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골목 이어지는 기억과 추억, 리스본

포르투갈은 유럽의 서쪽 끝에 자리한 도시로 해양 왕국으로 세계를 호령하던 시절의 찬란한 문화 유산을 품고 있다. 여기에 맛있는 음식과 와인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먼저 수도 리스본은 일곱 개의 언덕 위에 세워진 도시로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자리해 골목골목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먼저 도시의 전망을 제대로 조망하기 위해 상 조르제 성으로 향한다. 이 성은 일곱 개의 언덕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9세기에 만들어져 왕궁이자 요새로 사용되다가 1755년 리스본 대지진으로 파괴되기도 했으나 1938년 복구되면서 공원과 박물관 등을갖추게 되었다.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이곳은 돌을 단단히 쌓아 만든 성벽과 망루로 이루어져 있어 화려하거나 세련되진 않지만 조용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이 있다.

상 조르제 성 Rua de Santa Cruz do Castelo, Lisbon 1100-129 Portugal
주소 Dionysiou Areopagitou Street, Athens 105 58, Greece
이용 시간 3~10월 오전 9시~오후 9시, 11~2월 오전 9시~오후 6시
홈페이지 castelodesaojorge.pt

호시우 광장 Praça Dom Pedro IV
주소 On the northern end of Rua Augusta, Lisbon 1100-026 Portugal
이용 시간 24시간
이용 요금 무료

언덕을 내려와 리스본의 유일한 평지인 바이샤 지구로 가보자. 좁고 복잡한 언덕길과 달리 이곳은 호시우 광장부터 아우구스타 거리와 개선문, 코메르시우 광장까지 길게 쭉 이어져 있다. 잘 구획된 거리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호시우 광장은 13세기부터 리스본의 중심지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바닥은 포르투갈의 전통 양식인 물결무늬 ‘칼사다 포르투게사’로 장식되어 있어 인상적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내려가면 아우구스타 거리를 지나 개선문에 도착한다. 개선문은 1755년 리스본 대지진 이후 도시 재건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했다. 꼭대기에는 양손에 면류관을 든 여신이 자리하며 리스본의 부활과 영광을 상징한다. 또한 개선문은 약 11미터의 높이로 6개의 거대한 기둥이 웅장함을 자아내는데, 각 기둥에는 바스쿠 다 가마와 폼발 후작 등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역사적인 인물이 새겨져 있다.
개선문을 나오면 코메르시우 광장이 펼쳐진다. 원래 이 광장의 자리에는 15세기 후반 건축된 리베이라 궁전이 있었다. 포르투갈 왕실의 거처이자 외국 사절단과 해군 원정대가 오가던 대항해 시대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1755년 리스본 대지진으로 파괴된 후 철저한 도시 계획을 거쳐 코메르시우 광장으로 탈바꿈했다.

아우구스타 개선문 Arco do Triunfo
주소 Rua Augusta 2 Praça do Comércio, Lisbon 1100-053 Portugal
이용 시간 24시간
이용 요금 무료

코메르시우 광장 Commerce Square
주소 Avenida Infante Dom Henrique 1C, Lisbon 1100-053 Portugal
이용 시간 24시간
이용 요금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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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도 아름다운 선율, 포르투갈 전통 음악 파두

파두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음악 장르로 파란만장한 역사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대항해 시대에 수많은 이들이 모험과 개척을 위해 미지의 땅으로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돌아오지 못한 남편과 자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애끓는 마음이 노래가 되었던 것. 그래서 파두는 그리움, 슬픔, 체념 등이 담겨 있다. 주로 검은 옷을 입은 솔로 가수가 부르며 기타 연주가 함께한다.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리스본의 알파마 지구에는 좁은 골목 사이로 여러 파두 하우스가 모여 있다. 리스본에 왔다면 반드시 경험할 것.

