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평판 사회입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실력보다는 주변에서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따라 승진이나 인정 여부가 달라지기도 하지요. 그래서인지 상사가 무리한 업무 부탁을 해도 결국 ‘넵’을 외치고 마는 직장인이 많습니다. 어쩌면 당연합니다. 아무리 좋게 거절을 했다고 한들 후폭풍이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무조건 ‘YES’를 외쳐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남의 부탁만 들어주다가 정작 내 일을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게다가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수락을 해도 마음에 자꾸만 쌓이는 스트레스를 누가 덜어줄 수도 없습니다.
거절의 첫 단계는 ‘공감’입니다. 부탁을 거절하면서 상대방과 적대적 관계에 놓이게 될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죠. 거절하면서도 공감을 통해 내가 상대방의 편이라는 사실을 인지시켜야 합니다. 상대방의 요구보다는 부탁을 하게 된 배경, 즉 상대방이 원하는 대상에 공감해 주세요. 다음으로는 요청을 수락하지 못하는데 대한 솔직한 사과를 전하세요. 사실은 미안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당장은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고 말하는 대신, 부탁을 들어줄 수 없어 미안하지만 현재 맡고 있는 어떠한 업무 때문에 어렵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하면 좋습니다. 상대방도 부탁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의 과정이 있었겠지요. 이를 헤아리는 심정으로 대하면 도움이 됩니다.
거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중요합니다. 부정적 답변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가장 흔한 이유는 다른 일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때는 다른 일이 어떤 내용인지 분명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면 좋습니다.

핑계와 거절의 한 끝 차이

다음으로는 대안을 제시할 차례입니다. 업무 요청을 받으면 이를 받아들일지 혹은 거절할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두 가지 방법에서 벗어나 보세요. 생각을 바꾸면 나와 상대방 모두 선택지가 많아집니다. 내 업무 순서를 바꿀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협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항상 상대방을 만족시킬 대안이 나오진 않겠지만, 상대에게 당신의 요청을 들어주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진심은 전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거절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거절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상대방이 무리한 부탁을 할 때, 대부분 무엇을 거절할지 모르거나 언제 거절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어떻게 정중하게 거절해야 상대방이 기분을 상하지 않을지, 거절할 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과도한 걱정을 합니다. 걱정 끝에는 늘 자신의 시간과 체력을 희생하곤 하지요. 거절을 하기 전 거절에 대한 다른 사람의 감정과 반응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합니다. 유일하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해낼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뿐입니다.
지금 이 부탁을 들어주기 위한 에너지, 시간이 충분한가요? 내가 진심으로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나요? 내가 거절하는 것이 두려워 부탁을 들어주려고 하나요? 스스로 충분히 질문한 후 대답이 ‘아니요’라면 최대한 정중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거절하세요. 상대방이 내 생각과는 다른 반응을 보일 수도 있지만 우선은 나를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가깝고 친밀한 사람과 좋은 경계선을 갖는데 집중하세요. 직장생활에서 희생과 지지, 믿음을 쌓는 첫걸음이 되어줄 겁니다.
글. 백미영

시니어플러스재단 매니저. SNS와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은퇴 후 소셜클럽을 운영하며 내일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