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산재사고

고창기 님이 회사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것은 여느 평범한 오전의 일이었다. 주로 사무실에서 처리하는 업무가 많았지만, 그날은 주류 운반 차량으로 냉장고를 옮기느라 현장에 일손이 부족했다. 직원들이 힘을 모아 트럭에 냉장고를 싣는 과정에서 한순간 무게중심이 고창기 님에게 쏠렸다. 그로 인해 좌측 전방 및 후방 십자인대가 파열됐고, 내측과 외측 측부인대와 경추 등에 손상을 입었다. 곧바로 수술을 받았지만 무릎에 장해가 남았고 후유증도 예상됐다.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불안과 심리적인 충격이 컸다.

고창기 님 수술 후 한 달간 입원 생활을 하며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 운동도 즐기며 활기차게 지내왔기에 불안이 더 컸지요. ‘내가 다시 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하는 걱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가까운 근로복지공단 서울관악지사로 찾아갔습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그냥 무작정 붙잡고 말을 걸었던 사람이 바로 이미 과장님이었습니다. 당시 심리적인 불안으로 인해 가족과도 멀어진 상태라 제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었거든요. 이미 과장님은 제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으시고는 먼저 전문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서울의원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고창기 님은 다음날 바로 근로복지공단 서울의원을 찾았다. 어떻게든 직장에 복귀해 전과 같은 일상을 누리고 싶다는 의지가 컸다. 서울의원 의료진과의 첫 상담에서 고창기 님은 “재활 치료에 전념한다면 반드시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든든한 약속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에는 서울의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오후에는 집 근처 공원이나 헬스클럽에서 저녁까지 재활 운동을 이어나갔다.

고창기 님 처음에는 일반적인 병원에서 하는 물리치료와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매일 치료사 선생님과 일대일로 집중 재활을 해보니 전과 달리 빠르게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점차 제 마음속에도 복귀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요.

한편 이미 과장은 직업 복귀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큰 고창기 님의 심리 상태에 주목했다. 더불어 재해자가 미처 몰랐던 다양한 일상 복귀 지원 사업 중 고창기 님에게 꼭 필요한 도움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이미 과장 요양 외에는 이용하는 서비스가 없으셔서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통한 사례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심리적인 지원에 집중했어요. 우리 공단에서 제공하는 다차원 심리검사는 개인별 재활 계획에 중요한 자료로 사용되는데요. 특히 사회적 지지가 결여된 분이 사회적 지원을 받는데 요긴하기 때문에, 우선 검사를 도와드렸고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사회 복귀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추가로 연계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산재로 아무리 작은 상처를 입는다고 해도 심리적으로는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산재 사고 후에는 반드시 급성기부터 심리적 돌봄이 필요하고요.

마음 회복과 함께 원직장으로 다시 한걸음

그렇게 다차원 심리검사와 집중심리상담 서비스가 시작됐다. 서울의원에서의 집중 재활치료도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점차 재활 스포츠나 희망찾기 프로그램, 가족화합 프로그램 등 심리적·신체적 회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어졌다.

고창기 님 2022년 7월에 처음 서울관악지사를 찾아갔는데, 이듬해 1월에 회사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이렇게 성공적으로 회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에게 근로복지공단이 무척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제 인생에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기꺼이 원직 복귀를 환영해 준 회사에도 감사한 마음이고요.

고창기 님의 원직 복귀 의사를 흔쾌히 반겼던 (유)광성주류 이희권 대표는 사업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였기에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도 컸지만, 인재 관리 측면에서도 산재근로자의 원직 복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희권 대표 고창기 님은 사고 이전에도 오랜 시간 회사의 업무를 잘 이해하고 헌신해 온 소중한 근로자입니다. 그동안 쭉 맡아왔던 업무가 있는데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빈자리를 만들 수는 없지요. 충분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소 기다림의 시간이 있더라도 당연히 복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의 이익 측면이나 일의 연속성을 따져봐도 꼭 필요한 결정이었어요. 오히려 제가 다시 회사로 돌아와 준 고창기 님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게다가 복귀를 결정하고 나니 공단에서 사업주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근로자가 재해 이후에 어떤 업무를 맡아야 적합할지 판단하는 일도, 사실 저희가 전문가는 아니기에 고민이 따르게 마련인데요. 직접 회사에 방문해 필요한 조치를 함께 마련하고 다양한 지원을 연계해 주어서 더 좋은 일터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터에 다시 복귀한 후, 오히려 회사와 근로자 사이가 더 끈끈해졌다고 말하는 고창기 님과 이희권 대표. 이미 과장은 대부분의 산재환자가 사고 후 원직 복귀를 희망하는 만큼, 사회복귀 코디네이터로서 고용 관계나 사업장의 분위기, 노무담당자의 요구를 잘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사 담당자나 회사 대표와 원직 복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그에 맞는 전략적 계획을 세움으로써 더 빠른 복귀를 그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함께 그리는 산재 이후의 내일

이미 과장은 여기에 더해 사회 복귀를 통해 얻은 산재근로자의 희망을 다른 환자들에게 나누고자 한다. 바로 산재를 극복한 근로자들이 다른 산재환자의 지원과 회복을 돕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서울의원과 서울관악지사를 오가며 희망을 찾은 고창기 님 역시 다른 산재환자에게 용기를 주는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고창기 님 제 인생에 산재라는 사건이 찾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해보니 당시의 외로움과 막막함은 누구도 알아주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마 지금도 일터에서 사고를 겪고 절망의 시간을 보내는 분이 많을 겁니다. 그분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어요. 저도 평소 산업재해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막막한 심정으로 서울관악지사를 찾아왔던 기억이 있기에, 같은 멘토들과 주말에 시간을 내 관련 제도를 공부하고 사례를 공유하며 더 많은 분에게 공단 정책을 홍보하고 싶어요. 몸과 마음이 모두 다친 상태에서 혼자 힘으로 산재를 극복하기란 정말로 어려우니까요. 다시 일터에서 소중한 일상을 누리기까지, 함께해 준 대표님과 동료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의 모든 분께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미 과장 사고 이후 산재 처리를 거치며 입원이나 통원 등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치료 종결을 앞두게 되고, 미처 직장에 복귀할 준비는 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공단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재취업보다는 고용 유지가 가능한 원직 복귀를 염두에 두고 회복의 긴 여정을 함께하겠습니다. 사고 이전 상태로 회복할 수 있다면 앞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극복하고 마는 회복탄력성(Resilience)도 선물 받게 되실 겁니다. 회복탄력성은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자신과의 싸움 결과입니다. 사고에서 산재 승인, 치료, 사회 복귀 과정에서 반드시 산재근로자 여러분 만의 역사를 꼭 쓰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산재근로자의 참여와 관심이 산재보험 제도의 변화와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휴업급여나 장해보상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안전하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상복귀 서비스부터 관심을 갖고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힘든 시간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재활 의지를 찾는 기회를 만드실 수 있습니다.

원직 복귀는 재해자와 사회복귀 코디네이터는 물론 사업주, 치료와 재활을 돕는 의료진까지 모두가 함께 맞춰가는 퍼즐이다. 여기에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한 산재 멘토의 조언까지 더해진다면 산재환자의 더 나은 내일은 조금 더 가까워진다. 시련 끝에 반드시 좋은 날이 찾아온다고 말하는 세 사람의 단단한 믿음과 노력에 감사와 응원의 인사를 전한다.