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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캬비크 전경

평등 속에서 싹트는 건강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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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노동시간(2021년 기준)

* 연간 1,433 시간

- 주당 35~36시간, 주 4일 근무

- 현재 전체 노동 인구의 86%가
주 4일제 근무 중 혹은 그럴 권리 가짐

지난 2021년 아이슬란드는 대대적인 변화를 감행했다. 바로 주 4일제 근무를 시범 도입한 것이다. 그 시작은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시의회와 중앙 정부 주도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2,500명 이상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출발한다. 아이슬란드 근로자의 1%에 해당하는 이들은 기존 주 40시간에서 약 35~36시간으로 근무 시간을 단축해 주 4일제 근무를 실시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임금은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 그 결과 근로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은 개선되었고 노동생산성은 기존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높아졌다. 근로자들의 스트레스, 번아웃은 눈에 띄게 개선되었고 실제로 실험이 진행된 동안 노동생산성 연 성장률이 1.7%에서 3.8%로 증가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모든 면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 실험의 결론이었다.
이 사례를 바탕으로 아이슬란드 노동조합은 주 4일제 근무를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 제안해 합의점을 찾았으며 현재 전체 노동 인구의 86%가 주 4일제 근무 중이거나 그럴 권리를 갖게 되었다. 물론 주 4일제 근무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임금과 노동생산성을 유지하면서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현실적이고도 효율적인 방안에 대해 세부적이고도 다각적인 해법을 모색함으로써 마침내 동의를 이끌어냈다. 근로자와 기업, 정부와 공공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슬란드의 수평적인 문화는 노사 관계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14년 연속 성평등 수준 1위를 차지했다.
오랜 시간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1975년부터 보육의 공공성 확보를 요구했고, 이러한 요구를 계기로 남성은 생활비를 벌어오고 여성은 양육을 전담하는 기존의 성역할 구조가 대대적으로 재편되었다. 2003년에는 육아휴직 할당제를 도입해 부모가 함께 유급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했고, 그 제도에 힘입어 현재 아이슬란드 남성의 90%가 육아휴직에 동참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계속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토는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인구는 30여 만 명에 불과하고 겨울이 긴 혹독한 계절에도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모두 손을 모아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더불어 수평적 관계일 때 여성과 남성이 모두 이익을 얻고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으며 두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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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캬비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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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캬비크를 조망하기에 최고의 장소로 평가되는 페를란 루프탑 레스토랑

주상절리를 건축으로 재해석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는 바이킹이 건너와 처음 정착한 곳으로 아이슬란드 말로 ‘연기가 나는 만(Smoky Bay)’이란 뜻을 담고 있다. 아마도 온천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연기로 오인해 그렇게 이름을 붙였던 것 같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레이캬비크 곳곳에는 온천이 자리하고 있으며 오로라와 같은 신비로운 대자연을 만나기 위한 관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레이캬비크는 찬찬히 들여다보면 현대적이고도 혁신적인 건축물과 소박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골목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수도라고 하지만 시내 전역을 걸어서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아담한 면적이고 아이슬란드 인구의 삼 분의 일이 수도에 살고 있지만 십만 명이 조금 넘는 정도다.
레이캬비크에 방문하면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장소는 바로 ‘할그림스키르캬’다. 도심에 우뚝 솟은 이 교회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교회이자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만약 시내에서 길을 잃었다면 이 교회를 찾아 방향을 다시 잡으면 된다. 주상절리처럼 깎인 외관은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을 표현했다고 하며 공사 기간만 41년에 달한다. 1986년 완성된 이래로 레이캬비크 하면 할그림스키르캬가 떠오를 만큼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내부는 특별한 장식 없이 소박하게 꾸며져 있으나 5,275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오르간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또한 74.5m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탑에 오르면 시내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최고의 뷰 포인트로도 인기가 높다.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모티브로 한 건축물로 ‘하르파’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개관했으며 할그림스키르캬와 같이 주상절리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데, 육각형 유리 기둥으로 외벽을 만들어 더욱 눈길을 끈다. 특히 이 외벽은 빛을 받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유리창의 색상이 바뀌어 날씨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나타낸다. 콘서트홀과 컨퍼런스센터라고 알려져 있지만 레스토랑, 카페, 편집숍 등이 더해져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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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에 따라 다른 빛을 내는 하르파


