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걷는 여행 사진1

이맘때 오웬기념각 앞에 꽃무릇이 핀다

양림동, 이곳에선 모던 보이, 모던 걸처럼 행동하라!

광주에는 예부터 숲이 우거졌던 다섯 마을이 있다. 운림(雲林), 방림(芳林), 덕림(德林), 유림(柳林), 그리고 양림(楊林) 이다. 그중 서구와 동구가 맞닿은 지점에 있는 양림은 버드나무숲이 우거진 마을이다. 마을에 있는 사직산에 올라 바라보는 무등산의 자태는 광주 8경의 하나로 꼽힐 만큼 일품이다. 그러나 양림은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는 힐링의 숲과는 거리가 멀었다. 광주천에 물이 차오르면 도심과 단절되는 변방인 데다, 병들어 죽은 아이들을 짚으로 싸서 나무에 달아 풍장을 지내던 외진 곳이었다. 특히 전염병이 창궐하면 사체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들짐승과 까마귀 떼가 산등성이를 뒤덮어 '여시골', '도깨비골'이라 불렀다. 이런 버려진 땅에 광주에서 가장 먼저 기독교가 전파되었다. 목포에서 영산강을 따라 광주읍성의 서남쪽 끝, 양림동에 들어온 것이다. 선교사들은 당시 땅값이 싼 양림동의 땅을 사들여 교회와 사택을 짓고, 학교와 병원을 세웠다. 신자가 나날이 늘어났기에 그들은 양림동을 '광주의 예루살렘'이라 했고, 비기독교인들은 '서양촌'이라 불렀다. 당시 양림동은 광주에서 서양문물을 가장 빨리 받아들이면서 '광주 개화 1번지', '광주의 몽마르뜨' 같은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한 세기가 훌쩍 지나자 광주의 중심이 광주천 너머 동구로 옮겨갔다. 1만 명이 넘는 양림동 주민이 절반으로 줄었고, 빈집이 늘어났다. 대신 유흥업소와 술집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양림동은 쇠락의 길로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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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에 중건한 양림교회, 초대설립자는 유진벨 선교사이다

양림동을 되살리고자 하는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담장 허물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교회가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섰으며 이후 기독병원, 도서관, 동사무소의 담장이 차례로 무너졌다. 마을 주민들도 동참했다. 담장을 허문 곳에 화분을 내놓고 화단을 조성했다. 그러면서 작은 쌈지공원이 생기더니 어느새 광주천으로 생태통로가 연결되었다. 지난한 세월이었지만, 누구 하나 큰 소리 내지 않고 뜻을 따라 준 결과, 마을은 '양림동역사문화마을'로 지정되어 레트로 문화를 이끌고 있다.
양림동 여행은 관광안내소인 '양림마을 이야기관'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여기서 스탬프 투어를 위한 안내 지도를 제공한다. 본격적인 투어에 앞서 양림쌀롱을 찾아보자. 여행자 라운지로 활용되는 이곳은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1930년대 앤티크 가구와 소품들로 꾸며놓았다. 400여 권에 달하는 여행 서적도 갖춰져 있어 앉아서 랜선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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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인 우일선 선교사 사택

광주의 몽마르트, 그곳엔 선교사의 헌신이 있었다

양림동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있다. 오웬 기념각, 우일선 선교사 사택, 양림교회가 그곳이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광주기독병원(옛 제중원) 2대 원장을 지낸 미국인 선교사 윌슨(Wilson)이 1910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물로 알려져 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선교사 사택, 진료소, 고아원, 여성 자활 교육장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해왔다. 사택 주변엔 숲이 우거져 초가을의 푸르름이 가득하다. 참나무, 팽나무, 백일홍 사이에 수령 400년이 넘은 호랑가시나무(광주시 기념물)가 있다. 이 나무는 서양에서 교회나 성당 앞마당에 어김없이 심겨 있는 나무로써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용으로 사용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고난을 받을 때 '가시 면류관'의 가시나무가 호랑가시나무였다고 해서 신성하다고 여긴다. 매년 연말 이웃 돕기에 사용되는 '사랑의 열매' 역시 호랑가시나무 열매다. 이 때문에 이 나무의 영어 이름은 성스럽다는 의미의 홀리(Holly)다. 나무가 있는 이 길에 선교사 사택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양림아트폴리곤, 호랑가시나무창작소와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건물을 배경으로 근대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는다면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흡사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의 주인공 같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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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림동 입구에 등불을 든 선교사와 책읽는 아이 조형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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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크 아트존으로 변한 펭귄마을

