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업무상질병에 대응하다

산업 현장의 디지털화와 기술 혁신이 일터의 풍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AI 등 신기술의 확산으로 새로운 직업이 속속 등장하고, 플랫폼 근로자 등 다양한 근로형태가 늘어나면서 과거 ‘사고’ 중심이던 산업재해의 양상도 점차 ‘질병’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장시간 근무, 반복 작업, 정신적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결합되면서 근골격계 질환, 정신질환, 뇌심혈관계 질환 등 업무상질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산재근로자가 질병에 걸려 산재를 신청하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특별진찰, 연구기관의 역학조사,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질병의 유형과 신청 건수가 급증하면서 판단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업무상질병 승인 건수는 2018년 12,975건에서 2024년 38,219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 매년 20% 이상 증가세를 보일 만큼 그 폭이 가파르다. 또한 고령 근로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퇴행성·노인성 질환과 업무와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판단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지난 5월 신설된 ‘업무상질병국’은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공단의 첫걸음이다. 근로복지공단은 단순한 업무 분담을 넘어 질병 유형별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근로자의 회복과 복귀를 지원하는 종합 대응 기구로서 업무상질병국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업무상질병 전담 기능을 강화하고, 보다 전문적이고 신속한 보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한 발 앞서 대응하고자 한다.

질병 중심의 조직 혁신, 현장 맞춤형 대응 강화

업무상질병국은 재해기준부, 업무상질병부, 직업병관리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질병의 인과관계 분석부터 후속 조치, 절차 관리까지 전 과정에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근골격계 질병이 전체 업무상질병의 절반 이상(51%)을 차지하는 현실을 반영해, 8월부터 전 소속기관에 ‘질병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직업성 암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대응하기 위해 2026년 1월, 서울지역본부에 ‘직업성암·COPD 집중화센터’를 신설할 예정이다.
업무상질병국은 이 밖에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빈도 32개 직종에 대한 표준 사실관계 확인서와 작업 동영상을 구축하고, 직력조사 자동화를 추진해 자체 처리 비중을 높였다. 또한 직업성 암 추정 적용 범위를 넓히고, 이미 역학조사를 통해 충분한 자료가 확보된 경우에는 자문의뢰나 추가 역학조사를 생략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개선 노력의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업무상질병 처리 건수는 전년 동기(8~9월 기준) 대비 57% 증가했으며, 전체 질병 처리기간은 평균 31.7일 단축됐다. 올해 초(1~7월) 평균 251.9일이던 처리기간이 8~9월에는 220.2일로 줄었고, 근골격계 질병 역시 같은 기간 202.7일에서 175.8일로 단축됐다.

AI 기반 조사혁신과 데이터 중심 예방관리

한편 업무상질병국은 2025년 8월부터 ‘AI 기반 재해조사 지원모델’을 도입해 업무 절차를 단순화하고, 조사 정확도와 신속성을 동시에 높였다. 이에 따라 재해조사 직원의 업무 부담이 줄고, 보다 효율적이고 신뢰성 있는 조사 시스템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선제적 예방관리 체계는 이제 시작이다. 업무상질병국은 축적된 조사 자료를 활용해 업종별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고도화함으로써 ‘사후 보상’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한 근로자 특성과 산업 환경에 맞춘 대응을 강화하고, 직업병 전문 의료기관 및 산업보건 전문가와 협업 체계를 확대해 현장 중심의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중심축으로서, 업무상질병국은 질병 예방·보상·재활 지원 체계를 더욱 단단히 다져갈 것이다.

Mini interview

가치 중심 조직문화로
국민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업무상질병국 고혁진 국장 업무상질병국의 출범과 함께 앞으로의 포부를 여쭙고 싶습니다.

공단은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산재보상 국가책임 실현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산재 신청 시 취약 노동자에게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선대리인 제도 도입, 업무상 재해의 규범적 판단 명문화, 전 국민 산재보험 단계적 추진, 업무상질병 추정대상 확대 및 기준 완화, 산재 판정기구의 공정성과 독립성 강화 등 국정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신속하고 공정한 산재처리와 함께 산재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업무상질병국을 이끌며 국장님께서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점은 무엇인지요?

저는 우리 업무상질병국 직원들이 공단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입니다. 우리는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 가진 사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공단의 업무 역시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믿습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공감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동료를 대하며, 고객을 대할 때도 그 마음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저 역시 직원들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늘 살피고, 직원들을 섬길 줄 아는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업무상질병국을 대표해 산재근로자와 국민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공단은 산업현장에서 재해로 고통받는 노동자가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부 국정과제인 산재보상 국가책임 실현을 위해 업무상질병국은 제도와 업무 프로세스 개선, 인프라 확충 등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산재보상 제도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그 첫 출발점으로 업무상질병 처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일하는 국민의 ‘온돌방’이 되겠습니다 업무상질병부 한성현 팀장

지난 몇 년간 업무상질병 신청 급증으로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동이 트기 전 가장 어둡듯 지금의 어려움을 잘 견뎌내면 더 따뜻한 일상이 돌아오리라 믿습니다. 저는 업무상질병국이 일하는 국민에게는 가장 힘들고 추운 순간 떠올릴 수 있는 따뜻한 ‘온돌방’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 공단의 제도가 국민에게 온기를 전하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제도로 성장하길 소망합니다.

내부의 목소리를 듣는 ‘비타민’이 되겠습니다 직업병관리부 차준호 차장

업무상질병국의 출범과 함께 저는 무엇보다 ‘내부직원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고자 합니다. 구성원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더 나은 답을 찾는 직원이 되겠습니다. 더불어 업무상질병국이 앞으로 일하는 국민에게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비타민이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활력을 주듯, 우리 부서도 사회와 일터에 꼭 필요한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안심하고 일하실 수 있도록 ‘항해사’가 되겠습니다 재해기준부 조경빈 과장

업무상질병 신청이 해마다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신속하고 공정한 처리를 통해 신뢰받는 공단이 되기 위해 업무상질병국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업무상질병국이 일하는 국민에게는 ‘항해사’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랍니다. 항해사가 기상과 해류를 분석해 안전한 항로를 안내하듯, 다양한 업무상 재해 유형을 면밀히 분석하고 제도를 개선하여,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곁에서 든든한 길잡이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