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해를 강렬히 품다

새해의 시작은 일출을 맞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대한민국 일출을 대표하는 장소는 바로 성산일출봉이다. 이름에서부터 일출 명소라는 걸 증명한다. 성산일출봉은 현무암 형질의 마그마가 바닷속에서 분출하며 만들어진 화산체로 생성 당시에는 화산섬이었다. 그런데 화산재를 비롯한 여러 가지 분출물 등이 쌓이며 육지와 이어지게 되었다고. 조선시대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성산(城山)’이란 명칭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병풍처럼 둘렀고 꼭대기는 평평하고 넓어서 마치 성과 같았기 때문에 이렇게 불렸다고 한다.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간 안배가 중요하다. 매표소에서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일출시간보다 최소 30분 전에는 성산일출봉 입구에 도착해야 한다. 그래서 전날 성산일출봉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는 사람들도 많다. 희미한 여명 아래 성산일출봉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바다가 점점 붉게 달아오르고 마침내 붉은 해가 불쑥 솟아오르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분명 어제와는 다른 오늘, 그 어느 날보다 뜨겁고 선명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성산일출봉
이용 시간 오전 6시~오후 6시(매월 첫 번째 월요일 정기 휴무)
이용 요금 어른 5,000원, 어린이·청소년·군인 2,500원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1
전화번호 064-783-0959

제주도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비단 성산일출봉에 한정되지 않는다. 용두암은 제주국제공항 근처에 자리하고 있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장소이기도 하다. 용의 머리가 포효하면서 바다에서 솟구치는 형상과 같아 용두암이라 이름 지어졌다. 오래전 전설에 따르면 용이 되고 싶은 이무기가 긴 세월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막상 용이 되려던 찰나에 그렇게 되지 못해 억울한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고.
용두암의 일출이 다른 장소보다 특별한 이유는 마치 뜨겁게 삼킨 해를 토하는 듯 강렬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용두암의 머리에서 뜨는 해는 강인하고 맹렬하다. 수평선 너머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해와는 확연히 다르다.
사실 새해 일출은 그해의 첫날을 뜻깊게 맞이하려는 굳은 결심과 확고한 의지와는 달리, 사람에 치여 피곤함만 가득 안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닭머르해안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조용하게 일출을 맞이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올레18코스에 해당하는 닭머르해안은 1.8km 남짓의 평탄한 산책길로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붉게 물드는 경관에 서서히 물들 수 있어 좋다. 닭머르해안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면 팔각정이 우뚝 솟아 있는데 여기서 일출을 고즈넉하게 맞이할 수도 있다.

용두암
이용 시간 24시간 개방
주소 제주 제주시 용두암길 15 이용 요금 무료

닭머르해안은 흙을 파헤치고 그 안에 들어앉은 듯한 닭 모습의 바위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그 주인공인 닭머르바위를 보면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닭이라기엔 좀 애매한 형상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닭머르해안의 평화로운 풍경이 뾰족했던 생각을 둥글게 변화시킨다. 요란하지 않은 일출을 원한다면 여기가 딱이다.

닭머르해안
이용 시간 24시간 개방 이용 요금 무료
주소 제주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3403

해 지는 것도 아름다운, 제주도 일몰 명소 금오름

한라산 백록담과 흡사한 지형으로 가운데 자리한 연못에 붉은 해가 위치하면 마치 연못이 해를 삼킨 듯하다. 멀리 신창풍차해안도로의 모습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명실공히 인정받는 일몰 명소.

이호테우 말등대

제주도의 대표적인 해변인 이호테우에는 독특한 형태의 말등대가 두 개 자리하고 있다. 이 그림 같은 풍경에 일몰과 낙조가 더해지면 인생샷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삼양검은모래해변

모래찜질로 유명한 이 해변은 웨딩 스냅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검은 모래와 푸른 바다, 붉은 해가 조화를 이뤄 일몰이 되면 한층 더 매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저여

제주시 동쪽 해안에 위치한 아름다운 일몰 명소로,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의 경치가 매력적이다. ‘오저여’는 제주도 사투리로 물새가 날아와서 새끼를 치는 바위 혹은 작은 섬을 의미한다.

위미항

서귀포시 남쪽에서 보기 드문 일몰 명소로 꼽힌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라 한적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으며 지그재그 형태의 다리인 위미웨이에서 보는 일몰이 특히 장관이다.