선교사 사택 가까운 곳, 양림산에 선교사 묘역이 있다. 모두 45기가 안장돼 있는데 개중에 작은 무덤은 꽃도 피어보지 못한 채 천국으로 간 자녀들의 무덤이다. 선교사들은 천형이라며 가족에게마저 버림받은 한센병 환자의 손을 잡아주며 버려진 이들을 품었다고 한다. 양림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르신들은 그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선교사들을 천사라고 부른다.
묘역에서 마을로 오려와 기독간호대학 교내에 있는 오웬 기념각 앞에 선다. 이 건물은 의료선교사로 활동하던 오웬(Owen)이 급성폐렴으로 순직하자, 그 뜻을 기념해 미국의 친지들이 성금을 보내와 1915년에 건립하였다. 주로 예배와 교회 행사에 활용되었으며, 크리스마스에는 지역민들을 초대해 축제를 열기도 했다. 광주 최초의 서양식 음악회와 연극, 무용 등이 이곳에서 공연되었다. 오웬 기념각 옆에 있는 붉은 벽돌 예배당은 양림교회다. 유진 벨(Eugene Bell) 선교사가 미국 남장로교 선교부의 지원을 받아 건립했다. 현재 예배당은 1954년에 중건한 것이다. 세 곳 모두 고풍스러운 건축미와 이국적인 느낌 때문에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양림동에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도 있다. 여학교는 수피아 여학교, 남학교는 숭일학교가 있다. 교정에는 수피아홀, 커티스메모리얼홀 등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 많다. 이들 학교에서 교육받은 수많은 청춘은 일제강점기를 비롯한 격동의 세월 동안 광주를 지켜온 주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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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되는 선교사 가옥

고물이 작품이 되는 곳, 펭귄마을

양림동 주민센터 옆에는 펭귄마을이 있다. 마을 이름은 주민들이 직접 지었다고. 마을 어르신들이 몸이 불편해서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펭귄 걸음을 닮아서 붙인 이름이다. 안타깝지만 웃음이 피식하고 터지는 시쳇말로 '웃픈' 이름이다. 그런데 양림동에서도 가장 낙후된 이곳이 지금은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300m 정도 되는 좁은 골목길에 멈춰버린 벽시계, 1980년 이후 멈춰버린 달력, 찌그러진 밥그릇, 못 쓰는 소화기 같은, 더는 쓸모없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대부분이 1970~80년대에 사용하던 생활용품들이다. 그럼 펭귄마을은 고물을 쌓아둔 창고인가? 그렇지 않다. 펭귄마을은 고물을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정크아트 마을이다. 빨간 소화기로 만든 펭귄, 액자로 변신한 TV, 대형 벽시계로 탈바꿈한 훌라후프 등 상상을 초월하는 정크아트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직공원 전망 타워는 양림동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는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해 막힘없이 광주시 전체가 조망된다. 특히 무등산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 감상지로 유명하다. 사직공원은 숲길이 잘 조성돼 있어 늦더위를 잊기에 그만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땅에서 광주 개화 1번지로, 근대화의 주역들을 길러낸 보금자리로, 그리고 지금은 문화예술, 역사를 아우르는 역사문화 마을로서 레트로 여행자의 발길을 끌고 있다. 계속되는 변화 속에 미래의 양림동이 궁금해진다.

산재환자의 가장 좋은 이웃   근로복지공단 광주의원
추억을 새기는 여행지, 양림동이 있는 광주에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재환자를 위해 개원한 외래재활센터 광주의원이 있습니다. 광주의원은 전라지역 산재환자가 보다 접근하기 쉬운 지역에서 외래 재활전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436평 규모로 개원하였으며 직업복귀강화실, 근골격계치료실, 수부작업치료실 등 7개의 치료실과 각 진료실, 초음파실, 처치실 등을 두고 있습니다. 전문의를 비롯한 산재의료 특화 인력이 산재환자를 대상으로 1:1 집중재활치료, 작업능력 강화치료, 신체기능 향상 훈련을 포함한 환자 맞춤형 재활프로그램, 산재 트라우마 치료 등 재활서비스와 근골격계질환 등에 대한 업무관련성 평가를 실시합니다. 광주의원은 앞으로도 특화된 전문재활서비스를 제공하여 산재노동자들이 조기에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