  • 할그림스키르캬(Hallgrimskirkja)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교회이자
    레이캬비크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
    주소: Hallgrimstorgi 1, Reykjavik 101 Iceland
    홈페이지: www.hallgrimskirkja.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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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르파(Harpa)
    육각형 유리 기둥으로 외벽을 만든 복합문화공간
    주소: Austurbakki 2, Reykjavik 101 Iceland
    홈페이지: www.harpa.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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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캬비크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할그림스키르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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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 발전소를 재활용해 지은 페를란 전시관


  • 솔파르(Sólfar)
    레이캬비크시 200주년을 기념하는 조각 작품
    주소: Saebraut, Reykjavik 101 Iceland
    홈페이지:https://sunvoyage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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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를란(Perlan)
    전시관과 레스토랑, 카페로 변신한 지열 발전소
    주소: Varmahlid 1 Oskjuhlid, Reykjavik 105 Iceland
    홈페이지:https://perla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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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르파 해안에 설치된 솔파르

역사와 자연이 깃든 랜드마크 두 곳

하르파에서 해안을 따라 마련된 보행자 도로를 걸으면 레이캬비크시 200주년을 기념하는 랜드마크 조각 ‘솔파르’를 만날 수 있다. 조각가 욘 군나르 아르나손(Jón Gunnar Árnason)의 작품으로 바이킹 전통 배를 본떠 화강암과 스테인리스로 만들었다. 빛과 희망, 태양을 향해 나아가는 배의 형상을 표현했다.
욘 군나르 아르나손은 병상에서 이 조각의 제작을 진두지휘했으나 안타깝게도 1989년 세상을 떠났고 제자들이 이어받아 1990년 비로소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솔파르 자체도 의미가 크지만 일몰이 되면 작품 너머로 아름답게 물드는 노을을 보기 위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페를란’도 레이캬비크를 역사가 깃든 곳이다. 도시의 온수 공급을 맡았던 지열 발전소가 2017년 여름 이후 공사를 마치고 전시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탱크 중 하나는 세계 최초의 실내 얼음 동굴이 포함된 국토 전시관 원더스 오브 아이슬란드(Wonders of Iceland)로, 또 다른 탱크는 천문대와 함께 아이슬란드의 수자원 전시관 워터 인 아이슬란드 네이처(Water in Iceland Nature)와 오로라 체험관(Áróra)으로 리모델링되었다.
특히 1,174개의 유리 창문으로 만들어진 돔 형태의 ‘진주’ 안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은 레이캬비크를 조망하기에 최고의 장소로 평가된다. 레스토랑이 부담스럽다면 카페에서 간단하게 음료를 마시며 전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유리 돔이 천천히 회전하기 때문에 조금씩 다른 배경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게 포인트. 밤이 되면 은은한 야경까지 분위기를 더한다.

아이슬란드의
주목할 만한 노동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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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할당제

- 12개월 동안 유급으로 육아휴직 사용

- 여성 5개월, 남성 5개월을 사용하고 이후 2개월은 남성과 여성이 선택하여 사용

여성의무할당제

- 기업 이사회를 비롯해 각종 정부기관 및 위원회 여성 비율 40% 이하 금지

임금차별금지법
(동일임금인증제)

-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지급

- 25인 이상의 기업과 기관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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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가 보이는 블루라군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리는 법

화산섬 아이슬란드는 지열을 활용해 난방 시스템을 사용하거나 온천을 운영하곤 한다. 그런 까닭에 레이캬비크를 근처 온천인 ‘블루라군’을 가기 위해서 들르기도 한다. 블루라군은 커다란 온천 수영장과 작은 인공 폭포, 사우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표면 약 2,000m 아래를 흐르는 온천수는 인근 지역 발전소에서 전기 발전용으로 사용된 후에 온천으로 흘러 들어온다.
이렇게 온천수가 공급되기 때문에 48시간 정도면 블루라군 전체의 온천수가 새롭게 교체된다고. 참고로 온천수에는 실리카와 유황 같은 광물질이 풍부하고, 피로 회복과 피부 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시즌에는 온천욕을 하며 오로라는 감상하는 행운도 기대할 수 있다.
레이캬비크 사람들은 눈과 비가 자주 내리는 탓에 하늘은 늘 흐리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행복을 찾는다.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푸는가 하면 향긋한 커피 한 잔으로 스트레스를 날리곤 한다.
행복은 환경이나 타인이 아닌, 바로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고, 더 큰 행복은 함께 할 때 가능하다는 믿음을 일과 삶 속에서 씩씩하게 실천하고 있다.


블루라군(Blue Lagoon)
푸르른 온천수와 검은 용암의 조화
주소: Norðurljósavegur 9, 240 Grindavík, Iceland
홈페이지:www.bluelag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