한 해를 버티게 하는 힘

겨울 제주도를 찾는 사람의 절반은 한라산 등산객이라고 한다. 날씨도 추운데 굳이 먼 제주도까지 온 이유는 바로 한라산 설경만의 특별함 때문이다. 눈이 많이 오는 강원도 설악산 설경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싶지만, 오히려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온통 하얗게 뒤덮이고 만다고. 그런데 이에 반해 한라산은 나뭇가지에 눈이 가지런히 내려앉아 마치 꽃이 핀 듯하다. 조금 더 섬세하고 화려한 겨울 왕국이 펼쳐지는 것이다.
한라산은 해발 1,950m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그리고 그 정상에는 백록담이 자리한다. 백록담까지 오르는 길은 눈꽃의 향연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나뭇가지는 앙상함 대신 눈송이가 그 자리를 대신해 반짝반짝 빛난다. 한라산은 목적지가 어디냐에 따라 코스가 달라진다. 백록담 등반이 목표라면 성판악 탐방로나 관음사 탐방로를 선택하고, 윗세오름만 오른다면 영실 탐방로나 어리목 탐방로를 선택한다.
자신의 일정이나 체력을 고려해 무리를 하지 않는 게 우선이다. 어느 계절이든 예상하지 못한 기상 상태로 등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겨울에는 그 위험이 더욱 크다. 산을 오를 때는 맑았다가 산을 내려올 때 폭설이 내릴 수도 있고, 눈보라가 살짝 흩뿌리는 것 같았는데 길이 온통 빙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이번에 뭐든 다 해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자연이 허락하는 선에서 한라산을 즐기길 권한다. 성판악 탐방로나 관음사 탐방로의 경우에는 1일 출입 가능한 인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전 예약을 반드시 해야 한다.

한라산
주소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산15-1전화번호 064-713-9950
홈페이지 www.jeju.go.kr/hallasan

만약 한라산 등산이 일정이나 체력 면에서 무리일 경우에는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겨울 풍경 맛보기를 할 수도 있다. 1100고지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1100도로에서 제일 높은 고지를 말하는데 해발고도가 1,100m이며 한라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쏟아질 듯한 많은 별을 볼 수 있는 장소로도 유명한데, 겨울에는 눈꽃의 성지로 꼽힌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즌에는 1100고지 주변의 주차가 불가해서 택시나 한라눈꽃버스를 이용해야만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할 것.
1100고지는 등산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동시에 편리하게 주변을 살펴볼 수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휴게소와 편의시설은 물론, 람사르협회에 등록된 습지도 만날 수 있다. 한라산의 자연 생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장소로 최적인 셈이다. 등산은 몸의 건강은 물론 마음의 건강까지 함께 할 수 있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산을 오르다 보면 도심 속에서 잊고 있던 자연의 웅장함과 경이로움을 발견하게 되고 복잡하게 엉켜있던 생각이 유연하게 풀어짐을 경험하게 된다. 해가 바뀌고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등산은 좋은 자극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굳이 정상에 오르지 않더라도 산을 오르는 과정을 통해 분명 이전과는 다른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이 겨울 한라산이라면 한 해 동안 잊히지 않는 순간으로, 힘들 때마다 문득 떠올리며 다시 자신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1100고지
이용 시간 24시간 개방 이용 요금 무료
주소 제주 서귀포시 1100로 1555

한라산 등반, 핵심 요약 정리 백록담을 목표로 한다면
  • - 성판악 탐방로나 관음사 탐방로를 선택,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각각 다른 탐방로를 이용하면 두 탐방로를 모두 경험할 수 있음
  • - 성판악 탐방로는 9.6km로 비교적 완만한 구간으로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난이도가 있음
  • - 관음사 탐방로는 8.7km로 계단과 급경사가 많으나 길이 예뻐서 힘듦을 잊게 하는 마법이 있음
윗세오름을 목표로 한다면
  • - 영실 탐방로나 어리목 탐방로를 선택, 교차해서 이용할 경우에는 버스 시간을 잘 알아봐야 오래 기다리지 않음
  • - 영실 탐방로는 병풍바위 정상부터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이어지는 길이 특히 아름다움
  • - 어리목 탐방로는 만세동산에서 윗세오름 대피소를 지나 남벽 분기점까지 이어지는 길이 특히 아름다움
멀리서 한라산의 설경을 감상하려면
  • - 어승생악 탐방로를 이용해서 왕복 1시간 내외 등산을 하면 됨
  • - 편도 1.3km 거리로 등산 초보이거나 아이나 노인이 있는 가족과 함께 등반하는 경우 추천함

몸도 마음도 밝고 환하게

겨울 제주도는 그 어느 때보다 생기가 가득하다. 제주도에서는 추운 겨울에도 화사하게 꽃이 피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동백꽃이다. 동백꽃은 늦가을부터 시작해서 봄이 되면 지는데, 날씨가 추워지면 더 진하고 큰 꽃잎을 피운다.
카멜리아힐은 제주도 동백꽃 명소로 이미 잘 알려진 곳이다. 동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동백 수목원으로 전 세계 500여 종에 달하는 6,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자라고 있다. 곳곳에 센스 넘치는 문구가 적힌 장식물이 설치되어 있어 예쁜 사진을 보장하고, 돌담이 이어진 전통 올레길과 전구들이 반짝이는감성 숲길은 친구나 연인, 가족 등 누구랑 걸어도 좋다.

