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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두철미하고도 유연한 원칙들

스위스 사람들은 보다 더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확고한 원칙을 정해 실천하고 있다. 시계 하면 스위스를 꼽는 이유가 바로 정교함과 정확성인데, 이러한 특성은 삶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스위스의 노동법은 임금, 근로시간, 휴가 등을 철저하게 세분화해 명시하고 있다. 물론 많은 나라의 노동법은 이와 같지만 이 노동법을 제대로 잘 지킨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스위스인들은 일할 때의 집중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업무시간에는 철저하게 일에 몰입하되 규정된 근로시간이 완료되면 바로 가정으로 향한다. 다시 말해 일과 가정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퇴근 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소중한 시간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회사에서의 일하는 동안 최대한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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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의회 의사당(Bundeshaus)
스위스 민주주의의 상징인 장소로 의회 기간을 제외하고
가이드 투어를 통해 관람할 수 있음
홈페이지 www.parlament.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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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탑(Zytglogge)
과거 베른 서쪽 관문을 지키는 방어시설로 만들어져
현재는 베른의 대표 명소로 자리함
홈페이지 www.zeitglockenturm.ch/en

  •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이렇게 확고한 원칙을 실천하지만 형편이나 상황에 따른 유연성이 크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아이 돌봄을 위해 근무 일수나 시간을 조정하는 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유연근무제에 대한 노사의 이해도가 높고 기업문화로 자연스럽게 정착되어 있는 것이다. 스위스는 독일어권, 프랑스어권, 이탈리아권과 같이 서로 다른 정서를 가진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이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려나 존중은 자못 깊고 성숙하다. 그래서 철두철미한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유연성을 잃지 않는다.

  • 초과 근무 보상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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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 급여의 125%
    초과 근무 수당으로 지급하거나 유급휴가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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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휴무일이나 긴급 상황을 제외하고
    초과 근무가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권고

익숙하고도 낯선 풍경 속으로 산책을

이와 같은 다름의 조화와 화합은 베른 시내를 잠시 돌아봐도 느낄 수 있다. 사실 베른은 여행자들에겐 참으로 친절한 도시가 아닐 수 없다. 주요 명소를 걸어서 반나절이면 다 가볼 수 있다. 그것도 도보로 말이다! 그런데 마치 ‘도장 깨기’처럼 곳곳을 그저 쓱 훑고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이 도처에 숨어 있다.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될 만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건 기본. 거기에 중세풍 도시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상을 보내는 21세기 현대인들의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럼 본격적으로 베른을 만나볼 차례다. 그 시작은 베른 역에서 출발한다. 베른 역에서 조금 걸어가면 연방의회 의사당이 보인다. 이곳은 1848년 베른이 연방수도로 지정된 후 1902년에 지어진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이다. 겉모습에서부터 권위와 품격이 엿보이는데 내부로 들어서면 화려한 프레스코화가 눈길을 끌고 테라스에서 펼쳐진 시내 전경도 볼거리를 더한다. 주말 오전이 되면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는 시장이 열려 또 한 번 발길을 붙든다. 여기서 쭉 내려가다 보면 그 유명한 시계탑에 저절로 발길이 머문다. 굳이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도 없이 베른의 랜드마크 시계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의 시계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 시계이자 표준 시계라고 한다. 매시간 정각 4분 전 인형들이 등장하는 쇼가 진행된다. 쇼 자체는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13세기에 만들어져 800년 이상 이곳을 지킨 탑이고, 16세기에 설치된 시계라는 걸 감안하면 꽤 다르게 보인다.

오랜 세월과 추억, 기억이 쌓이고 쌓여

시계탑 근처에는 또 하나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자리한다. 바로 아인슈타인 하우스이다. 이곳은 1903년부터 1905년까지 아인슈타인이 베른 특허청에 근무하면서 실제 살았던 집으로 그 시기 그는 그 유명한 ‘상대성이론’을 확립했다. 현재 이 집은 당시 모습을 복원해 1층은 알코올이 들어간 아인슈타인 커피를 파는 카페로, 2층은 박물관으로, 3층은 영상 감상과 함께 기념품 판매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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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하우스(Einstein Haus)
독일 출신의 그는 스위스로 이주해 공부했고
베른에서 일했는데, 당시 살던 집을 복원함
홈페이지 www.einstein-bern.ch

아인슈타인 박물관(Einstein Museum)
어렵게만 느껴지는 상대성이론에 멀티미디어가
더해져 보다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음
방문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월요일 휴무

한편, 아인슈타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구시가지 건너편에 위치한 베른 역사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이곳에서 상설 운영되는 아인슈타인 박물관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로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그의 발명품을 직접 작동해 볼 수 있어 멀게만 느껴지던 상대성이론과 한층 가까워진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제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가 아인슈타인 하우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베른 대성당을 만날 차례다. 스위스 최대 고딕 양식을 자랑하는 이곳은 높이가 무려 100.60m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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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 대성당(Berner Munster)
세월의 유산을 그대로 간직한, 스위스 최대 고딕
양식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건축물
홈페이지 www.bernermuenster.ch

  • 1421년 설계를 시작해 1893년까지 지었으며, 정문에는 정교한 최후의 심판 조각이 새겨져 있다. 내부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장식과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이 오랜 세월을 증명하듯 묵직하게 자리한다. 특히 534개의 계단을 통해 종탑에 오르면 베른 구시가지는 물론 융프라우 등의 알프스 만년설도 감상할 수 있다.
    구시가지 여정의 끝은 곰 공원으로 마무리된다. 이곳은 베른의 상징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곰이 바로 주인공이다. 베른이란 이름은 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도시를 세운 체링겐 가문의 베르트홀트 5세가 곰 사냥에 성공한 것을 기념해 지명을 정했다. 그러고 보면 도시 곳곳에서 곰 모양의 깃발과 조각상 등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모두 다 여기서 기인한 것이다. 동물원이 아닌 공원에서 사는 곰이 다소 어색할 순 있지만 곰과 함께 조화롭게 생활하는 베른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기 좋다.
    베른은 중세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평화롭게 21세기의 오늘을 성실하게 일구고 있다. 낡은 돌길을 걸으며, 그 사이사이 현대적인 트램의 편리함을 만끽하며 베른만의 익숙하고도 낯선 매력에 빠져들어 보길 권한다.

  • 연간 휴가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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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에 최소 4주의 유급휴가를 제공
    최소 2주는 연속으로 사용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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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 이하인 경우에는
    5주의 유급휴가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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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 공원(Barengraben)
    구시가지를 걷다가 니데크 다리를 건너면
    만날 수 있는 베른만의 상징적인 장소
    홈페이지 www.tierpark-ber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