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입사 25주년을 자축합니다”
입사한 지 25년, 이제는 입사 때의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세 사람은 유지희 지사장이 갖고 있었던 신입사원 교육 단체복인 추리닝 사진을 보고 25년 전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웃음 짓는다. 어느덧 어리숙하던 신입사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공단 곳곳에서 중책을 맡은 관리자로 자리 잡았다. “입사 이후 너무 앞만 보고 쉼 없이 달려온 듯한 느낌이었어요. 시간을 거슬러보니 벌써 입사 25주년이 되었더라고요. 2월 1일 입사했는데 이를 기념하여 뭔가 특별한 게 없을까? 고민하다 선택한 것이 동기들과 함께 하는 ‘앙금 플라워 케이크’였어요. 사보가 2월에 발행될 테니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라고 한다.
정숙향 국장 직장에서 진짜 친구를 만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저와 유지희 지사장은 동갑내기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서로의 장점을 배울 수 있는 친구 같은 동기예요. 사회초년생 때는 퇴근 후에 자주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며 고민거리도 나누고 위로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벌써 25년입니다. 그사이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여전히 멋진 동기들입니다. 저희를 위해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념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유지희 지사장 평소에 이런 사내 체험을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우리들이 직접 참여한 적이 별로 없더라고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나왔어요. 앞으로 관리자들이 모범이 되어 이런 자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해요. 더불어 25년 함께 한 동기들에게 정말 수고했고,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형희환 행정부원장 예전에는 단순히 동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25년이나 흐르고 보니 다들 오래된 친구 같아요. 특히 유지희 지사장과 정숙향 국장은 동기들을 잘 챙기고 모임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친구들입니다. 입사 25주년을 축하하는 의미 있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 참 좋아요.
포실포실 추억이 피어 오르다
오늘 체험의 핵심은 앙금 플라워 만들기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케이크 시트는 미리 만들어 둔 쌀 제누아즈를 사용한다. 사실 세 사람 중 베이킹에 익숙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하지만 25주년을 기념하기에 케이크만큼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 있을까? 세 사람 모두 특별한 하루를 위해 용기를 냈다. 먼저 앙금 플라워를 만들기 위한 도구에 관해 설명하고 선생님이 앙금 플라워 만들기 시연을 보여준다. 앙금 플라워를 올리는 받침 중앙에 기초가 되는 앙금 탑을 쌓은 다음 꽃잎을 하나하나 짜서 덧붙인다.
그런데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앙금을 넣은 짤주머니를 쥐는 방법부터 쉽지가 않다. 형희환 행정부원장이 짤주머니를 애매하게 쥐고 있으니 맞은편에 있던 두 사람이 웃음을 터트리며 “집중해야지”라며 충고를 건넨다. 하지만 실제로 꽃잎을 만들기 시작하자 전세는 금방 역전되었다. 짤주머니를 제대로 쥐지도 못하던 형희환 행정부원장이 생각보다 금방 꽃 모양을 완성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꽃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쩔쩔매는 두 명의 동기를 본 형희환 행정부원장은 “저절로 피는 꽃은 없다”는 명대사를 날리며 두 사람을 응원했다.
꽃봉오리가 너무 넓게 나오거나 꽃 안쪽이 비어 있어 꽃잎을 짜기 시작하자 모양이 무너져 내리는 등 수 없는 실패가 계속되었다. 하지만 공들여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 법. 포기하지 않고 1시간을 내리 연습에 집중한 세 사람은 꽃 모양을 완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큼지막한 보라 꽃을 완성한 뒤에는 꽃 사이를 장식할 장식물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전에 만든 앙금 플라워보다는 수월한 만큼 세 사람은 합심해서 빠르게 장식물을 완성해 나갔다. 각자의 역할을 분담한 뒤 마치 공장처럼 앙금 장식물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꽃과 장식물이 어느 정도 완성되자 세 사람은 제누아즈 위에 각자 완성한 앙금 플라워와 장식을 올린다.
형희환 행정부원장 두 사람이 함께 체험하자고 손을 내밀었을 때는 너무 기쁜 마음이 들었는데 꽃 모양을 만드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네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새로운 체험을 해보니까 신기하고 재미도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가족들 생각이 나네요. 이렇게 즐거운 경험을 가족들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숙향 국장 직장 생활 25년 차에 접어드니까 새롭게 뭔가 경험해볼 일이 많지 않아요.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직접 해 보니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 처음에는 좀 속상하더라고요. 그래도 연습하는 만큼 모양이 잘 나오니까 작지만 확실한 성취감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25주년을 기념해서 이렇게 동기들과 뭉쳤다는 게 뜻깊은 것 같아요. 이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느라 바빠서 연락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동기들이 의식적으로 서로를 생각해주고 더불어 후배들도 잘 챙기는 멋진 선배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유지희 지사장 정말 보기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공단에 갓 들어온 신입 직원들도 비슷한 마음이겠죠. 모든 게 새롭고 낯설 테니까요. 오늘의 경험을 되새기며 앞으로 후배 직원들은 잘 가르쳐주고 챙겨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불어 지난여름에 처음으로 기관장으로 발령받아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올 한 해는 직원들이 출근할 때 기분 좋고 일하면서 행복하고 발령받아서 갈 때 아쉬운 그런 지사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베이스 앙금을 바른 밋밋한 제누아즈가 풍성한 꽃이 올라간 케이크로 다시 태어났다. 입사 25주년,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가 케이크에 담겨 있었다. 케이크 위에 피어난 앙금 플라워처럼 세 동기의 소중한 우정이 피어오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