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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나누다, 마음을 잇다

서울 관악지사에는 매달 산재근로자 멘토 모임이 열린다. 멘토들의 이야깃거리는 주로 최근 상담한 산재근로자에 관한 것이다. 지금 요양 중인 산재근로자에게 조언해 줄 만한 보상 제도와 경험, 필요한 위로가 무엇이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관악지사 재활보상부 이미 차장은 산재근로자 멘토링 프로그램이 요양 중인 산재환자의 자신감 회복과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미 차장 “산재근로자 멘토링 프로그램이 시행된 것은 2013년부터입니다. 산재근로자의 조기 직업 복귀를 위한 재활 사업으로, 산업재해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분들을 멘토로 위촉해 매달 1회씩, 총 6회 이내로 상담을 지원해드리고 있습니다. 멘토들은 산재환자가 현재 놓인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기에 격려와 조언을 건네기도 하고, 작업능력평가에 동행하거나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직접 소개해주기도 합니다. 또 환자를 대신해 지사에 개선점을 전해주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계십니다.”

현재 관악지사에는 총 7명의 멘토가 활동하고 있다. 모두 산재근로자로서 우수 극복 사례로 선정되거나, 유관기관 추천으로 선정된 이들이다. 멘토링 활동 특성상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개별 상담을 이끌어야 하며, 산재보험 외에도 진로 및 보상 관련 내용에 대해 공감하고 문제해결을 함께 모색할 수 있어야 하기에 선정 요건도 까다로운 편이다.
관악지사는 멘토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월례모임을 통해 활동사례와 전문지식 소통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교류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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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실 님 “2021년 1월, 미술 작업실 건물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 후 요양을 거쳐 현재는 원직장에 복귀했습니다. 아직 상병 통증은 남아있지만, 희망찾기 프로그램과 심리상담 등 공단의 도움으로 무사히 회복할 수 있었어요. 멘토링을 통해 제가 가진 긍정적 마음을 나누고 이타적 삶을 지향할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제가 드리는 도움은 작지만 ‘저에겐 멘토 선생님이 있잖아요’라고 말하는 산재환자를 보면 저 또한 큰 힘을 얻어요. 지금껏 제 힘으로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산재를 겪고 멘토가 되면서 우리는 서로 도움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시장명 님 “저는 원래 내성적 성격인데 멘토링을 하며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처한 상황 때문에 위축되어 계신 산재환자가 많거든요. 그분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저절로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좋은 점은 제 경험과 지식으로 멘티에게 미력하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 번은 산재보상금을 노리는 중개인에게 수수료를 착취당할 뻔했던 분을 도운 적이 있는데요. 제가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이 참 뜻깊었습니다.”

    이규택 님 “남을 돕기 위해 멘토가 되기로 결정했는데, 오히려 저 자신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멘티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드리면 저에게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데요. 그 한 마디가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아직 많은 산재환자가 산재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몸의 건강을 회복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앞으로도 산재환자의 회복을 지켜보며 곁에서 필요한 정보를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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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회복을 함께하는 일

멘토링 프로그램은 관악지사 재활보상부에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멘토링 서비스를 신청한 산재환자가 멘토를 통해 충분한 설명과 필요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담당자로서는 안도감이 들기 때문이다. 환자가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기에, 지원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안내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멘토들이 톡톡히 담당해주고 있다.
이미 차장은 특히 산재근로자 요양 초기에는 신체적인 고통으로 병원 치료 외에 다른 지원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으며, 외국인이나 고령 환자는 더욱 도움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이에 관악지사는 멘토링 프로그램의 가능성과 효과를 인식하고 점차 체계적인 멘토 양성과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고창기 님 “산재를 당하면 그 아픔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요. 산재로 가족과 멀어지는 분도 많습니다. 그분들께 재활 과정을 제대로 설명하고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일을 제가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곁에서 산재환자가 가족과 다시 화해하고 사회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분들이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일곤 님 “저 역시 산재사고로 입원 치료를 하다, 주변 중국인 환자를 돕기 위해 통역으로 공단에 들른 일이 인연이 되어 멘토가 되었습니다. 한국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해 서비스 신청이 어려운 환자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보다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집중심리상담, 직업훈련, 취업지원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열심히 일하고 있고요. 언어의 장벽을 넘어 더 많은 분이 공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문영수 님 “산재환자를 대하며 조금이라도 그 아픔을 함께하고 이야기하며 경청할 수 있다는 것이 작은 보람입니다. 저 역시 아직은 산재 후유증으로 통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현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서로의 아픔으로 공감하며 함께하는 일이 큰 위안이자 동기 부여가 됩니다. 저도 앞으로의 길을 고민하며 나아가고 있기에, 산재환자와 함께 긍정적인 마인드를 키워가겠습니다.”

차하나 님 “현재 재가요양센터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전 직장에서 산재환자의 심리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요. 산재 초기의 혼란스럽고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있기에, 이미 차장님의 추천으로 멘토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환자가 가장 혼란스러운 산재 초기에 멘토의 역할이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고 후 몸은 온전히 이전과 같을 수 없지만, 내 마음은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사고 이후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막막할 때 이전에 같은 경험을 한 멘토와 경험을 나누는 기회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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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차장은 멘토링 사업을 진행해 온 관악지사의 경험과 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산재환자(멘티)와 멘토, 내부 직원이 함께 발전 방안을 고민하는 세미나를 개최하여 멘토링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개선방안을 들어보는 자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은 의지를 가진 산재근로자를 발굴하고, 적기에 필요한 제도를 산재환자에게 안내하고자 한다.

이미 차장 “공단의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멘토링 사업은 산재근로자가 직접 상담가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비슷한 고통을 경험한 멘토를 통해 환자는 더 쉽게 공감하고 직업복귀에 대한 사회적, 심리적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장기적으로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직업 영역에서 산재근로자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기를 그려봅니다. 무엇보다 산재환자가 산재 이후 필요한 행정처리나 각종 보상 제도, 공단의 다양한 재활프로그램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돕는 역량 있는 제도로 발전하길 바랍니다.”

여름날 긴 장마를 겪은 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무너진 도로를 복구하고, 다시 풀과 나무를 일으켜 세우다 보면 선선한 햇살과 수확의 기쁨을 맞는 계절이 오게 마련. 산재라는 시련의 끝에서, 멘토들은 다른 환자들에게 전해줄 희망이라는 수확을 얻었다. 그들이 기꺼이 나누는 소중한 마음이 산재환자의 건강한 내일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