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몸을 맡기고
청춘의 바이브에 풍덩

여름 여행에서 뭐니 뭐니 해도 바다를 빼놓을 수 없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래, 이게 바로 휴가지!”라는 감탄사를 내뱉어야 여름 여행은 비로소 완성된다. 양양은 여름 바다가 주는 낭만은 물론, 여기에 젊음과 활기를 더했다.
서퍼비치는 양양을 대표하는 에너제틱한 장소다. 서퍼비치(Surfyy Beach)라는 이름은 서프(Surf)에 양양(Yangyang)의 첫 이니셜이 더해 만들어졌다. 40년간 군사지역으로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되었던 이곳은 2015년 서핑을 위한 전용 해변으로 개방되었고 현재는 서퍼라면 누구나 방문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이전에는 평범한 동해의 어촌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서퍼를 위한 다양한 용품점과 카페, 식당, 바 등이 즐비한 특별한 장소, 이른바 성지로 탈바꿈했다.
서핑에 처음 도전한다고 해도 망설일 필요는 없다. 서퍼비치에는 레벨별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상황에 맞춰 쉽게 배울 수 있으며, 수심이 얕고 바닥이 모래라 누구나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하루 종일 서핑만 하기엔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면 이 역시 안심해도 좋다. 해변에서 열리는 요가 클래스는 물론이고, 비치 짐에서 근력 운동도 할 수도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는 인생 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

서퍼비치
주소 강원 양양군 현북면 하조대해안길 119
이용 시간 033-672-0695
인스타그램 @surfyy_beach

해가 질 무렵이면 서퍼비치는 근사한 클럽으로 변신한다. 낮에는 음료나 식사를 제공하던 곳들이 밤이 되면 화려한 불빛과 음악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서 칵테일 한 잔을 마시다 보면 해외의 어느 바닷가 부럽지 않은 이국적인 감성으로 충만해진다.
서퍼비치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죽도해변과 인구해변을 만날 수 있다. 죽도라는 섬을 중심으로 북쪽이 죽도해변이고 남쪽이 인구해변이다. 이 해변들은 백사장이 넓고 파도가 안정적이라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죽도는 사시사철 송죽이 울창한 곳으로 섬이었으나 이제는 육지와 연결되어 언제든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 죽도 정상에는 죽도정이란 정자가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풍광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해안가의 기암괴석과 드넓은 동해가 빚어내는 조화가 시선을 붙드는 것. 또한 죽도정에서 불과 100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는 죽도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대나무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철골 구조가 인상적이며 확 트인 시야가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끝없이 이어진 해변과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의 모습이 점점이 흩어져 있어 한동안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서핑은 파도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즐기는 스포츠라고 한다.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겨 파도와 하나가 되는 순간을 만끽해야 하는 것. 때로 파도가 허락하지 않으면 잠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고 말이다. 단순히 멋져 보인다는 이유로 섣불리 시작하면 이내 실망하고 말지만 긴 호흡으로 다가가다 보면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드는 게 바로 서핑이다. 양양을 요즘 뜨는 관광지로만 생각하면 오산인 이유도 서핑과 같다. 각각의 장소만 놓고 유명세를 평가하기보다는 아름다운 자연과 그 자연을 존중하며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다사다난한 세월 속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등을 찬찬히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양양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양양의 포근한 품에 편안히 안기게 된다.

양양에서 이런 체험은 어때요?

신석기 시대로 순간 이동,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
양양 오산리는 한반도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신석기 시대 유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1977년 농지를 조성하기 위하여 사구 위에 형성된 소규모 석호인 쌍호를 매립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유물과 유적을 전시하고 있다. 신석기 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담은 전시실과 강원도 영동지역의 당시 문화를 소개한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주소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무)
이용 시간 033-670-2442
홈페이지 www.yangyang.go.kr/gw/osm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양양송이밸리자연휴양림
송이버섯은 양양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꼽힌다. 이 송이버섯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은 물론 숙박까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백두대간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소개하는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목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장, 송이버섯의 생육 환경을 배우는 생태관 등이 마련되어 있다.

