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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공무원 김태영 환자와 창원병원 환경미화원 정혜윤 여사

민원처리를 위해 이동하다 당한 교통사고

새해가 되면 누구나 한 해 동안 좋은 일만 있고 무탈하기를 기원한다. 그 기도의 촛불이 채 꺼지기도 전인 지난 1월 6일, 경남 의령에서 경찰공무원으로 일하던 김태영 환자에게 예고에 없던 불운이 찾아왔다. 당시 그는 화약 업무 담당자로 발파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관용차를 운전해 현장으로 가던 중이었다. 40m 내리막길을 운행하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제동을 못한 채 램프 옹벽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어요. 119 대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길래 힘겹게 대답을 했어요.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저를 내려놓은 곳은 진주경상대병원이었어요. 그리고 기나긴 입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사고 충격으로 슬개골과 대퇴골이 심하게 골절되어 네 번의 수술을 해야 했다. 왼쪽 다리 전체를 쇠막대로 고정한 채 익숙하지 않은 병상 생활과 휠체어 사용을 이어갔다. 희망은 점차 절망으로 바뀌고 좀체 지워지지 않는 사고 트라우마는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수술 후 의지를 다지고 재활운동을 했지만 통증은 여전했고 계단 오르기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공무원연금공단 재활 담당에 연락했다. 담당자는 그에게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의 공상공무원 대상 집중재활프로그램을 권했다. 고민 끝에 아내와 상의한 후 필요한 물품을 챙겨 52병동에 입원했다.

"창원에 볼일이 있을 때마다 창원병원을 지나곤 했는데 밖에서 보던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이 달라 놀랐습니다. 시설은 좀 노후화되었으나 잘 정리되어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의사, 간호사분들도 모두 친절하셨고요. 병실을 나눠 쓰는 다른 환자분들이 재활 쪽은 여기가 제일 좋다면서 열심히 받으면 많이 좋아질 거라고 용기를 북돋워 주기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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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다는 말이
    있잖아요. 몸을 낫게 해주는 건 치료지만,
    어쩌면 마음을 낫게 해주는 건
    깨끗한 환경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 다치기 전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요양병원 등에
    이용 봉사를 다녔습니다.
    환자들을 상대로 봉사를 해주면서 많은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고 그분들을 통해
    얻는 것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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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에서 만난 뜻밖의 인연

눈물이 절로 나오는 12주 집중재활프로그램을 그는 이를 악물고 견뎠다. 움직이지 못하는 고통보다 움직이며 느끼는 고통이 백배 낫다는 생각에서였다. 재활 8주 차에 접어들자 어느덧 계단을 직접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사고 전까지만 해도 매일 아무렇지 않게 반복되던 일상의 움직임. 그 움직임을 비로소 ‘이룬’ 것에 가슴이 벅찼다. 일상이 조금씩 품으로 파고드는 듯했다. 그가 ‘정여사 님’이라 부르는 정혜윤 여사는 고된 과정을 버티게 해 준 또 하나의 힘이었다.

"우리 병동 환경미화를 담당하시는 정여사 님 덕분에 입원 생활이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병실은 말할 것도 없고 복도, 화장실 등을 너무나 청결히 청소하고 관리해 주셔서 입원하는 동안 저뿐만 아니라 모든 환자분들이 아주 쾌적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청소를 어찌나 조용히 하시는지! 계시는 줄도 모를 정도였어요. 제 인생에 이렇게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곳까지 꼼꼼하게 청소하시는 분은 처음 봤습니다."

김태영 환자의 칭찬에 정혜윤 여사는 쑥스러워 웃기만 할 따름이다. 실제 정혜윤 여사는 병원에서 분기별로 선정하는 모범 직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성실함은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환자는 물론, 환자를 내방한 환자의 가족들도 인정할 정도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환자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거나 인정을 해줄 때면 하던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다는 말이 있잖아요. 몸을 낫게 해주는 건 치료지만, 어쩌면 마음을 낫게 해주는 건 깨끗한 환경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내 가족이 아프면 정성껏 돌보잖아요? 내 집을 청소하고 내 가족을 돌보는 마음으로 병실 환경을 가꾸고 환자들을 대했어요. 김태영 님처럼 ‘열심히 하신다’며 과일이나 음료수를 건네주시는 환자분들이 계셔서 힘든 일도 그만한 보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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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재활치료가 되찾아 준 일상의 행복

김태영 환자는 집중재활프로그램을 받은 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동안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로 정신과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할 만큼 심리적으로 힘들고 어려웠지만 재활치료를 받으며 점점 좋아지는 자신의 모습에서, 그리고 주위의 응원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했다. 무엇보다 ‘다시 걸을 수 있을까?’ 하던 회의가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전환된 게 가장 큰 소득이다.

"다치기 전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요양병원 등에 이용 봉사를 다녔습니다. 환자들을 상대로 봉사를 해주면서 많은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고 그분들을 통해 얻는 것도 많았습니다. 다시 직장에 복귀하면 예전같이 지인들과 함께 봉사 활동을 다니고 싶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지역의 마을회관, 경로당 어르신들의 머리를 직접 손질해드리고 싶어요."

옆에서 김태영 환자의 작은 소망을 듣던 정혜윤 여사가 “그 꿈 꼭 이루시길 바라요. 그리고 다시는 아프지 마세요!”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건넨다. 짧은 말에서 묵직한 울림이, 따뜻한 온도가 느껴진다. 환자들이 꼭 자신의 가족 같아 자신이 가진 온 힘을 들여 이들을 더 편안하게 해주고자 한 정혜윤 여사와 몸은 물론 마음까지 치유되는 사려 깊은 배려에서 위안과 희망을 얻었다며 감사의 힘을 다시 전해주는 김태영 환자. 이들이야말로 시린 계절, 따뜻한 마음보다 더 따뜻한 난로는 세상에 없다는 걸 새삼 일깨워주는 동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