고풍스럽고 향기로운, 포르투

리스본이 과거와 현재가 만나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도시라면, 포르투는 시간의 축적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함과 우아함을 풍기는 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포르투에는 반드시 가봐야 할 명소가 가득하다. 상 벤투역은 기차역의 대표격. 포르투의 가장 큰 기차역이라 굳이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한 번쯤은 들를 일이 있지만 어쨌든 꼭 방문해야만 한다. 기차역 안의 ‘아줄레주’ 때문이다. 아줄레주는 포르투갈의 전통적인 도자기 장식 타일을 말한다. 상 벤투역에 들어서면 사방에 푸른빛의 아줄레주가 자리하고 있는데 창문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푸른빛은 더욱 신비롭게 다가온다. 이 아줄레주 작업은 1905년부터 1916년까지 무려 11년이 걸렸다고 한다. 포르투 건축물 곳곳에는 아줄레주가 시선을 붙드는데, 카르무 성당 역시 그렇다. 벽면 전체를 가득 메운 초대형 아줄레주가 압도적이다. 카르무 성당의 주목할 만한 부분은 마치 하나의 건축물 같아 보이지만, 사실 두 개의 성당과 한 채의 집이 연결된 구조라는 점이다. 남성 수도사와 여성 수녀들을 위한 공간 사이에 분리를 목적으로 지어진 좁은 집이 자리하고 있다.

상 벤투역Porto São Bento
주소 Praca Almeid a Garrett, Porto 4000-069 Portugal
이용 시간 24시간
이용 요금 무료

렐루 서점은 포르투를 여행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는 장소다. 이곳에 오기 위해 여행지를 포르투로 결정했다는 후기도 줄을 잇는다. 렐루 서점은 영국 작가 J. K. 롤링의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와 연관되어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호그와트 도서관의 움직이는 계단 모티브가 바로 이곳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렐루 서점은 화려한 장식이 곳곳에 가득한데, 특히 붉은 카펫이 깔린 호리병 모양의 곡선 계단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1991년 포르투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고 결혼하며 이곳에서 3년 남짓 머물렀다고 한다. 포르투를 한눈에 조망하기 위해선 동 루이스 1세 다리를 추천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에펠탑의 설계자 구스타브 에펠의 제자 테오필 세이리그가 설계했으며, 1886년에 완공되었다. 만들어질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였는데 길이가 172m에 달한다. 포르투의 랜드마크로 도루강을 가로지르며 교통과 관광 두 가지 목적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

카르무 성당 Carmo Church
주소 Rua do Carmo, Porto 4050-164 Portugal
이용 시간 월~금요일 오전 9시~ 정오, 오후 2~6시
홈페이지 agendaculturalporto.org/igreja-do-carmo-porto

한편, 포르투를 이야기할 때 포트와인을 빼놓을 수는 없다. 포르투는 영어로 ‘포트(port)’ 즉 ‘항구’를 뜻하며 포트와인은 포르투의 대표적인 와인이다. 사실 포트와인의 생산지는 포르투갈 북부에 위치한 도루 지역이고 도루에서 생산한 포도로 술을 빚어 포르투와 마주 보는 도루강 남쪽의 빌라 노바 드 가이아에서 숙성하는데, 포르투가 포트와인의 중심지로 인식되는 건 17세기 후반부터 항구도시인 포르투에서 전 세계로 포트와인을 수출했기 때문이다.포트와인은 일반적인 와인과는 만드는 방법에서부터 조금 다르다. 포도주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브랜디와 같이 도수가 높은 술을 넣고 숙성한 것이다. 포도의 당분이 모두 알코올로 분해되기 전에 브랜디를 넣었기 때문에 포도에 남은 당분으로 인해 단맛이 나고, 브랜디로 인해 도수가 다른 포도주에 비해 높다. 그래서 포트와인은 식사 중에 마시는 것보다는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와 함께 곁들이는 것이 좋다. 이렇게 색다른 포트와인을 포르투에서는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여러 브랜드의 포트와인 저장고가 포르투 근교에 자리하고 있고, 포르투갈 정부가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립한 월드 오브 와인도 포트와인 마니아라면 가볼 만하다. 다양한 테마의 박물관 7곳은 물론, 레스토랑과 바 12곳을 갖춘 방대한 시설을 자랑한다.

