길게 늘어선 줄 덕분에 맛집을 방문하게도 된다. 두 시간 남짓 비행기를 타면 도쿄라는 흥미로운 세상을 금세 만날 수 있다.

도쿄타워(Tokyo Tower)
주소 4-chome 2-8, Shibakoen, Minato 105-0011 Tokyo Prefecture
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11시
홈페이지 www.tokyotower.c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