주소 강원 양양군 양양읍 고노동길 98-50
이용 시간 033-670-2644
홈페이지 www.foresttrip.go.kr

시름과 번민을 내려놓고
고요하게 고즈넉하게

낙산사는 양양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장소다. 이곳은 강화 보문사, 남해 보리암과 더불어 대한민국 3대 관음성지로 꼽힌다. 관음성지라 함은 관세음보살이 상주하고 있는 성스러운 장소로 여기서 기도하면 소원이 잘 이루어진다고.
낙산사의 역사는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무왕이 즉위하던 671년 의상대사가 창건했으며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탑을 비롯해 아슬아슬한 절벽에 지어진 홍련암 등 귀한 문화유산이 가득하다. 더욱이 높이 16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불상 해수관음상은 동해를 배경으로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한편, 낙산사의 부속 건물로 꼽히는 의상대는 이름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의상대사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의상대사가 좌선을 했던 해안 암벽 위에 그를 기념하고자 정자를 만든 것. 육각의 아담하고도 단정한 정자 옆에는 고고한 기상의 관음송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른 새벽 어둠이 가실 무렵 황금빛이 도는 붉은 해가 장엄하게 떠오르면 그 아름다움은 정점에 달한다. 예부터 많은 문인들이 의상대의 장관을 작품 속에 담았다.
“배꽃은 벌써 지고 / 소쩍새는 슬피 울 때 / 낙산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 일출을 보려고 한밤중에 일어나니 / 상서로운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듯 / 여섯 마리 용이 떠받치는 듯 / 바다에서 솟아오를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듯하더니 / 하늘에 치솟아뜨니 가는 터럭도 헤아릴 만큼 밝도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중 일부, 원본 해석본)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쌓여만 가는 답답함과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낙산사를 방문하길 권한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벗 삼아 해수관음상, 홍련암, 의상대로 천천히 발길을 옮기다 보면 맑은 기운이 온몸을 감싸며 어느 순간 머릿속이 환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오래된 고찰이 주는 위로와 위안을 경험할 수 있는 것.
마음의 안식을 찾은 후엔 장터 먹거리로 속을 든든하게 채울 시간이다. 양양오일장은 달력에서 4와 9 숫자가 들어간 날마다 열린다. 매달 4일, 9일, 14일, 19일, 24일, 29일이면 어김없이 시장이 펼쳐진다. 영동지방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지역 사람들은 물론 관광객까지 많은 이들로 북적거린다. 양양은 바다를 품고 있는 고장이라 시장에는 각종 생선과 해산물을 파는 노점이 즐비하다. 또한 양양을 대표하는 특산물인 송이버섯을 파는 노점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물론 감자옹심이, 장칼국수, 섭국 등의 이 지역 토속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양양오일장에서 한 그릇 배불리 먹고 두 손 가득 장을 보고 나면 세상만사 시름과 번민은 저 멀리 달아난다.

낙산사
관람시간 오전 6시~오후 5시 30분
주소 강원 양양군 강현면 낙산사로 100
이용 시간 033-672-2447
홈페이지 www.naksansa.or.kr

양양오일장
주소 강원 양양군 양양읍 남문리 74
이용 시간 033-671-2878
주차 공영주차장 이용, 1일 6,000원, 10분 기준 200원

자연이 선사하는 푸르른 행복

여름 바다와 여름 산, 양양에선 둘 중 하나만 고르지 않아도 된다. 동해와 설악산을 두루 품은 양양은 바다와 산을 공평하게 만끽할 수 있다. 양양을 중심으로 산책하듯 설악산을 맛보는 코스로는 오색약수터에서 시작해서 용소폭포에 이르는 왕복 두 시간 거리를 추천한다. 산길이지만 완만한 경사라 동행자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 딱 좋다.
오색약수는 천연기념물 제529호로 1,500년 설악산 주전골 성국사의 승려가 개울가 암반에서 용출하는 약수를 처음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오색약수라는 이름은 당시 성국사 후원에서 자라던, 다섯 가지 색깔의 꽃이 피는 나무에서 유래됐다. 총 세 곳의 암반에서 약수가 나오는데 위쪽 한 곳의 약수는 철분이 많고, 아래쪽 두 곳의 약수는 탄산 성분이 많이 나온다. 매일 1,500리터에 달하는 약수가 분출되고 있는데 철분과 탄산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비릿한 맛이 난다. 물색도 처음에는 투명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점차 붉은색을 띤다.
오색약수로 목을 축이고 나면 본격적인 계곡이 펼쳐진다. 주전골은 오래전 강원 관찰사가 한계령을 넘다가 이곳을 지날 무렵 쇠붙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살펴보았고, 동굴 속에서 10여 명의 무리가 위조 엽전을 만드는 것을 보고 진노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쇠를 부어 만들 ‘주(鑄)’와 돈 ‘전(錢)’, 두 가지 한자를 더해 주전골이라 명명한 것이다.
이 주전골 근방은 무장애 탐방로로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데크로 잘 관리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용소폭포에 이르게 된다.
용소폭포는 높이 약 10m, 깊이 약 7m 규모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청명하게 울리는 물소리에 절로 가슴이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곳에는 천 년 묵은 암수 이무기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수놈 이무기는 용이 되어 승천했지만 암놈 이무기는 승천할 시기를 놓쳐 용이 되지 못했고, 결국 또아리를 튼 채 죽어 바위가 되었다는 것. 그래서 용소폭포라고 불린단다. 또한 용소폭포 근처에는 동전을 쌓아올린 듯한 형상의 주전바위도 만날 수 있다. 이 바위는 시루떡을 쌓아놓은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시루떡바위로도 불린다. 이렇게 반나절 산책을 하고 내려오면 숲속에서 흠뻑 마신 피톤치드 덕분에 상쾌한 기분이 온몸을 감싼다.
양양에서 보내는 여름은 마치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피로를 확 날리는 사우나처럼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 준다. 바다에서 온몸의 에너지를 다 쏟아내기도 하고, 사찰과 숲에서 몸과 마음의 평화를 충전하며 이번 여름을 그 누구보다 알차게 보내길 기대한다.

오색약수
주소 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리
홈페이지 osaek-springwater.co.kr

주전골
주소 강원 양양군 서면 대청봉길 58-52
전화번호 033-672-2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