렐루 서점 Livraria Lello
주소 Rua das Carmelitas 144 Vitória, Porto 4050-161 Portugal
홈페이지 www.livrarialello.pt

월드 오브 와인 World Of Wine
주소 Rua do Choupelo 39, Vila Nova de Gaia 4400-088 Portugal
시간 오전 10시~익일 오전 1시
홈페이지 www.wow.pt

포르투갈을 더 많이 더 깊이 알기 위해

포르투갈에서의 시간이 조금 더 허락한다면 리스본과 포르투 주변 지역으로 발길을 넓혀보자. 신트라는 리스본에서 북서쪽으로 28km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다. 푸르른 숲속에 그림 같은 건축물이 자리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돋보인다. 밝은 파스텔 색상과 정형성을 벗어난 구조가 이색적인 페나 성, 중세 시대 왕실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된 신트라 왕궁 등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비두스는 리스본에서 80km 남짓 걸리는데 요새를 뜻하는 라틴어 ‘오피디움(oppidium)’에서 유래한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듯 이 도시는 요새로 둘러싸여 있는데 조금 로맨틱한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포르투갈의 초대 왕인 아폰소 1세가 1148년 이 도시를 정복하고 아폰소 2세가 1210년 왕비에게 이 도시를 결혼 선물로 주었던 것. 이때부터1834년까지 포르투갈의 왕은 결혼할 때마다 왕비에게 이 성을 선물로 주는 전통이 이어졌다. 그래서 오비두스는 ‘여왕의 도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오비두스는 느리게 성벽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무채색 성벽 안에 하얀 집은 붉은 지붕과 노랗고 파란 포인트를 주어 청량하고 사랑스럽다. 최근에는 문학마을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오비두스를 찾는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리스본의 유명 서점 창립자가 오비두스의 버려진 역사 공간 아홉 곳을 테마 서점으로 바꾼 것이다. 여행은 결국 돌아옴을 전제로 한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마침내 집을 찾아오겠다는 약속과도 같다. 그렇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과 후의 자신은 조금 달라져 있을 수 있다. 낯선 풍경과 상황을 통해 익숙한 무언가의 소중함을 발견하기도 하고, 익숙함 속에 숨겨진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되기도 한다. 포르투갈은 역사와 문화, 자연과 미식을 통해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각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영감을 떠오르게 한다. 조금 멀리, 보다 낯선 곳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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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
소금에 절인 대구로 만든, 바칼라우

포르투갈 사람들이 즐겨 먹는 국민 음식. 굽거나 튀기거나 반죽해서 어묵처럼 만들어 먹는 등 조리법이 다양하다. 감자와 양파, 마늘 등을 곁들인다.

부드러운 문어 요리, 뽈보

‘뽈보’는 포르투갈어로 ‘문어’라는 뜻으로, 뽈보를 먹어보면 문어가 질기지 않은 해산물이란 걸 알게 된다. 샐러드, 구이, 튀김 등 무궁무진한 방식으로 부드럽고 쫄깃한 문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해물과 밥을 끓인, 아호스 두 마리스쿠

해산물과 육수를 넉넉하게 넣고 토마토소스와 쌀을 섞어서 만든다. 뜨끈하면서도 시원한 한식의 맛을 느낄 수 있어 한국인들에겐 ‘해물밥’으로 불린다.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 파스텔 드 나타

달걀노른자를 주재료로 만든 커스터드 크림을 꽉 채운 에그타르트의 기원지는 바로 포르투갈. ‘나타’는 포르투갈어로 ‘작은 달걀’을 의미하는데 18세기 리스본의 수도원에서 남는 달걀노른자로 디저트를 만들어 파는 데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