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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하운 운하

행복이란 가족과 함께하는 것

덴마크어 ‘휘게(Hygge)’는 장작불 옆에서 코코아를 마시는 것처럼 안락하고 편안한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바로 이 말은 바로 덴마크 사람들의 삶에 대한 철학과 태도를 대변한다. 덴마크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을 돌보고 저마다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휴식을 취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덴마크 사람들에게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돈보다는 시간이고, 가족과 함께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보다 우선하지 않는 것이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덴마크의 정치, 경제, 문화, 교통의 중심지로 꼽힌다. 그러나 대도시의 혼잡함이나 번잡스러움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곳곳에 마련된 공원에는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가득하고 거리엔 자동차 도로와 함께 자전거 도로도 빼놓지 않고 마련되어 있다. 오후 3시가 넘으면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러시아워가 시작되는데, 이들의 첫 목적지는 대부분 어린이집이나 학교로 자녀를 데리러 가기 위함이다.
물론 직장인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근무 시간이 길어질 때도 있다. 그런데 자율적인 탄력 근무가 자리 잡고 있어 가정생활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초과 근무를 하면 대체 휴가를 사용하고, 자녀의 학교 행사가 있어 퇴근을 일찍 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일찍 출근을 하는 식으로 근무 시간을 조정한다. 또한 재택 근무를 하거나 파트타임과 풀타임 근무를 선택하는 일도 자유롭다. 자신의 상황과 형편에 맞게 근무 환경이나 시간을 협의하고 조정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정부에서 일률적으로 노동시간을 강제하고 근로 방식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 최적의 방안을 찾도록 하며, 이와 같은 믿음은 궁극적으로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증대해 더 큰 이익을 창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오랜 시간, 높은 강도로 일을 하는 것보다 모두가 행복하게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고 가치 있음을 오랜 시간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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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노동시간

연간 1,363시간(2021년 기준)
보통 하루 7시간 주 5일 근무

오전 8시 출근, 오후3~4시 퇴근이 일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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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식물원

인간과 자연, 모두가 평화로운 곳

코펜하겐은 친환경을 추구하는 항구 도시로도 손꼽힌다. 환경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한 높은 기준을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2001년에 코펜하겐 앞바다에 거대한 해양 풍력 발전소를 건설해 도시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고 있으며, 수년간 하수 처리 시설을 개선해 상당한 수질 변화를 이끌어 냈다. 또한 코펜하겐은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를 타기 좋은 도시로도 손꼽힌다. 도시 곳곳에 자전거 전용 도로가 마련되어 있어 보행자나 자동차를 걱정하지 않고 안전하게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코펜하겐에 사는 사람 수보다 자전거 수가 많을 정도이며, 직장과 학교를 자전거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도시 인구의 절반 가까이나 된다.
자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은 만큼 여행의 시작은 ‘코펜하겐 식물원’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1600년대 만들어진 이곳은 원래 종교개혁 이후 수녀원들의 정원이 방치되거나 훼손되자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되었다가 1874년 현재의 위치로 이동해 식물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덴마크 자연사박물관 소속으로 코펜하겐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최고 명소는 팜 하우스라는 대형 온실이다. 높이 16m, 길이 50m 규모의 이 온실에는 여러 종의 아열대 및 열대식물이 자라고있다. 팜 하우스를 지나면 하늘하늘 나비가 날아다니는 버터플라이 하우스도 만날 수 있다. 5월부터 10월까지만 아름다운 나비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잊지 말고 방문하길 권한다. ‘티볼리 공원’도 빛나는 역사와 전통이 깃든 곳이다. 1843년 문을 연 이곳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테마파크로 손꼽힌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 최초의 테마파크라고 알고 있는데, 첫 번째로 오래된 테마파크는 사실 코펜하겐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코펜하겐 근교에 1등과 2등이 모두 자리하고 있으니 최고(最古)라 잠시 착각을 한다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덴마크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가장 유명한 놀이기구인 목재 롤러코스터는 1914년 건립되어 지금도 운행 중이다. 이곳은 밤이 되면 수천 개의 조명이 켜지면서 한층 더 근사하게 변신한다. 월드 디즈니가 디즈니랜드를 설계할 때 여기서 영감을 받았다고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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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식물원 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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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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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동화 속 세상으로