카멜리아힐
이용 시간 오전 8시 30분~오후 6시 이용 요금 어른 1만 원, 청소년·군인 8,000원, 어린이 7,000원
주소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병악로 166 전화번호 064-759-0088
홈페이지 www.camelliahill.co.kr

겨울 제주도에 제철인 건 동백꽃만은 아니다. 감귤도 빼놓을 수 없다. 어딜 가나 감귤을 만날 수 있지만 직접 따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이때뿐이다. 제주도에는 감귤 수확 체험이 가능한 농장이나 카페가 많다. 신선한 감귤을 바로 따서 먹을 수도 있고 정해진 수량만큼 챙겨갈 수도 있다. 힘든 노동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가 되는 터라 꼭 한 번 도전해 볼 만하다. 소셜 미디어에 ‘제주 감귤 체험’을 검색하면 저렴하고도 알찬 프로그램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숙박하고 있는 장소나 이동 동선을 고려해서 현명하게 선택하면 된다. 그동안 쌓인 여행의 피로는 온천으로 씻어내면 어떨까?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주변 풍경을 감상하거나 바닷바람을 맞으면 어느새 피곤함은 절로 사라진다. 제주도에는 깨끗한 수질을 인정받은 온천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산방산 탄산온천은 몸에 좋은 성분을 가득 품고 있는데, 사람을 구한 물이라는 의미와 물 솟는 소리가 마치 비둘기 울음과 닮았다고 해서 ‘구명수’라고도 불린다. 굳이 대규모 온천이 아니라 해도 제주도에는 작고 아담한 동네목욕탕도 많이 있다. 동네목욕탕이라고 해서 허름할 거라 짐작하면 안 된다. 바닷물을 길어 올린 해수탕도 있으니 혈액순환은 물론 피부미용까지 확실하게 보장한다. 이보다 알찬 여행의 마무리는 없을 듯. 새해 여행은 휴가철 여행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몸과 마음을 원점으로 돌려 좋은 에너지를 가득 채우는 시간이다. 희망과 소망을 가득 품는 때, 제주도는 너른 하늘과 땅과 바다로 무한한 응원을 건넨다.
더불어 혹시 지쳐 쓰러지더라도 넉넉한 제주도의 품에서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안심의 한 마디도 덧붙인다.

산방산 탄산온천
이용 시간 오전 6시~오후 11시
이용 요금 어른 1만 4,000원, 청소년·어린이 7,000원 (찜질방과 노천탕은 별도)
주소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북로41번길 192 전화번호 064-792-8300
홈페이지 www.tansanhot.com

동백포레스트
아기 동백나무가 아기자기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화려하게 핀 동백꽃 사이로 돌담과 나무 의자가 분위기를 더한다. 동백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새하얀 카페는 유명한 포토존으로 꼽힌다.

제주동백수목원
위미동백군락지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며 원래 동백나무 농원이었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개방하게 되었다고. 전망대에 올라 빽빽한 동백나무 숲 넘어 이국적인 야자수와 푸른 바다를 감상하는 건 덤이다.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한라산을 배경으로 일년 내내 유채, 매화, 수국, 핑크뮬리 등 아름다운 꽃이 가득한 공간이다. 겨울에는 동백 축제가 열리며 감귤 따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고기국수
부드러운 고기와 쫄깃한 국수가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진하고 담백한 국물이 특징이다.

고사리해장국
제주도에서 자란 영양 풍부한 고사리에 돼지고기, 된장, 대파, 마늘을 더해 깊은맛을 자랑한다.

몸국
돼지고기를 삶았던 국물에 제주 사투리로 ‘몸’이라고 하는 모자반과 여러 채소를 넣어 걸쭉하게 끓여냈다.

각재기국
제주 사투리로 ‘각재기’라 일컫는 전갱이의 내장을 제거하고 배추를 넣어 만들었는데,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멜조림
큼지막한 뚝배기에 갖은 양념과 굵고 큰 멸치를 자글자글 푹 조린 것으로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