덴마크 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것은 ‘레고’와 ‘안데 르센’이다. 레고는 1932년 한 목수가 창업한 조립 장난감 브랜드로 ‘잘 놀다’는 의미의 덴마크어에서 따온 이름이다. 레고의 본고장은 빌룬트로 코펜하겐과 다소 떨어져 있어 도심의 레고 스토어를 방문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보는 게 좋을 듯하다. 그렇지만 안데르센의 발자취는 코펜하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먼저 코펜하겐 식물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인어공주 동상’으로 발길을 옮겨 보자.
이 동상은 1913년 칼스버그 맥주 2대 회장의 의뢰로 조각가 에드바르드 에릭슨이 제작했다. 동화 〈인어공주〉를 바탕으로 아내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다고 한다. 이 인어공주 동상은 길이 80cm 정도로 아담하지만 그 앞은 언제나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종종 페인트를 뒤집어쓰거나 머리와 팔이 떨어져 나가는 수모를 겪기도 하지만 매번 복구를 통해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바다에서 살 수도 없고, 육지로도 나올 수도 없는 슬픈 동화 속 이야기처럼 인어공주 동상은 조금은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렇지만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없는 모습은 쓸쓸함을 넘어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조금 더 걷다 보면 ‘뉘하운 운하’를 만날 수 있다. 알록달록한 배와 건물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뉘하운은 ‘새로운 항구’라는 뜻으로 1673년 운하가 개통되자 주변에 건물이 들어서며 선원을 위한 거리로 자리하게 되었다. 현재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게 들어서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 물론 코펜하겐 시민들에겐 가볍게 맥주 한 잔 하는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특히 뉘하운 운하는 안데르센이 집세를 내지 못해 이사를 거듭하며 살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살았던 집은 20번지, 67번지, 18번지로 이어지는데, 그중 생애 마지막 4년을 보낸 18번지는 안데르센의 고향인 오덴세 안데르센 박물관 안에 한 코너로 보존되어 있다.

덴마크의 특징적인 노동제도

부모 동등의 육아 휴가
및 휴직 제도

- 임산부는 출산 전 4주와 출산 후 2주의 휴가 제공, 더불어 육아를 위해 22주의 휴직 제공

- 배우자는 출산 후 2주의 휴가 제공, 더불어 육아를 위해 22주의 휴직 제공

- 단, 각자에게 주어진 22주의 육아 휴직 중 9주는 양도 불가, 13주는 서로에게 양도 가능

- 양도 가능한 13주 중 5주는 자녀가 9세가 될 때까지 원하는 시기에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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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 도서관 카페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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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왕립 도서관 실내

시간이 축적되어 완성한, 오늘이라는 풍경

코펜하겐의 과거와 현재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랜드 마크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1745년 바로크 건축 양식으로 만들어진 ‘크리스티안스보르 궁전’은 당시 덴마크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그런데 몇 번의 부침을 겪으며 오늘에 이른다. 1794년 화재로 소실되고 1828년 개축되어 왕실의 관저로 사용되었다가 1884년 다시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서 1907년부터 1928년까지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해 네오바로크 건축 양식을 갖춘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지금 이곳은 덴마크 총리의 관저이자 대법원, 의회 의사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덴마크 정치권력의 중심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접견실, 주방, 마구간, 옛 성터, 왕실 채플 등을 구경할 수 있으며 타워에 올라 코펜하겐 전망을 한눈에 감상하길 권한다.
코펜하겐의 오늘을 보여주는 랜드마크로 ‘왕립 도서관’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검은 화강암과 영롱한 강화유리로 만들어져 ‘블랙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린다. 1906년에 만들어진 기존 도서관의 확장 개념으로 1999년 개관했다. 코펜하겐 남단 워터프론트 항구 지역에 위치해 바다에 반사된 풍경도 장관을 이룬다. 도서관 고유의 기능뿐만 아니라 콘서트홀, 레스토랑, 카페 등이 자리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하며, 안데르센의 원고와 편지 원본을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 자료는 덴마크 국가 보물인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코펜하겐은 북유럽 특유의 낭만과 감성으로 가득한 도시다. 대도시라고 해도 복잡하지 않고 그만의 속도와 원칙을 존중하며 사람과 자연을 따뜻하게 품는다. 물가는 비싸고 세금은 높지만 그만큼 복지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어 안정적인 삶이 가능한 곳. 출근과 퇴근의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행복을 잃지 않으며, 저마다의 가치와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코펜하겐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보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화려해서 단숨에 눈길을 빼앗기는 아름다움이 아닌, 긴 시간 다듬어지며 완성된 품격과 여유가 있는 도시로 코펜하겐은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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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왕립 도서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